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275년.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있을 거라 예상했던 행성에 착륙했다. 놀라웠다. 그곳에는 외계인이 도시를 만들어 살고 있었다. 우리는 말을 건넸다. 외계인도 싫지는 않았는지 우리에게 대답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외계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그들이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전혀 소통할 수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들 어디에 있지?”
외계인과 대화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다. 추측만 있을 뿐 아직 지구 밖에서 단 하나의 생명체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외계인을 만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행성을 7개나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NASA가 발견한 행성 7개의 상상도. 이 중 6개는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기온이 물이 액체 상태일 정도라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이번에 발견한 행성 7개는 적색왜성★이라는 별을 돌고 있다”며, “우주에 가장 흔한 별인 적색왜성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생명체가 있을 만한 행성의 수가 아주 많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이 발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외계인과 소통할 방법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적색왜성★ 태양보다 작고 어두운 별이다. 우주에 있는 별의 75%를 차지한다.
그에 대한 답은 수학이 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홍성욱 박사는 “수학이 우주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언어라 하기는 어렵지만, 소통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발전한 문명도 공통적으로 ‘수’를 썼다는 게 그 근거다. 이 관장은 “서로 교류가 없었어도 모든 문명에서 발전하고 있었던 수학은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 칼럼니스트 클리퍼드 픽오버는 자신의 저서 ‘우주의 고독’에서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아래와 같은 수식을 소개했다.
적색왜성★ 태양보다 작고 어두운 별이다. 우주에 있는 별의 75%를 차지한다.
그에 대한 답은 수학이 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홍성욱 박사는 “수학이 우주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언어라 하기는 어렵지만, 소통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발전한 문명도 공통적으로 ‘수’를 썼다는 게 그 근거다. 이 관장은 “서로 교류가 없었어도 모든 문명에서 발전하고 있었던 수학은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 칼럼니스트 클리퍼드 픽오버는 자신의 저서 ‘우주의 고독’에서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아래와 같은 수식을 소개했다.
하지만 픽오버는 ➊과 ➋가 아무리 우아하고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어도 외계인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통의 시작은 단순해야 한다는 뜻이다.
SF소설가 로버트 소여는 자신의 소설 ‘롤백’에서 수학으로 외계인과 대화할 방법을 단계별로 소개했다. 먼저 수부터 시작한다. 숫자를 오른쪽과 같이 괄호 안에 넣어서 반복해 알려주는 것이다.
SF소설가 로버트 소여는 자신의 소설 ‘롤백’에서 수학으로 외계인과 대화할 방법을 단계별로 소개했다. 먼저 수부터 시작한다. 숫자를 오른쪽과 같이 괄호 안에 넣어서 반복해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 }는 괄호 안에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려주며, 1부터 괄호 안에 표시가 하나씩 늘어나는 모습을 통해 숫자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외계인이 숫자를 아는 지적 생명체인지 알 수 있다.
다음은 덧셈, 뺄셈 같은 간단한 산수를 가르친다. 이때 ‘질문과 답’, ‘맞다와 틀리다’ 같은 개념도 알려줄 수 있다. 부등호로는 ‘크다와 작다’와 같은 개념 및 ‘훨씬’ 같은 비교 개념까지 알려줄 수 있다.
다음은 덧셈, 뺄셈 같은 간단한 산수를 가르친다. 이때 ‘질문과 답’, ‘맞다와 틀리다’ 같은 개념도 알려줄 수 있다. 부등호로는 ‘크다와 작다’와 같은 개념 및 ‘훨씬’ 같은 비교 개념까지 알려줄 수 있다.
작가는 수학으로 수학적인 대화가 아닌 언어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수학을 통해서 ‘맞다’, ‘틀리다’, ‘질문’, ‘답’, ‘훨씬’과 같은 어휘를 알려주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계 언어, 린코스
놀랍게도 이미 6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은 외계인과 대화하기 위한 언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의 수학자 한스 프로이덴탈은 1960년 ‘린코스’라는 언어를 소개했다. 린코스는 ‘우주의 언어’라는 뜻으로 수학과 생물학, 언어학으로 이뤄져 있다. 린코스의 초반부는 롤백에서 소개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차츰 고도의 추상적인 개념까지 익힐 수 있다. 프로이덴탈은 “우리와 공통점이 없는 외계인도 이해할 수 있게 언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린코스가 잘 알려진 언어는 아니다. 그동안 외계인과 직접 대화할 때 쓸 언어에 관심이 없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외계인을 찾지도 못했는데, 대화할 방법부터 생각한다는 게 순서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외계인이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로이덴탈도 “린코스로 대화하려면 정신 상태가 인간과 비슷하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린코스가 의미가 없던 건 아니다. 미국 잡지 ‘더 애틀란틱’의 ‘외계인과 대화하기 위한 언어 만들기’라는 기사에 따르면, 최근 세티(SETI)★연구소가 이를 활용해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있다. 새 언어에는 음악 같은 예술적인 요소가 들어있지만, 핵심 부분에는 린코스를 활용하고 있다.
세티(SETI)★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활동을 부르는 말이다.
1974년 과학자들은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지구의 자기소개서를 쏘아 올렸다. 바로 그 유명한 ‘아레시보 메시지’다. 1과 0, 두 가지 신호로 이뤄진 1679자리의 아레시보 메시지는 2차원으로 바꿔야 해석이 가능하다. 신호를 일렬로 죽 늘어놓으면 아무 규칙이 없는 0과 1의 나열일 뿐이다.
여기서 1679라는 수가 중요하다. 73과 23의 곱으로 이뤄진 수인데, 이 두 수는 소수다. 따라서 이 메시지는 23×73 혹은 73×23 두 가지 직사각형으로밖에 나타낼 수 없다. 23×73으로 직사각형을 만들면 불규칙한 그림이 나오지만, 73×23으로 만들면 의미 있는 그림이 나온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암호로, 과학자들은 지적 생명체라면 이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드넓은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 아니겠니?"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의 명대사다. 자칫 감성적인 대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과학적이다. 이 관장은 “어마어마하게 큰 우주에 지구에만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건 비합리적이다”라며, “아직 외계 생명체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홍 박사는 “우리 같은 지적 생명체가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그건 정말 특이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너무 불쌍하다. 넓디넓은 우주에 만약 우리뿐이라면 우리는 정말 외로운 존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