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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수리과학과 #졸업 #청년 #돼지고기……?

위 5개의 해시태그 중 생뚱맞은 게 하나 있다. 돼지고기다. 앞의 4개는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돼지고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KAIST 수리과학과를 졸업한 청년이 돼지고기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걸까?

KAIST 수리과학과 졸업생과 돼지고기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그가 주로 머물고 있다는 서울대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를 찾았다. 첫인상은 ‘젊다’였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느낌이 물씬 났다. 직접 만나면 돼지고기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까지 돼지고기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였다. 사무실에도 코딩 화면이 띄워진 컴퓨터만 여러 대 있었다. 회사를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초’ 신선한 돼지고기를 식탁으로
정육각의 CEO인 김재연 대표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어떻게 해야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제야 회사를 잘못 찾아온 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육각은 신선한 돼지고기를 우리 식탁에 전달해 주는 온라인 정육점이다. 주문 즉시 생산해서 포장해 보내주는 서비스라 이해하면 된다. 보통 우리가 사먹는 돼지고기는 도축한 지 20일 정도 지난 고기인데, 정육각은 3~5일 된 고기를 배달해 준다. 김 대표는 “3~5일 된 돼지고기는 맛이 다르다”며 신선한 고기가 더 맛있다고 강조했다.

정육각에는 최종 소비자에게 고기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위탁 판매를 하거나 오픈 마켓에 입점해 중간 과정을 거치면 신선한 고기를 전달할 수 없다. 정육각은 소비자가 고기에서 느끼는 맛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이윤만 많이 남기면 된다는 생산자 중심의 판매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합리적인 가격과 맛, 안전, 신선함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축산업은 엄청 복잡하고,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혁신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내서 소비자에게 더 맛있고 신선한 고기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혁신을 이끌 3가지 비법
정육각이 우리 식탁에 신선한 돼지고기를 올릴 수 있는 비법은 바로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SW)다. 첫 번째는 공장 자동화 SW다. 주문 즉시 생산하고, 무게 측정 및 포장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코딩했다. 돼지고기를 식탁에 전달하기까지 고기를 자르고, 포장하는 등 여러 과정이 있다. 정육각은 고기 사진만으로 어떻게 잘라야 주문받은 무게로 잘라 담을 수 있는지 예측하는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각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생산할 수 있는 양이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두 번째는 자동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SW다. 사과를 파는 장사를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과수원에서 사과를 얼마나 사와야 할까? 얼마나 팔 수 있을지는 모른다. 만약 사과가 남으면 그 사과는 썩어 팔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재고 관리는 아주 중요하다. 정육각은 계절·날씨·요일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화요일과 수요일은 주문이 적고, 기온이 올라가면 더 많이 구입하고, 비가 내리면 정육점까지 가기 귀찮아한다는 등 주문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냈다. 이를 토대로 주문량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육각이 재고를 거의 남기지 않고 신선한 돼지고기만 가지고 있는 비법이다.

세 번째는 당일 배송 SW다. 언뜻 생각해도 당일 배송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정육각은 어떤 지역에서 실시간으로 배송하는 큰 문제를 여러 영역으로 쪼개 작은 문제로 만든 뒤, 이를 해결해 큰 문제의 답을 내는 알고리즘으로 당일 배송을 해낼 계획이다. 조만간 적용할 예정으로, 그 뒤부터 더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정육각은 올해부터 닭도 판매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정육각이 만든 SW도 판매하는 게 목표다. 아직 1년도 채 안 된 스타트업 정육각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은 어떠할까. 정육각이 해낸 유통 혁신으로 우리 식탁에 신선한 고기만 올라오는 게 당연한 미래가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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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 김경환 기자
  • 정육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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