d라이브러리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득템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저는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술래를 정할 때도 매번 지고, 제비뽑기에서도 항상 꽝을 뽑던 똥손이었습니다. 그래서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을 뽑을 때도 ‘내 똥손 때문에 흔템(흔한 아이템)만 나오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신나게 하던 게임 속에 도박이 있다니! 좌절에 빠진 겜덕 김 기자가 현재 논란이 되는 확률형 아이템을 수학으로 풀어봤습니다.
 

아이템 획득확률이 0.8%면 125번 중 한 번은 뽑힐까?

 

김 기자가 한동안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모두의 마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땅을 사고팔며 최고의 부자가 되는 인생의 단맛과 한순간 바닥으로 추락하는 쓴맛을 알게 해준 추억의 보드게임 ‘부루마블’의 모바일 버전 게임이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가 계속 지기만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이유는 좋은 아이템으로 무장한 유저들 때문이었습니다. 


박탈감을 느낀 저는 현금 결제로 랜덤박스를 마구 뽑기 시작했습니다. S+등급의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0.8%로 표시돼 있었기 때문에 =, 125번 중 한번은 뽑힐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에게 행운의 여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약 3만 원을 쓴 뒤에야 그토록 원하던 아이템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김 기자가 눈치 못 챈 ‘도박사의 오류’


당시 저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도박사의 오류’로 ‘계속 원하는 아이템이 안 나왔으니 이번에는 꼭 나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랜덤박스는 앞서 일어난 사건은 다음에 일어날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독립사건임에도 제가 그 부분을 간과한 겁니다. 


예를 들어 주머니에 빨간 공 1개와 검은 공 3개가 들어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빨간 공을 뽑을 수학적 확률은 단순히 4개의 공 중 빨간 공이 하나이므로  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적 확률을 계산할 땐, 먼저 뽑은 공을 다시 넣는 경우와 넣지 않는 경우를 다르게 계산해야 합니다. 만약 4번의 기회 안에 빨간 공을 뽑을 확률을 계산할 때 이미 뽑은 공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면 첫 번째에 뽑을 확률부터 네 번째에 뽑을 확률을 모두 더해 가 나옵니다. 반면 뽑았던 공을 다시 넣지 않는다면 1~4번째에 뽑을 확률을 모두 더해 1이 나오죠. 


 후자의 경우 4번의 기회 중 한번은 무조건 빨간 공을 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독립사건이기 때문에 4번을 도전해도 빨간 공을 뽑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물론 시행횟수를 무한히 늘리면 전자의 경우가 수학적 확률에 수렴합니다. 이를 ‘큰 수의 법칙’이라 하죠.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시행하기 위한 비용도 내야 하니, 도박사의 오류뿐만 아니라 큰 수의 법칙에도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죠?

 

 

수학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확률, 보보보?


최근 화제가 된 게임계의 또 다른 논란은 확률형 아이템 중 절대 나올 수 없는 것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당첨될 수 없는 로또에 게임 유저들이 돈을 쓴 거라 볼 수 있죠. 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게임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메이플스토리’입니다. 


 메이플스토리에는 슬롯머신처럼 세 가지 능력치의 옵션을 뽑을 수 있는 큐브라는 확률형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 뽑기에서 유독 ‘내가 꺼리는 조합은 자주 등장하고 나오길 바라는 조합은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이 게임 유저들 사이에 다수 나온 겁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슬롯머신을 돌려 원하는 선물의 조합을 찾는다고 가정해볼게요. 사람들의 선물 선호도가 10만 원 >; 5만 원 >; 연필 >; 지우개 순이라면 이중에서 3가지를 뽑을 때 사람들은 ‘10만 원-10만 원-10만 원’ 조합을 가장 원할 겁니다. 그런데 유독 ‘10만 원-10만 원’이 나오면 나머지 하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연필이나 지우개가 나오는 거죠.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거세지던 중 2021년 3월 5일 메이플스토리의 개발사 넥슨이 해당 게임의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유료 아이템인 큐브의 확률표를 공개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옵션인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증가(이하 보)’와 ‘몬스터 방어율 무시(이하 방)’가 한 번에 뽑는 3개 옵션 중 최대 2개까지만 나오도록 설정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죠. 즉, ‘보-보-보’와 ‘방-방-방’의 옵션 조합은 애초에 나올 수 없었던 셈입니다. 이 옵션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한 유저들은 ‘확률이 0인 것과 매우 낮은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분노했습니다. 

 

 

현재 이런 문제 때문에 국회에서는 2020년 12월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기존에 있던 법률의 허점을 바로 잡는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유저들의 강한 비판을 받은 넥슨은 4월 11일 간담회를 열고 8시간 넘게 배상 방안과 앞으로 개선 방향에 대해 토론했죠. 평생 취미로 여겨지는 게임! 수학을 알고 즐긴다면 좀 더 똑똑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죠? 겜덕 김 기자도 슬기로운 게임 생활을 다짐하며 앞으로 한국 게임계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2021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김미래 기자 기자
  • 참고자료

    모바일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고시 확률과 실제 확률의 관한 연구
  • 디자인

    김세영

🎓️ 진로 추천

  • 수학
  • 경영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