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통한 뱃살을 하고 엉덩이에는 번개 모양 꼬리가 달렸다. 연지곤지 찍은 볼은 백만 볼트짜리 전기를 뿜는다. 몬스터볼 속에 있는 것보다 트레이너와 함께 걷기를 좋아하는 이 요망한 쥐는 귀엽기 짝이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피카츄를 잡고야 말겠다고.
한국 땅에 수백만 명의 포켓몬 트레이너가 등장했다. 2월 9일, 앱 사용 분석 기관인 와이즈앱은 나이앤틱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가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안드로이드에서만 국내 사용자가 700만 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적어도 한 번은 게임을 실행한 사람 수다. 아이폰 사용자까지 포함하면 실사용자 수는 70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길에서 마주치는 대여섯 명 중 한명은 포켓몬 트레이너인 셈이다.
포켓몬GO 열풍은 사람들의 생활을 적지 않게 바꿔 놓았다. 골방에서 게임만 하던 사람도 거리로 나서게 했다. 부지런히 걸어야 포켓몬도 잡고 레벨도 오르기 때문이다. 나이앤틱은 지난해 전세계 포켓몬 트레이너가 걸은 거리를 합하면 지구를 20바퀴 돌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인다. 조작법이 쉬워 부모와 자녀는 물론 노인층도 손자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
이런 성공 뒤에는 원작 ‘포켓몬스터’의 힘이 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일본의 게임사 닌텐도가 1996년 게임보이용으로 내놓으면서 시작됐지만,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버전이 더 유명하다. 주인공 지우가 포켓몬마스터가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한국 땅에 수백만 명의 포켓몬 트레이너가 등장했다. 2월 9일, 앱 사용 분석 기관인 와이즈앱은 나이앤틱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가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안드로이드에서만 국내 사용자가 700만 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적어도 한 번은 게임을 실행한 사람 수다. 아이폰 사용자까지 포함하면 실사용자 수는 70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길에서 마주치는 대여섯 명 중 한명은 포켓몬 트레이너인 셈이다.
포켓몬GO 열풍은 사람들의 생활을 적지 않게 바꿔 놓았다. 골방에서 게임만 하던 사람도 거리로 나서게 했다. 부지런히 걸어야 포켓몬도 잡고 레벨도 오르기 때문이다. 나이앤틱은 지난해 전세계 포켓몬 트레이너가 걸은 거리를 합하면 지구를 20바퀴 돌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인다. 조작법이 쉬워 부모와 자녀는 물론 노인층도 손자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
이런 성공 뒤에는 원작 ‘포켓몬스터’의 힘이 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일본의 게임사 닌텐도가 1996년 게임보이용으로 내놓으면서 시작됐지만,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버전이 더 유명하다. 주인공 지우가 포켓몬마스터가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여러 포켓몬 중에서도 지우의 첫 번째 파트너인 피카츄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귀여운 외모에 몬스터볼에 들어가길 거부하는 반항심과 때로는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공감을 샀기 때문이다. 포켓몬GO가 나오자마자 피카츄 잡는 공략법이 세계 곳곳에 뜬 이유다.
기자도 피카츄를 잡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이십여 년간 쌓아온 수학 지식으로 중무장한 채. 포켓몬GO에는 게임이 탄생하고 출시되는 과정부터 게이머의 전략까지 곳곳에 기하학과 통계학, 이산수학★ 등이 숨어있다. 준비 됐으면 떠나보자.
이산수학★ 실수처럼 연속적인 성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수, 자연수처럼 값이 띄엄띄엄 있는 대상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
기자도 피카츄를 잡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이십여 년간 쌓아온 수학 지식으로 중무장한 채. 포켓몬GO에는 게임이 탄생하고 출시되는 과정부터 게이머의 전략까지 곳곳에 기하학과 통계학, 이산수학★ 등이 숨어있다. 준비 됐으면 떠나보자.
이산수학★ 실수처럼 연속적인 성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수, 자연수처럼 값이 띄엄띄엄 있는 대상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


포켓몬GO는 가장 먼저 트레이너의 위치부터 찾는다. 트레이너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주변에 숨은 포켓몬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가 활약한다.
GPS의 목표는 세 개의 인공위성으로 스마트폰의 공간 좌표 (x,y,z)를 찾는 것이다. 인공위성이 사방으로 신호를 보내면 그중 일부가 스마트폰의 수신기에 들어간다. 신호가 이동한 시간에 빛의속도 초속 30만km를 곱하면 수신기까지 거리 r1을 알 수 있다. 인공위성에서 r1만큼 떨어진 점을 모두 이으면 오른쪽 그림처럼 구 모양이 된다.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두 개의 인공위성에서 각각 r2, r3만큼 떨어진 점을 이으면 세 가지구의 방정식이 나온다. 위성 A,B,C의 위치를 각각 (a1, b1, c1), (a2, b2, c2), (a3, b3, c3)라 할 때 식은 아래와 같다. 여기서 해가 두 개 나오는데, 이중 지표면에 가까운 걸 고르면 그게 트레이너의 위치다. 이 방법을 삼변측량법이라 한다.

실제 GPS에서는 인공위성을 적어도 네 개 사용한다. 세 개는 삼변측량법에 쓰고, 나머지 하나로 인공위성과 수신기의 시계 오차를 보정한다. 그럼에도 여러 이유로 GPS는 보통 10m 내의 오차를 보인다. 그래서 내가 스마트폰을 가만히 두어도 GPS는 폰이 움직인다고 인식한다. 게임 속 ‘나’가 이리저리 걷는 이유다.



지도 위에 나타난 포켓몬 중 ‘고라파덕’을 클릭하니 카메라에 찍힌 실제 풍경 위에 고라파덕이 나왔다. 현실 세계에 가상 포켓몬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현실에 가상 정보가 더해진 것을 ‘증강현실’이라 한다.
증강현실 모드에서 포켓몬GO는 스마트폰의 기울기와 움직임을 인식한다. 고라파덕이 바다 앞에 등장했다면 스마트폰을 움직여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물론 아직은 어설퍼서 때때로 고라파덕이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스마트폰 속 나침반과 모션센서 덕분이다. 나침반은 스마트폰이 동서남북 중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알아낸다. 모션센서는 스마트폰의 세로 방향 기울기와 이동 속도를 인식한다. 이는 모션센서 안에 있는 자이로센서와 가속도센서 덕이다.
자이로센서는 아래 그림처럼 중력으로 기울기를 알아낸다. 중력이 x축에서 z축 쪽으로 45°방향을 가리키면 스마트폰은 지표면에서 45°만큼 기울어져 있다는 뜻이다. 가속도센서는 미분법★으로 속도를 알아낸다. 기울어진 스마트폰을 수직으로 세울 때 각도의 변화량을 시간에 따라 미분하면 각이 변한 속도를 알 수 있다.
미분법★ 함수의 변화율을 구하는 방법. 시간에 따라 각도가 변할 때, 각도 함수를 미분하면 각도가 변한 속도를 알 수 있다.

포켓몬GO의 증강현실은 아직 초보적이다. 포켓몬과 사용자가 교류할 방법이 별로 없다. 쓰다듬으면 고라파덕이 좋아한다거나 고라파덕이 바다에 퐁당 빠지면 화면 속 바다가 출렁여야 실감날 것이다.
이를 구현한 사례가 있다. 아베 데이비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연구원은 ‘다이나믹 증강 현실’ 기술을 적용한 포켓몬GO의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에서는 피카츄가 뛰어오르면 풀이 흔들린다. 화면 속 현실세계가 가상의 힘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게임을 시작하고 며칠이 흘렀지만 피카츄는 안 보인다. 직접 서식지를 찾아나설 때가 왔다. 포켓몬은 자신의 속성과 잘 맞는 곳에 산다. 바다에는 물 속성인 잉어킹과 고라파덕이 잔뜩이다. 이는 지리통계학 덕분이다. 나이앤틱이 활용하는 지도에는 어디가 주택가이고 어디가 하천인지와 같은 지리 정보가 있다.
나이앤틱은 “공공적으로 접근 가능한” 한국지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오픈 소스 지도서비스 ‘오픈스트리트맵’이다. 이 지도는 위키백과처럼 사람들이 참여해 만든다. 제각기 돌아다니며 주변 하천과 산, 주택가, 도로 등 지리 정보를 등록하는 것이다.
포켓스탑과 체육관을 세울 때도 사람들이 직접 모은 정보를 통계 자료로 사용했다. 나이앤틱은 2012년 출시한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스’에서 게이머가 실제 명소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땅을 점령할 수 있게 했다. 그때 모은 정보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포켓스탑과 체육관은 실제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있다.

지리 정보에 확률을 더하면 포켓몬이 자신과 어울리는 장소에 모이게 할 수 있다. 실제 알고리즘은 알 수 없지만 기본 원리는 조건부 확률이다. 이는 사건 B가 발생했을 때 사건 A가 발생할 확률을 말한다. 나이앤틱은 트레이너가 물 근처에 있을 때는 물 속성 포켓몬이 등장할 확률을 크게, 숲에 있을 때는 작게 설정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 속성의 피카츄는 어디 있을까. 발전소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기자가 직접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가본 결과 피카츄는 없었다. 사람이 뜸하면 포켓몬 등장 확률 자체가 낮다. 특히 피카츄와 같은 희귀 포켓몬은 지리 속성만으로는 찾기 힘들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마침내 피카츄를 발견했다. 이곳은 2월초 피카츄가 많이 나왔던 보라매 공원이다. 이제 기자가 할일은 포켓스탑을 돌며 몬스터볼을 두둑히 모으는 것. 최적의 경로는 어떻게 구할까.
이는 대표적인 난제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와같다. 외판원이 n개 도시를 도는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문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비교해야 할 경로의 수가 매우 많아서다. 포켓스탑이 3개라면 경로의 수는 6가지이지만, 10개만 돼도 경로의 수가 362만 8800가지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근사해를 구한다.
2016년 7월, 윌리엄 쿡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를 포켓몬GO에 적용했다. 영국에 있는 2만여 개의 술집을 들르는 가장 짧은 길을 계산해 화제가 된 사람이기도 하다. 쿡 교수는 미국 신시내티에 있는 포켓스탑을 도는 가장 빠른 길을 구했다.
그렇다면 전기 속성의 피카츄는 어디 있을까. 발전소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기자가 직접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가본 결과 피카츄는 없었다. 사람이 뜸하면 포켓몬 등장 확률 자체가 낮다. 특히 피카츄와 같은 희귀 포켓몬은 지리 속성만으로는 찾기 힘들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마침내 피카츄를 발견했다. 이곳은 2월초 피카츄가 많이 나왔던 보라매 공원이다. 이제 기자가 할일은 포켓스탑을 돌며 몬스터볼을 두둑히 모으는 것. 최적의 경로는 어떻게 구할까.
이는 대표적인 난제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와같다. 외판원이 n개 도시를 도는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문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비교해야 할 경로의 수가 매우 많아서다. 포켓스탑이 3개라면 경로의 수는 6가지이지만, 10개만 돼도 경로의 수가 362만 8800가지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근사해를 구한다.
2016년 7월, 윌리엄 쿡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를 포켓몬GO에 적용했다. 영국에 있는 2만여 개의 술집을 들르는 가장 짧은 길을 계산해 화제가 된 사람이기도 하다. 쿡 교수는 미국 신시내티에 있는 포켓스탑을 도는 가장 빠른 길을 구했다.

한국에서 최적의 경로를 계산하는 방법도 있다. 쿡 교수가 iOS용으로 만든 애플리케이션 ‘ConcordeTSP’는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를 풀어준다. ‘Map Router’ 메뉴에서 포켓스탑 위치만 찍으면 된다. 다음 여행길엔 이 애플리케이션으로 포켓몬 순례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그런데 피카츄는 잡았냐고? 물론이지.


△쿡 교수가 그린 포켓몬GO 순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