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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SW교육에 공유를 심다

경북 도평초등학교, 신성초등학교, 지보초등학교

“재생 버튼을 누르면 엔트리봇이 딸랑딸랑 움직입니다. 시작을 누르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지보초 권류빈 군이 엔트리로 만든 게임 ‘엔트리봇을 찾아라’를 교실에서 설명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림 속에 숨은 엔트리봇을 찾는 게임이다. 여느 수업이 그렇듯 권 군은 친구들 앞으로 나와 자신이 만든 SW를 발표했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권 군이 같은 반 친구들을 등진 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발표를 하는 것이다. 청송군 도평초와 안동시 신성초, 그리고 예천군 지보초가 화상으로 SW수업을 하는 시간이었다. 권 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화상으로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고 있었다.

세 학교는 2016년 9월부터 화상수업을 시작했다. 강신현 지보초 교사, 조진호 도평초 교사, 최현범 신성초 교사가 ‘2016 SW교육 선도교원 연수’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결과다. 구글의 무료 화상 채팅 프로그램 ‘구글 행아웃’을 활용한다.

뭉치면 커진다
세 학교의 공통점은 작다는 것이다. 모두 전교생이 50명 내외고, 교사는 10명이 채 안 된다. 세 학교의 교사들은 인적 자원과 정보가 넉넉하지 않은 학교에서 SW교육을 시작하자니 막막했다. 작은 학교끼리 서로 돕자는 마음으로 공동 SW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화상수업은 그중 하나다.

교사들은 교구도 함께 구입한다. 제한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로 다른 교구를 구입해 함께 쓴다. 학생들은 과제를 공동의 온라인 학습 공간에 올린다. 학급 운영을 도와주는 시스템 ‘엔트리 LMS’로 만든 공동 학습의 장이다. 담당 교사들은 ‘JANDI’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마련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스터디를 꾸려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만난다.
최 교사는 “규모가 작은 학교가 지닐 수 있는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바뀌었다”며,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해 교사들은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학생들은 좁은 교우관계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화상 수업이다. 신성초 류민호 군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같이 화상 수업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신기하다”며, “다른 친구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SW 개발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하는 건 중요하다.

△지보초 학생들이 모니터 속 신성초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는 모습.
이날 도평초는 학급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교실 밖에서 정규 수업의 한계를 넘다
현재 SW 정규 수업은 5~6학년 학생만 들을 수 있다. SW교육이 포함된 실과 과목이 5~6학년에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학교는 모든 학년이 참가할 수 있는 교실 밖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지보초는 전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SW 대회를 연다. 이를 통해 SW 정규 수업이 없는 저학년들도 SW교육을 받을 수 있다. 4월 SW인증제 주간에는 학생들이 단계를 밟아 인증서를 발급받는다. SW로 캐릭터를 만드는 대회도 매년 열린다.

‘SW끼동아리’에 가입하면 학년에 상관없이 SW를 배울 수 있다. 끼동아리에서는 모든 것이 ‘스스로’다. 부원들이 관련 교재를 보면서 직접 SW를 공부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최 교사에게 묻는다.

이승윤, 이도윤 형제는 끼동아리 활동으로 꿈이 바뀌었다. 이도윤 군은 “상어가 물고기를 잡는 게임을 형과 함께 만들었다”며, “SW수업을 들으면서 꿈이 프로게이머에서 프로그래머로 변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SW끼동아리 부원인 이승윤 군은 “동생인 도윤이가 동아리 활동을 하는 걸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들어왔다”며, “나도 프로그래머가 꿈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컴퓨터를 넘어서는 것
“다음에는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보초 SW수업에서 ‘흙수저 탈출하기’라는 게임을 만든 이연우 군의 말이다. 그 바람을 알았는지 강신현 교사의 목표도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수업을 하는 것이다. 앱을 만드는 수업은 여러 초등학교가 시도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낸 학교는 많지 않다.

강 교사는 앱 개발 수업을 기획하기 위해 ‘제 10회 교육정보화연구대회’에 도전해 교육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교육정보화연구대회’는 ICT를 활용하는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이버학습, 교육용 SW 개발 분야에서 우수 사례를 뽑는 공모전이다. 강 교사는 앱을 직접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꾸릴 생각이다.

조 교사는 장기적으로 SW교육을 프로젝트 기반의 메이커 교육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메이커 교육이란 학생들이 주변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머릿속 생각을 실제로 실행하게 하는 교육 방식이다. 보통은 SW와 3D프린터로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본질이다. 조 교사는 “SW교육 이후 학생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더욱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내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메이커 교육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한 대로 만들고 고치는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W교육공동체를 향해서
세 교사는 앞으로 교류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최 교사는 세 학교가 공동으로 참여해 ‘해커톤’과 같은 SW 대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해커톤’은 기획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단기간에 프로그램 및 웹서비스를 개발하는 행사다.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 버튼이나 ‘타임라인’ 기능이 사내 해커톤 대회로 탄생했다.

조 교사는 SW교육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규모가 더 커지길 바란다. 조 교사는 “모든 학교와 선생님들이 SW교육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수법과 학습 사례를 만들어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느릴 것만 같던 농어촌의 작은 학교가 가장 빨랐다. 화상수업부터 공동 학습의 장까지 공유를 핵심으로 한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이미 눈앞에 있었다. 세 교사가 만들어갈 SW교육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지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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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호 수학동아 정보

  • 이다솔 기자
  • 사진

    고호관 고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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