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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생각하기] 일본 방사능에서 벗어나는 법

 

일본 방사능에서 벗어나는 법


자연에 생기를 불어넣는 봄비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비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건 사실이다. 방사능에 대한 걱정, 어디까지가 합리적일까?


방사성 물질 확산모델, 48시간까지 믿을 만해
 

4월 15일 18시부터 48동안 예측한 공기 중 방사성 물질의 농도


일본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만큼 혹시 모를 사고의 영향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장 대표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어떻게 확산될지에 관심을 기울이며, 저마다 확산 경로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주요 나라의 기상청에서는 공기 중에 포함된 물질에 대한 확산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기상조건에 따라 공기 중 물질이 어떻게 퍼져나갈지를 알려주는 수학방정식으로 이뤄진 모델이다. 방사성 물질이 땅과 수평·수직인 방향에서 어떤 농도로 퍼져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기압이나 기온에 따른 공기의 흐름과 같은 관측 자료가 필요하다. 슈퍼컴퓨터는 이미 입력된 확산모델에 관측된 값을 넣어 빠르게 계산한 뒤 확산경로를 내놓는다.

문제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모든 장소에서 관측할 수 없고, 기압이나 기온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오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 독일 기상청은 방사성 물질이 한국을 덮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곧바로 잘못된 예측이라고 번복한 적이 있다. 작은 오차라 하더라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수시로 변하는 기상조건을 고려할 때, 확산모델의 예측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기한을 48시간까지로 보고 있다. 이 시간을 넘어가면 기상 변화를 예측한 오차에 확산을 예측한 오차가 더해져 신뢰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4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은 일본 북동쪽으로 확산돼 우리나라로 이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상청은 매일 4회씩 2, 8, 14, 20시에 방사성 물질의 예상 이동 경로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어 주변 여러 나라의 우려를 사고 있다.



요오드127로 요오드131 이긴다
 

원자번호가 53인 요오드(I)는 광택이 있는 어두운 갈색 결정으로 기체가 되기 쉽다.


최근 방사성 요오드와 방사성 세슘의 위험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막연한 두려움은 정확한 정보가 있을 때 극복할 수 있다.

방사성 요오드는 핵분열 때 발생하는 물질로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요오드인‘요오드 127’과는 구분된다. 요오드127은 원자번호가 53으로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53개 있다. 127이라는 숫자는 원자의 질량을 뜻하는데,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한 수와 같다. 즉 요오드127에는 중성자가 74개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요오드131’은 요오드127의 방사성 동위원소다. 동위원소란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의 수는 같지만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를 뜻한다.

요오드127 : 양성자 53개 + 중성자 74개
요오드131 : 양성자 53개 + 중성자 78개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요오드127은 원자핵에서 방사선을 내는 성질(방사능)이 없지만, 요오드131은 방사능이 있다는 점이다. 요오드131이 내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몸속의 갑상샘(목밑샘)에 요오드131이쌓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요오드127을 미리 먹어두는 게 좋다. 한 사람의 몸속에 쌓아둘 수 있는 요오드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요오드127을 100~200mg(밀리그램, 1000mg=1g) 먹으면 요오드131이 쌓이는 것을 98%까지 막을 수 있다. 요오드127은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다. 말린 다시마 40g를 먹으면 24시간 동안 요오드131이 몸속에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알약으로 된 요오드화칼륨을 3알 정도 먹는 것도 좋다. 이 알약 하나에는 요오드127이 50mg 들어 있다. 요오드131에 노출된 뒤라도 6시간 안에 요오드127을 먹으면 50%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요오드를 너무 많이 먹으면 다른 질병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tip 
방사성 세슘은 주로‘세슘137’과‘세슘134’를 뜻한다. 자연 상태의 세슘인‘세슘133’의 원자핵에는 55개의 양성자와 78개의 중성자가 들어 있는데,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137과 세슘134는 중성자가각각 4개, 1개 더 많다.
 

요오드 127이 풍부한 다시마를 먹으면 방사성 요오드가 몸 속에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방사능의 위험 알리는 단위

일본 원전 주변의 생물에서 안전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4월 13일 원전이 있는후쿠시마현에서는 물고기 까나리에서 1만 200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파슬리(양미나리)에서 1960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나왔다. 생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상황이란 걸 말해주지만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먼저 베크렐(Bq)은 방사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할 때 1초동안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식품의 방사선 안전기준은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1kg당 300Bq이다. 우유나 우유로 만든 식품은 1kg당 150Bq이다. 앞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까나리 1kg을먹는다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방사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표시하는 단위는 밀리시버트(mSv)로 쓴다. 베크렐을 밀리시버트로 바꿔 계산할 때는 방사성 물질에 따라 정해진 값을 곱해준다. 방사성 요오드는 2.2×10-5를 곱한다.

12000×2.2×10-5=0.264(mSv)

이 까나리 1kg을 먹으면 0.264mSv의 방사선을 쐬는 셈이다. 보통 사람이 1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쐬는 자연방사선량은 2.4mSv이다. 자연방사선이나 치료 목적의 인공방사선을 제외하고 허용되는 인공방사선량이 1mSv인 것과 비교하면 약 14에 달한다.

방사성 세슘의 경우는 어떨까? 안전기준은 모든 식품에서 1kg당 370Bq이다. 1960Bq의 방사성 세슘이검출된 파슬리 1kg을 먹을 때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보자. 방사성 세슘은 베크렐 값에 1.3×10-5를 곱해 밀리시버트 값으로 바꿀 수 있다.

1960×1.3×10-5=0.0255(mSv)

이 값 역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인공방사선량(1mSv)의 약 1/40에 해당한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3km떨어진 프리피아트 마을은 사고 난 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살지 못한다.



오염된 땅은 식물에게 맡겨라

일본은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배출된 물질로 인해 주변의 땅과 물이 많이 오염됐다.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사람은 온몸을 깨끗하게 씻으면 오염 물질을 95%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옷도 세탁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땅과 물을 깨끗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19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발전소를 중심으로 30km 안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오염된 땅을 걷어내고 새 흙을 덮을 순 있지만 오염 지역이 워낙 넓고, 걷어낼 흙의 양도 어마어마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식물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염된 땅에 보리나 민들레를 심으면 땅의 양분을 흡수하면서 방사성 물질도 함께 빨아들인다. 다 자란 식물을 거둬 처리하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있다. 이렇게 몇 번을 거듭하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땅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염된 물은 특수 필터를 통해 정화할 수 있지만 바다나 지하로 흘러간 물은 손쓸 방법이 없다. 물속 방사성 물질을 미생물을 사용해 분리하는 방법이 있지만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진 연구되지 않아 실제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현재로선 많은 양의 깨끗한 물과 섞여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바다로 흘러간 방사성 물질은 바닷가에서 30km만 나가도 농도가 1/1000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한편 사고 난 일본 원전 내부에는 바다로 흘려보내기 어려울 만큼 높은 농도로 오염된 물이 6만t이나 있다. 일본은 이 물을 큰 탱크로 옮겨 보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양에 식물을 심어 정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방사성 물질의 위험,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방사성붕괴, 베타붕괴


방사성 물질의 위험은 궁극적으로 시간이 해결해준다. 공기나 땅에 노출된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선 량이 조금씩 줄어든다.

방사성 물질은 원래 자연에 있던 원소가 아니라 핵분열 과정에서 나온 인공 원소다.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가 안정한 원소로 바뀌는 과정을‘방사성붕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에게 해로운 방사선이 나온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요오드131과 세슘137은 방사성붕괴의 하나인‘베타붕괴’를 하며 방사선을 내고는 안정한 원소로 바뀐다.

방사성 원소가 붕괴해 방사성 원소의 원자 수가 처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반감기’라고 한다. 이때 방사선량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요오드131의 반감기는 8일이다. 요오드131 원자가 1만 개 있으면 8일이 지나는 동안 5000개가 베타붕괴를 일으켜 요오드131 원자는 절반만 남는다는 뜻 이다. 8일이 13번 지나는 104일째에는 요오드131은 하나만 남는다.



만약 세슘137 원자가 1만 개 있다면 8일이 지나는 동안 겨우 5개만 베타붕괴를 일으키고 9995개가 남는다. 반감기가 요오드131보다 훨씬 긴 30.17년(=약 1만 1012일)이기 때문이다.



두 물질을 비교하면 처음에는 요오드131이 세슘137보다 더 위험하다. 요오드131이 베타붕괴를 빠르게 일으키면서 더 많은 방사선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80일 뒤에는 방사능 세기가 비슷해지고, 160일이 지나면 요오드131은 극소수가 남아 방사선량이 세슘137의 1/1000 수준이 된다.

방사성 물질은 몸속에 들어오면 소화, 배설 등 대사 작용의 영향으로 반감기가 더 짧아진다. 몸속에서 요오드131의 반감기는 7.6일, 세슘137의 반감기는 108일이다.
 

일본의 한 아기가 방사성물질에 노출됐는지 확인받고 있다.

2011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도움

    김승범 황사모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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