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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수사할 때 범죄자의 거점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사 대상 지역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서부터 범죄자의 거주지나 회사 등 범죄자의 거점을 예측한다.

 

이처럼 범죄가 일어난 위치의 특징을 분석해 범죄자의 거점을 예측하는 수사 기법을 ‘지리적 프로파일링’이라고 한다.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이용하면 범죄자의 거점으로 추정되는 곳을 집중 수사할 수 있고, 범죄 현황이나 범죄자의 범행 경로 등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범죄 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로스모 공식’은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수학적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캐나다 경찰이었던 킴 로스모는 판에 박힌 경찰 수사의 느린 진행에 답답함을 느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범죄자를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수학적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1996년 로스모 공식을 개발했다.

 

로스모 전에도 수사에 수학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주로 범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범죄자가 다음에 나타날 장소를 예측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로스모는 범행이 일어났던 위치 정보를 이용해 범인의 거점을 찾는 방법을 연구했다.

 

로스모는 다음과 같은 범죄학 이론을 토대로 로스모 공식을 세웠다. 범죄자의 거점으로부터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범죄 발생 수가 줄어든다. 또한 범인은 자신의 거점으로부터 너무 가까워도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 봐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는 로스모 공식을 활용한 전문 범죄 분석 프로그램인 ‘라이젤’을 만들었다. 라이젤은 세계 각지의 수사 기관에서 쓰인다. 이후 라이젤 외에도 여러 지리적 프로파일링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2009년 우리나라도 인구 밀도가 높은 특성에 맞춰 ‘지오프로스’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범죄 예측하는 반응-확산 방정식

 

범죄가 일어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우범 지역’이라고 한다. 2010년 미국 수학자 안드레아 버토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반응-확산 방정식’을 이용해 우범지역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반응-확산 방정식은 경계가 있는 공간에 있는 어떤 물질의 밀도 변화를 설명하는 방정식으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먼저 연구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10년 동안 일어난 범죄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범죄는 범죄자의 집 근처를 비롯해 친근한 지역에서 주로 일어나며, 이미 범죄가 일어났던 장소 주변에서 계속 범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반응-확산 방정식을 수정했다. 사람이나 집, 자동차 같은 범죄의 대상은 과거 범죄 횟수와 위치 등을 이용해 범죄 위험도(반응)로 표현했다. 그리고 거기에 모방 범죄가 나타나는 비율(확산) 등을 더한 뒤, 그 결과를 지도 위에 나타내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이 프로그램을 검증하기 위해 절도 경력이 있는 가상의 인물이 로스앤젤레스의 특정 지역에서 돌아다니는 상황을 설정했다. 프로그램에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범죄자를 변수로 넣어 방정식을 푼 결과, 놀랍게도 그 사람이 일으킨 범죄 정보로 그려진 지도가 이 지역에서 바로 전년도에 실제로 일어난 범죄 장소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 우발적인 범죄가 일어나는 지역에 경찰을 투입하는 변수를 넣자 범죄는 곧 사라졌다. 하지만 계획적인 범죄가 일어나는 지역에 경찰 순찰을 강화하면, 오히려 범죄가 주변 지역으로 옮겨갔다. 지역에 나타나는 범죄 형태에 따라 경찰의 대응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진 예측으로 범죄 예측까지!

 

2011년 미국 인류학자 제프리 브랜팅햄과 수학자 조지 몰러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장소와 시간대를 매일 알려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여진 발생 가능성을 계산할 때 쓰는 알고리듬이 쓰였다. 

 

둘은 범죄 현상에 관한 기존 연구를 살펴보던 중 두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 범죄가 발생하는 패턴이 마치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았다. 둘째, 서로 다른 범죄 조직이 충돌하는 경우, 한 번의 충돌이 연쇄적인 보복 행동을 불러오면서 특정 지역에 범죄 지대가 형성됐다.

 

그들은 이 같은 범죄 패턴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자주 일어나는 지진의 패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2004년부터 2년간 캘리포니아에 일어난 지진과 범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비슷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지진이 한 번 일어나면 며칠 이내에 여진이 일어나는데, 마찬가지로 범죄도 한 번 일어나면 며칠 내에 후속 범죄가 몰려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진학자들은 캘리포니아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뒤따르는 여진을 예측하는 수학 공식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그 사실을 확인한 몰러는 같은 공식을 후속 범죄 예측에도 활용했다. 즉 지도상의 각 지점의 범죄 발생률이 주변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의 양과 최초 사건에 뒤따르는 범죄의 분포를 추가한 값과 같다는 것이다.

 

두 학자는 이 수식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80년간 일어난 약 1,300만 건의 범죄 데이터를 이용해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인 ‘프레드폴’을 만들었다. 프레드폴은 과거 범죄 데이터와 매일 새로 일어나는 범죄 데이터를 이용해서 12시간 이내에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가로세로 500m의 정사각형 범위로 예측한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에서 이 프로그램을 약 4개월 동안 시행한 결과, 전년도에 비해 절도 범죄는 약 13%, 강도 범죄는 22%가 줄어들었다.

 

수학으로 도둑 잡기

 

도난 현장에서 도둑이 도망가는 걸 목격했을 때 도둑에게 흉기가 있을 수 있어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만약 경찰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재빨리 쫓아가 도둑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때 ‘추적 곡선’을 이용하면 도둑이 찾아갈 만한 곳에 미리 가서 도둑을 잡을 수 있다.

 

추적 곡선은 한 점 A가 어떤 선 위를 따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때 다른 한 점 P가 항상 점 A를 목표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며 그리는 곡선을 일컫는다. 즉 도망자의 목적지가 정해져 있을 때 추격자가 도망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곡선이다. 1732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피에르 부게르가 항해 중 한 배가 다른 배를 추격하면서 기동하는 방법을 탐색하기 위해 추적 곡선을 고안했다. 현재 추적 곡선은 비행기나 미사일을 추격할 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찰이 범인보다 한발 늦어서 애를 먹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러한 경찰을 돕기 위해 수학자가 나섰다. 2013년 수학자 소라단 차투라프룩이 이끄는 연구팀은 절도범의 움직임을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절도 사건 위험 지대’ 수학 모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도둑의 행동을 파악하고자 ‘레비 플라이트’라는 수학 모형을 응용했다. 레비 플라이트는 프랑스 수학자 폴 레비가 개발한 것으로, 어떤 집단의 연속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분석해 다음 행선지의 확률적 분포를 구하는 방법이다. 이는 야생 동물의 먹이 탐색 경로, 대도시의 유동 인구 등을 예측할 때 쓰인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일부 지역의 범죄율이 특히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레비 플라이트를 기반으로 절도범이 이 지역들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가정했다. 실제로 절도범은 ‘금액이 큰 절도’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절도 사건의 데이터를 레비 플라이트 모형에 적용해 절도범이 다음에 침입할 확률이 높은 장소를 예측하는 수학 모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모형에 따르면 한 집에 도둑이 들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근 집들의 절도 위험이 커지고, 또한 경험이 많은 절도범일수록 이동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의 도난 범죄의 특성은?

 

도시 지역의 도난 범죄는 교외와 달리 위치보다는 이전 범죄가 발생한 시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8년 수학자 호안 살다냐는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도난 범죄의 특징을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교외 지역의 범죄 특징을 설명하는 기존 연구에서는 도난 피해를 입은 건물과 모양이 비슷하거나, 한 번이라도 도난 피해를 입었던 주택에서의 재범률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사용한 수학 모형은 위치를 주요 변수로 다루고 있어 건물이 밀집한 대도시 지역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대도시를 대상으로 범죄 발생 시기에 주목한 수학 모형을 새로 만들었다. 범죄자와 건물을 포식자-피식자 관계로 설정한 뒤, 범죄자가 최근 범죄를 저지른 시간과 도난 피해를 입은 시간을 변수로 설정해 도난 범죄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모형을 활용해 취약 지점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경찰이 그 지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조건을 반영하자,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도난 재발률이 낮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토대로 도난 범죄가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대도시에 경찰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었다.

 

 

범죄 현장에 남은 혈흔으로 단서 찾는다

 

단순한 감정과 감식이 아닌 과학적인 방법을 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과학 수사’라고 한다. 수사관은 과학 수사를 통해 범죄 현장에서 실제로 보지 못한 사건을 재구성해 진실을 찾는다.

 

특히 피가 뿌려진 범죄 현장에서 혈흔 분석은 사건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풀어내는 중요한 단서로 기능한다. 범죄 현장에 남은 핏자국의 위치, 크기, 형태를 분석하면 범행이 일어난 위치, 사용한 흉기의 종류, 범인이나 피해자의 이동 경로 등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 성분이나 DNA를 분석하는 데는 과학이 많이 쓰이지만, 형태를 통해 행위를 추리하는 데는 수학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피가 난 지점을 알기 위해서는 혈흔의 크기와 충돌 각도를 계산하면 된다. 범죄 현장 자체가 공간좌표가 돼 2차원 평면의 혈흔으로부터 3차원 공간의 답을 찾을 수 있다.

 

혈흔 분석을 위해서는 먼저 혈흔의 형태를 살펴보고 분석할 혈흔을 추린다. 이때 원보다는 타원에 가까울수록, 혈흔의 개수가 많을수록 좋다. 타원에 가까운 혈흔일수록 방향성이 뚜렷하고, 혈흔이 많아야 방향성 직선을 그었을 때 만나는 점으로부터 추정한 범행이 일어난 지점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혈흔이 날아온 방향을 알려면 잘 형성된 혈흔을 이용해 충돌 각도를 계산해야 한다. 날아오는 구 형태의 핏방울이 평면에 부딪히면 최종 혈흔이 생기는데, 이때 충돌하는 각도가 예각일수록 타원, 직각에 가까울수록 원이 된다.

 

 

우선 날아오는 핏방울은 구이므로, 위 그림에서 ABDE의 길이가 같다. 최종 혈흔의 폭 LM은 날아오던 핏방울 DE의 길이와 같으므로, LM = DE = AB = ab이다. 따라서 최종 혈흔의 길이 JK와 맞대응하는 bc를 빗변으로 하는 직각삼각형 abc를 이용하면 충돌 각도 I를 구할 수 있다.

 

 

충돌 각도를 구했다면 이제 높이를 계산할 수 있다. 우선 평면에 있는 개별 혈흔의 방향(타원의 장축)을 따라 선을 긋는다. 그러면 평면 위에 여러 선이 만나는 수렴 점이 생긴다. 수렴 점에서 수직으로 올린 z축 어딘가에 피가 발생한 지점이 있다. 따라서 수렴 점을 기준으로 직각 삼각형을 그리면 공간의 발혈 부위를 찾을 수 있다.

 

먼저 개별 혈흔 중 하나를 골라 혈흔과 수렴 점을 연결해 밑변으로 둔다. 그리고 혈흔의 시작점에서 위에서 구한 충돌 각도 I를 예각으로 하는 직선을 그린다. 그러면 점 O에서 올린 xy평면에 수직인 선과 만나게 된다. 이 직각삼각형에서 높이를 H, 수렴 점을 O, 혈흔과 수렴 점 사이의 거리를 D, 충돌 각도를 I라고 하면 탄젠트 함수로 높이 H를 구할 수 있다. 이 계산을 반복하면 구획마다 피가 난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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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수학동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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