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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CHO의 롤링수톤] 걸어 다니는 오케스트라 한스 짐머의 ‘오일러 방법’


아, 이 영화!’

독일의 작곡가 한스 짐머의 음악을 들으면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짐머는 최근 출시된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펜타스톰’ 배경음악 작곡가이기도 하지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주로 영화 음악에서 두각을 나타내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짐머의 특징은 적은 수의 악기로 무게감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현대 예술에서는 미니멀리즘 음악이라고 하는데, 최소한의 재료를 이용해 단순하지만 일정한 패턴에 따라 반복되는 음악 사조를 말합니다.


영화를 더 영화답게 만드는 건 음악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영화와 음악은 함께 했습니다. 마치 공연처럼 영화 스크린에는 영상만 나오고, 무대 아래 또는 옆에서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음악을 반주해 영화 음악을 만들어 냈지요. 이후 영상과 음악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운드트랙’이라는 개념이 나타납니다.
 곡 작업을 하고 있는 한스 짐머의 모습. 한스 짐머의 멋진 스튜디오도 화제가 됐었다.

사운드트랙은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소리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음악을 비롯해 각종 효과음과 목소리 등도 포함하지요. 엄밀히 말하면 영화 음악은 사운드트랙의 하위 개념입니다. 편의상 영화 음악과 사운드트랙을 섞어 사용하지만요. 영화 음악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노래고 다른 하나는 순수 연주곡입니다. 후자를 ‘스코어’라고 하는데, 한스 짐머는 스코어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영화에서 사운드트랙이 얼마나 중요하냐고요? 한스 짐머가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 중 인셉션을 예로 들어 봅시다.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며 다른 차원의 의식 세계를 그리는 영화지요. 이 영화에서 음악은 플롯을 이루는 핵심 요소입니다. 음악이 캐릭터가 꿈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기 때문입니다.

플롯★ 사건을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재배치한 구조. 스토리는 시간의 순서에 따른 이야기의 흐름.

 

히든 피겨스 ‘오일러 방법’
최근 한스 짐머는 나사(NASA)에서 일하는 천재 수학자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에도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했습니다.

영화는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2년이 배경입니다. 당시 나사는 탄도 미사일인 아틀라스 로켓을 개조해서 사람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지요. 주인공 캐서린은 천재 수학자이지만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시답잖은 일만 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태운 캡슐을 우주로 띄우기 위해서 온 갖 장치를 몇 번이고 테스트합니다. 숫자 하나가 잘못되거나 반올림을 너무 앞 자릿수에서 하는 등의 미세한 오류로도 캡슐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에는 극도의 정밀함이 필요했고, 수학 이론과 계산이 완벽해야 했지요. 수학 천재 캐서린이 필요했습니다.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흑인이고, 여성인 캐서린이 커다란 칠판에 수식을 써 내려가며 문제를 풀어낼 때 배경에는 한스 짐머의 곡 ‘오일러 방법’이 나옵니다. 캐서린의 천재성에 대한 놀라움은 짐머의 음악이 더해지면서 경이로움으로 바뀝니다.

모든 게 해결된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우주인을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요.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다시 캐서린이 나섭니다. 숨죽여 캐서린을 지켜보고 있는 이 순간, 캐서린과 조직의 수장인 해리슨이 대화를 나눕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인 수학 천재 캐서린이 칠판에 수식을 적어내며 문제를 풀고 있다.
 
“캡슐이 타원에서 포물선 궤도로 이동할 때가 문제예요. 이착륙 계산할 때 이런 전환이 없으면 캡슐은 궤도에 머물고 지구로 올 수 없어요.”

“지금 내용은 전혀 새로운 수학이 아니야.”

“오래된 수학이 아닐 수도 있죠. 숫자는 항상 믿음직해요.”

“캐서린, 자네한테는 그렇겠지.”

“음…, 오일러의 방법!”


“그건 구식이잖아.”

“그래도 통해요. 숫자로 통하거든요.”

 
2016년 4월 영국 웸블리 아레나에서 진행한 콘서트에서 한스 짐머가 직접 피아노로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캐서린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가져온 건 ‘오일러 방법’입니다. 18세기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만든 식이지요. 캐서린은 오일러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의 염려가 무색하게 완벽히 문제를 해결해 냅니다.

오일러 방법이 궁금하다고요? 오일러 방법은 수치해석법을 이용해 미분방정식을 푸는 방법입니다. 형태가 잘 알려지지 않은 곡선 계산에 이용합니다. 곡선을 몇 부분으로 나누면 각 부분에는 시작점이 있습니다. 시작점을 이용해 곡선의 기울기를 찾아 어떤 식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우주선 궤도를 계산하고 착륙 좌표를 알아낸 것이지요.

캐서린이 수학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나오는 짐머의 음악은 극적인 장면을 더 극적으로 만듭니다. 짐머의 음악이 주인공 캐서린을 돋보이게 하면서요. 히든 피겨스뿐 아니라 짐머가 참여한 영화는 늘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짐머의 음악을 음미하며 영화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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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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