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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뱀파이어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으아악!” 비명을 외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베개와 이불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아까 본 영화 때문일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둥근 보름달 때문일까, 혹시 초저녁부터 귓가에서 윙윙대는 모기 때문일까? 밤새 뱀파이어가 내 피를 빨아먹겠다고 쫓아오는 통에 한숨도 못 자고 있다!

뱀파이어의 원 모델은 영화 속 흡혈귀도, 보름달도, 모기도 아니다. 1430년대 루마니아 블라드 왕의 아들인 드라큘라 백작이다. 그는 억울하게 왕위와 목숨을 빼앗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터키, 헝가리 두 나라와 오랜 전쟁을 벌였다. 두 나라에 비해 군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쟁에서 이기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스스로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전략을 택했다.

드라큘라 백작은 전쟁터에서 잡아온 포로들을 꼬챙이에 꽂는 등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하고 죽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만찬을 즐겼다. 결국 적군들은 드라큘라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고, 드라큘라는 전쟁에서 승리했다.

1897년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는 드라큘라의 잔인함에 흡혈을 하는 귀신 이미지를 더해 소설 <;드라큘라>;를 썼다. 그 후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드라큘라가 등장했다. 드라큘라, 즉 뱀파이어는 창백한 피부에 검고 윤기 나는 머리를 위로 넘기고. 새까만 망토를 입었다. 맹수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로 살아 있는 사람 목의 경동맥을 뚫어 피를 빨면서 어린 외모를 유지하는데, 그에게 피를 빨린 사람은 뱀파이어가 된다. 뱀파이어들은 거울에 비치지 않으며, 햇볕을 싫어해 낮에는 관에서 잠을 자고 밤에만 돌아다닌다.
 

시퍼렇게 오싹한 뱀파이어의 성

깜깜하게 우거진 수풀을 지나면 언덕 꼭대기에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한 성이 서 있다. 해가 땅으로 꺼지고 달무리가 번지자, 성 지하실에 있던 관이 꿈틀거린다. 관객이 ‘꺅!’ 소릴 지를 만큼 순식간에 뚜껑이 활짝 열리고 뱀파이어가 벌떡 일어난다.

다른 유령이나 괴물이 그렇듯이 뱀파이어가 나타나는 배경은 항상 어두컴컴하고 시퍼렇다. 뱀파이어가 햇볕을 싫어하니 어두컴컴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왜 시퍼렇게 분위기를 만들까? 시퍼런 조명은 차갑고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영국 하트퍼드셔대에서 공포와 환각 등 심령 현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 박사는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는 장소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는 예전부터 귀신이 자주 나타나기로 유명한 햄프턴코트 궁전을 골랐다. 실험참가자 462명은 궁전의 곳곳을 다니면서 유령이 나타날 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과 이유를 말했다. 절반 이상은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면서 몇몇 장소를 지목했다. 놀랍게도 그곳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유령을 봤다고 주장하는 지점과 일치했다.

와이즈먼 박사팀은 그들이 지목한 장소에 적외선을 감지하는 열화상카메라와 공기 흐름을 탐지하는 기기를 여러 대 설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지목한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온도가 2℃ 가량 낮았다. 보통 같은 방 안이라도 햇볕이 잘 드는 창가나 난로 근처는 다른 데보다 따스하다. 물론 대류 현상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방 내부의 온도가 비슷해진다.

그런데 연구팀은 사람들이 지목한 곳마다 공통적으로 큰 기둥이 있거나 밀폐가 잘 되는 문이 달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그 지점만 온도가 낮다는 의미다. 와이즈먼 박사는 천천히 궁전을 둘러보던 사람들이 차가운 공기 안으로 들어오면서 순간적으로 근육이 수축해 오싹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4분, 내가 뱀파이어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

‘만약 내가 뱀파이어를 만난다면…, 아무래도 목숨걸고 뛰어야겠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뛴다고 해도 잡히면 끝이다. 뱀파이어가 내 피를 빨고 나를 뱀파이어로 전염시키는 데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레스터대 물리천문학과 머빈 로이 박사팀은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6.4분이라고 ‘물리학 스페셜토픽 저널’에 밝혔다. 일단 연구팀은 뱀파이어가 송곳니로 뚫은 구멍 두 개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피만 빤다고 가정했다.

우리 몸에 흐르는 피(약 5L)의 15%인 약 0.75L만 사라져도 심박수가 느려진다. 피가 흘러나오는 양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뱀파이어가 이 정도만 피를 빨아도 사람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가정했다. 또 심장에 있는 대동맥(지름 4cm)이 목까지 동맥 다섯줄기로 이어지는데 지름이 0.5cm로 모두 같다고 가정했다.

연구팀은 혈관의 굵기와 피의 양 등을 고려해 피가 대동맥에서는 초당 10cm, 동맥에서는 초당 110cm의 속도로 흐른다고 계산했다. 여기에 심장에서 펌프질할 때마다 가해지는 압력과 송곳니(지름 0.5mm)가 뚫은 피부의 표면적 등을 고려해 뱀파이어가 온몸에 흐르는 피의 15%를 빠는 데 6.4분이 걸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흡혈이 무섭나, 전염이 무섭나?

중국에도 뱀파이어와 아주 비슷한 귀신이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 전염시키는 강시다. 왜 사람들은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흡혈귀를 떠올린 걸까? 그것은 피가 사람의 건강, 그리고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피는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산소를 주고 바깥으로 내보낼 이산화탄소를 실어온다. 피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특히 뇌의 경우 10초 내에 의식을 잃게 된다. 또 뇌신경이 손상되면서 10분이 지나면 뇌사 상태에 빠진다.

여름마다 뱀파이어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에는 흡혈에 대한 공포 못지않게 전염에 대한 공포도 크다. 방금 전까지 다정하게 지냈고 수많은 추억을 함께했던 가족이나 친구가, 갑자기 뱀파이어가 되어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소름끼친다.

과학자들은 겉모습은 무척 친근한데 속이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을 때 섬뜩함을 느끼는 심리를 ‘언캐니밸리 공포’라고 말한다. 사람과 닮았는데 사람이 아닌 존재는 우리의 정체성, 그리고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귀신의 모습도 동물보다는 사람이 많고,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뱀파이어가 좀 더 활동적이고 사람과 가까운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과 친해지고 심지어는 사랑에 빠져, 다른 뱀파이어에 대적할 만큼 로맨틱하기도 하다. 낮에도 사람처럼 다니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거나, 세상에서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대신 비닐 팩에 든 피를 빠는 코믹한 이미지도 있다. 올 여름에는 무서운 뱀파이어와 다정한 뱀파이어, 웃기는 뱀파이어 중 누구와 함께 더위
를 날려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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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기타

    [도움 및 참고자료] ‘The Draining of a Lifetime’, ‘Cinema Fiction vs Physics Reality Ghosts, Vampires and Zombies’
  • 기타

    [도움 및 참고자료] ‘Mathematical Models of Interactions between Species: Peaceful Co-existence of Vampires and Humans Based on the Models Derived from Fiction Literature and Films’
  • 기타

    [도움 및 참고자료] 토마스 울리 외 3인 How Long Can We Survive?
  • 기타

    [도움 및 참고자료] 로버트 스미스 Mathematical Modelling of Zombies, When Zombies Attack!: Mathematical Modeling of An outbreak of Zombie Infection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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