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보고 지레 겁먹은 적이 있다. 코딩을 배우려면 복잡한 컴퓨터 명령어부터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만 알면 상상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딩 교육을 하며 1인 1로봇 시대를 내다보는 ‘서큘러스’를 만나보자!
“코딩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는 당연히 필요하지요. 하지만 언어는 도구일 뿐이에요. 도구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의미가 사라져요. 무엇을 만들지, 내가 어떤 기능을 구현하고 싶은 건지 생각해야 그에 맞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선택할 수 있고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처음 코딩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컴퓨터 언어? 아니면, 교구 사용법? 서큘러스의 박종건 대표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가 먼저라고 말한다. 결국 코딩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달라진다.
재밌으면서 보람 있는 일을 찾아!
박 대표는 본인이 잘하고, 재밌게 할 수 있으며 보람이 되는 일을 찾았다. 어렸을 적부터 게임을 좋아해 직접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박 대표는 게임 회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게임 만드는 건 잘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 재밌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 회사에 다닐수록 보람을 찾기 힘들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 제작은 결국 유료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일이었다. 청소년의 용돈을 빼앗아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후 박 대표는 게임 회사를 나와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게 됐다. 그런데…,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박 대표는 팀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지방이나 해외로 자주 출장을 갔다. 몸도 힘들거니와 여자친구와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이별을 겪어야 했다. 박 대표는 멀리 있어도 여자 친구 옆에 대신 있어줄 물건을 떠올렸다. 이때 아이디어로 후에 네트워크가 가능한 오디오 ‘파이오(piAU)’를 만든다.
자신을 ‘게으른 개발자’라고 부르는 박 대표는 시장에 나와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자는 주의였다. 그리고 원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전에 없던 것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2013년 당시 코딩 교육에 관심이 없던 한국에서 코딩 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지금의 회사를 준비하게 됐다. 그렇게 몇 년간의 물밑작업 끝에 올해 9월 ‘서큘러스’ 를 만들었다.
로봇 파이보(piBO)의 탄생배경
누구나 즐겁고 재미있게 코딩을 배운다는 취지에 맞게, 처음에는 만들기 쉬운 물건을 만들었다. 기본적인 원리만 알면 정말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 공기청정기 ‘파이에어’다.
이후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최근 인기를 얻은 드론과 원래 만들고 싶었던 로봇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런데 드론은 이미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져 경쟁력이 없었다. 공간을 날아다니는 물건이라 제어하기 힘들어 위험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원래 생각했던 로봇, 파이보를 만들게 됐다.
1인 1 로봇 시대를 꿈꾸며
평범하다고? 파이보는 이 모든 일을 컴퓨터를 연결 하지 않고 할 수 있다.현재 대부분의 제품은 컴퓨터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그러나 파이보는 웹상에서 프로그래밍한 제품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무선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작동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에서도 인터넷으로 한국에 있는 파이보를 움직일 수 있다!
서큘러스의 최종 목표는 1인 1컴퓨터, 1인 1스마트폰 시대와 같은 1인 1로봇의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박 대표가 어렸을 때 컴퓨터는 굉장히 비쌌고, 일부 기능만 이용할 수 있었다. 당시 최고 컴퓨터인 슈퍼컴퓨터는 수학자나 과학자의 전유물이었다. 박 대표가 성인이 되고 나서 컴퓨터는 필수품이 됐고, 슈퍼컴퓨터만 할 수 있던 작업보다 훨씬 더 복잡한 작업도 개인 컴퓨터로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