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수학자가 들려주는 교훈!
오색 빛깔 단풍으로 물든 늦가을 카이스트 캠퍼스의 오후. 독자기자들이 자연과학동에 위치한 수리과학과 토론실에 모이기 시작했다. 벽면 두 개가 전부 칠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위에 수많은 수학 기호들이 날아다니는 토론실에 들어선 독자기자들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수리과학과 학과장을 맡고 계신 곽시종 교수님께서 <;수학동아>; 독자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토론실로 들어오셨다.
"최근 사회에서 수학과 출신이 각광을 받으면서 여기 모인 친구들처럼 수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미국에서는 수학자가 최고의 인기 직업 중 하나라고 합니다. 동료 수학자들과 저는 수학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에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는 점이 수학과 출신이 각광 받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수학을 잘하고, 나아가 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얼 준비해야 할까요?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협동심과 겸손한 성품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경쟁에서 이기고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수학에서 최고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협력’이랍니다. 현대 수학자들이 푸는 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요. 따라서 공동 연구를 해야 한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함께 공부하고 싶나요? 마음이 잘 맞고 편한 사람이 아닌가요?
350년 넘게 풀리지 않던 난제인 ‘페르마의 정리’를 풀어낸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도 그랬어요. 7년 동안 혼자서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한 논문에 오류가 발견돼서 모든 게 무너져 내리기 직전, 그는 자신의 제자 중에서 가장 마음이 잘 통하고 성품이 좋았던 리처드 테일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리고 리처드 테일러의 도움을 받아 페르마의 정리를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었죠. 리처드 테일러 역시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게 됐답니다. 이처럼 현대 수학에서는 다양한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 있어요. 경쟁에만 몰두해서는 결코 훌륭한 수학자가 될 수 없답니다.
그리고 수학 실력은 단숨에 좋아지지 않아요. 마치 계단 모양 그래프처럼 변화가 없는 것 같다가 한 번에 쑥 높아지고, 또 한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좌절하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마음의 힘이 수학 실력을 기르는 비결이랍니다!"
선배들에게 듣는 수리과학과 입학의 비결!
수학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똑똑한 머리나 선행학습이 아닌 협동심과 좋은 성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독자기자들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곽시종 교수님의 강연이 끝난 뒤, 독자기자들은 현재 카이스트 수리과학과에 재학 중인 학부생들을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묻는 시간을 가졌다.
이의진(천안 월봉초 6학년) : 카이스트 수리과학과에 들어오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이기휘(수리과학과 2학년) : 저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들어왔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고,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는 학원에 다녔던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과학고 학생들처럼 학교 수업 외에 개인 연구를 하는 등의 특별한 기회를 갖기가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 모인 <;수학동아>; 독자기자단 친구들처럼,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진로를 선택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김지원(유봉여고 1학년) : 수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어요.
홍혁표(수리과학과 1학년) : 저도 고등학교 때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대로 있으면 수학이 점점 싫어질 것 같아서 틀린 문제를 풀고 또 풀어서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정확히 이해했어요. 그랬더니 수학을 좋아하는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걸 느꼈답니다.
조금은 힘들 수도 있지만, 문제풀이가 막혔을 때는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해 보세요. 그렇게 다시 자신감을 찾으면 수학이 좋아진답니다.
그리고 수학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수학 책을 읽어 보세요. 제게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미래의 수학자에게>; 같은 책이 수학자의 꿈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의료와 항공우주 연구에도 수학은 필수!
수리과학과 재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뒤에는 응용수학을 연구하는 계산수학연구실과, 카이스트 캠퍼스 가까이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탐방하는 기회도 가졌다.
수학으로 세상을 표현한다! _수리과학과 박사과정 전수민
수리과학과 계산수학연구실에서는 수학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수학이 자연 현상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언뜻 보기에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수학적인 계산을 거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몸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몸속에 신호를 보낸 뒤에 되돌아오는 신호값을 특정한 수식에 넣어서 계산하면 몸속의 모양과 특징을 알아낼 수 있답니다. 그 결과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장비가 우리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때 쓰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예요.
계산수학연구실에서는 이같은 의료영상 연구를 비롯해 수학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같은 연구를 위해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답니다!
인공위성 충돌, 수학으로 막는다! _항공우주연구원 백현철 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관제센터에서는 우리나라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보내오는 자료를 수신하고, 위성을 제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 파편들이 우주정거장을 파괴하는 재난 영화 ‘그래비티’가 개봉해서 우주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게다가 지난 11월 11일에는 유럽우주청의 인공위성 고체(GOCE)가 지구로 추락하기도 했죠.
위성관제센터에서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10cm 이상의 모든 물체가 움직이는 궤도를 관찰하면서 우리 위성과 충돌할 확률을 계산하고 있어요.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데도 수학이 꼭 필요하답니다!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내 꿈을 키워 준 카이스트 탐방!
김지원(유봉여고 1학년)
나에게 이번 독자탐방은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좋은 기회였다.
첫째로, 나는 곽시종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역시 수학은 끈기이자 집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뛰어난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이해하고 어우를 수 있는 성격도 수학자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이미 풀려 있는 문제를 푸는 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교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나는 점수를 받는 것 자체보다 내 실력을 끊임없이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둘째로,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재학생들과의 인터뷰는 고등학생인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선배들은 평소 궁금했던 수학 교재를 고르는 방법이나 선행학습에 관한 조언을 해 주었다. 자세하고 정성껏 설명해 주어서 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대학생활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수리과학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대학에 가서 경쟁보다는 협력을 하는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3년 뒤에는 나도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
진짜 수학을 찾아 떠나다!
이채린(광주 방림초 6학년)
수학을 배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수학도 실생활에 응용되나?”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카이스트 계산수학연구실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 준 곳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찍은 사진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정할 때도 수학이 활용된다. 사진에 찍힌 얼굴에 난 잡티를 제거할 때, 잡티 주위 피부색의 평균을 계산해서 그에 맞게 잡티색을 수정해 주는 것이다. 또, 자르기 기능을 사용할 때는 그래프 이론이라는 수학이 쓰인다. 그밖에도 의료영상등에 수학이 활용된다는 것을 듣고, 생각보다 많은 곳에 수학이 응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이런 연구를 할 때에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데, 이때 슈퍼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카이스트 수리과학과에는 러시아 수학자의 이름을 딴 ‘소볼레프’라는 소형 슈퍼컴퓨터가 있었다. 작은 본체 5개가 결합된 형태로, 한 번에 92가지나 되는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카이스트 탐방은 수학의 쓰임새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슈퍼컴퓨터를 직접 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최영준 기자의 첨삭 포인트
김지원 기자와 이채린 기자 모두 취재한 내용을 잘 정리했어요. 특히 취재하면서 들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잘 기록 했어요. 덕분에 글을 읽는 독자들도 두 사람의 느낌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완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