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1000여 개의 골목이 있습니다. 단순한 골목이 아닙니다. 도시의 역사를 재발견한 골목입니다. 그중 100년 이상의 역사를 담은 근대문화골목을 수학의 옷을 입은 매스 투어 코스로 바꿔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문화가 이곳에
학교 가는 길이나 도서관 가는 길에 골목길을 지나본 적이 있을 겁니다. 골목길은 차가 다니는 길보다는 좁고 조용하며 생김새도 제각각입니다. 콘크리트 빌딩이 숲을 이루는 도시에서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골목길은 단순한 길에 그치지 않습니다. 골목을 보면 지역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도 있고, 그곳에 숨은 가치를 재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골목에 스민 삶의 정취는 고리타분하고 죽은 역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도시 정체성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원석입니다.
대구 중구의 골목에도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습니다. 대구 중구청은 도심 골목에 흩어져 있던 근대 역사문화자원을 널리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001년부터 골목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입히고 근대문화골목을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대구의 골목길은 2012년에 ‘한국 관광을 빛낸 10개의 별’ 가운데 하나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대구 골목길은 총 다섯 가지 코스로 나뉩니다. 각 코스마다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볼거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 코스인 ‘경상감영달성길’의 대구근대역사관이 대표적입니다. 근대 대구의 생활상을 전시한 이곳은 일제강점기였던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사용한 건물이기도 합니다.
허름하고 너저분한 골목길은 대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수학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겠지요? 이번 매스 투어는 대구 골목길 두 번째 코스, 근대문화골목에서 시작합니다.
대구 매스 투어가 뭐예요?
활동과 체험 중심 매스 투어
선생님은 수학이 실용적이라고 늘 말하지만, 수학의 필요성이나 아름다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 학생이 많습니다. 매스 투어는 입시 위주의 수학교육에서 벗어나 수학을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교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지는 매스 투어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을 하고 수학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 교육에 대한 철학이 비슷한 대구의 선생님들이 나섰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매스 투어를 만들기 위해 근대 골목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기나긴 회의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초등학생도, 고 등학생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년별로 다른 미션을 수행하도록 설계했습니다. 2015년 4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여름방학도 포기한 선생님들이 열정을 다해 만든 ‘대구 매스 투어’의 이야기입니다.
대구 매스 투어는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조만간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김광석과 함께하는 매스 투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어떤수학 미션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요?
대구 매스 투어를 준비하던 선생님들은 제주 수학 축전에 찾아가서 제주도의 매스 투어를 체험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자연의 수학적인 원리가 잘 어우러져서 무척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매스 투어를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학 선생님이나 도우미의 도움이 없어도요.
근대문화골목에 11가지 미션을 숨겨 놓았습니다. 동산 청라언덕에서 출발해 골목의 끝인 화교소학교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럼 힘차게 떠나볼까요?
첫 번째 미션, 대구 능금의 효시
첫 번째 미션은 대구의 사과나무에 관한 문제입니다. 사과나무는 10살이 되면 열매를 맺기 시작해서 30살이 될 때까지 사과를 생산합니다. 최초의 나무를 1세대라고 한다면 3세대 나무에서는 얼마나 많은 4세대 사과나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답은 아마 사과나무가 맺는 열매의 개수와 발아율에 따라서 달라질 겁니다. 간단한 계산으로 풀 수 있는 미션이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두 번째 미션, 대구 최초의 고압 산소 치료기
이렇게 소중한 연탄에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연탄가스입니다. 연탄이 타면서 내뿜는 연탄가스의 주성분은 일산화탄소입니다. 일산화탄소는 몸 안에서 독이 되기 때문에 연탄가스를 들이마시지 않게 조심해야 했습니다. 만약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면 병원에서는 고압 산소 치료기를 썼습니다.
근대문화골목에서는 대구 최초의 고압 산소 치료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썼던 치료기입니다. 대구 최초의 산소치료기는 어떤 모양을 닮았나요? 우리 주변에는 산소 치료기처럼 원기둥 모양인 물건이 많습니다. 놀랍게도 그 물건은 공통적으로 안에 무엇인가를 담는 용도로 씁니다. 뭔가를 담는 통인데 왜 원기둥으로 만들까요?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세 번째 미션, 동무생각
음정과 박자, 음색이 조화를 이뤄야 음악이 됩니다. 아름다운 음악은 굉장히 수학적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수학을 좋아한다면 음악을 잘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음악을 좋아한다면 수학도 잘할 수 있답니다. 세 번째 미션을 통해 음악이 수학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네 번째 미션, 바닥돌에 새긴 지도
지구 표면의 전체 또는 일부분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지도라고 합니다. 무척 넓은 땅덩어리를 종이 한 장에 옮기려면 땅을 소인국처럼 작게 줄여야 합니다. 이 때, 실물을 어떤 비율로 줄였는지 나타내는 정도를 ‘축척’이라고 합니다.
바닥돌에서 골목길 중간에 있는 3·1 만세운동길까지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바닥돌에 새긴 지도의 축척은 1:125입니다. 실제 125m 길이를 지도에서는 1m로 표시했다는 뜻입니다. 이 점을 이용하면 만세운동길까지 가보지 않고도 거리를 계산할 수 있겠지요?
이번 화에서는 대구 매스 투어의 탄생 배경과 미션 네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다음 화에 소개할 나머지 미션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