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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아! 이! 우! 에! 오! 인류의 발성 조상은 개코원숭이?

아~, 이~, 우~, 에~, 오~. 노래방에서 목을 풀던 기자를 지켜보는 개코원숭이가 있었습니다. 기자를 비웃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원숭이가 제대로 소리를 낼 것 같지 않군요. 그런데 이 개코원숭이가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코원숭이 씨, 저를 비웃은 것에 대해 사과하세요. ‘아이우에오’가 어디 그렇게 쉬운 줄 아세요?
안녕! 제가 개코원숭이로 유명하지만 정식 이름은 ‘바분’이에요. 아까는 기자님이 사람이라고 너무 자만한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어요. 흔히 ‘아이우에오’ 같은 소리를 사람만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프랑스 그레노블 알프스대학교 연구팀이 우리 바분도 사람처럼 ‘아이우에오’를 발음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가상인터뷰라서 유창하게 발음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럼 사람처럼 말할 수 있나요?
사람의 언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사람처럼 혀를 정확하게 움직여서 말해요. 연구팀은 우리가 내는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서 무척 노력했어요. 우리 바분 15마리는 연구소 안에 밥과 물이 제때 나오고, 등반 시설도 갖춘 공간에서 살았어요.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 대화도 많아졌어요. 매일 오후 4시 반부터 5시까지 수다를 떨었는데 녹음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더라고요. 우리가 편한 상태에서 떠들 수 있도록 해준 연구팀에 진심으로 감사해요.

혹시 녹음기를 틀어서 들어봤나요?​
우리가 녹음기에 손댄 건 연구진이 모를 텐데. 녹음기에는 우리가 낸 목소리 파일 1335개가 담겨있었어요. 연구팀은 이 소리를 모음 기준으로 나눴어요. 우리가 ‘워후’라고 말하면 ‘워’와 ‘후’로 쪼개는 식이지요. 소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리를 내는 방법을 해부학적으로도 분석했어요. 모음의 소리는 성대의 위치나 길이, 단면적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죠? 그렇지만 우린 15마리뿐이어서 연구팀은 확률의 힘을 빌려서 모의실험을 했어요. 성대의 단면적 데이터가 부족할 때는 단면적의 범위를 정해 놓고 확률분포에 맞게 데이터를 만들어냈어요. 이런 걸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더군요.

모음을 발음하는 건 인류의 특별한 능력인줄 알았는데 반성할게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인류의 조음 능력(소리를 만드는 능력)의 기원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 바분과 인류의 공통 조상이 살았던 2500만 년 전부터 그 능력이 진화한 것이 아닐까요? 그 옛날에 노래방이 있었다면 우리 조상님도 꽤나 드나들었을 것 같군요. 하하!

2017년 02호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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