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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깜깜한 밤, 건물의 유리 외벽이 달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 때! 후다다닥! 한 남자가 단숨에 18층까지 기어올랐다. 매끄러운 유리벽을 마치 마룻바닥 기어가듯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빠르게 내달렸다. 그러더니 건물 저편으로 도망치던 악당을 향해 우유처럼 하얀 거미줄을 뻗쳤다!



만약 우리가 영화 속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마음대로 오르고 내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집에 두고 온 중요한 물건을 찾으러 갈 때 또는 화장실이 몹시 급할 때, 엘리베이터를 오랫동안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이 난 건물의 벽을 타고 올라가 갇혀 있던 아이도 구할 수도 있고, 영화 주인공처럼 악당을 멋지게 무찌를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좀 더 발달한 미래에는 사람이 스파이더맨처럼 벽이든, 천장이든 올라갈 수 있을까? 영국 과학자들은 최근 수직 등반이 가능한 동물들을 관찰해 사람은 절대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미국 과학자들은 이와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수직 등반이 가능한 어떤 한 동물의 특징을 활용하면 사람도 벽을 타고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직접 만든 장갑을 끼고 건물 벽을 오르는 실험도 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어떤 동물을 보고 이 같은 영감을 얻었을까? 그리고 사람이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타고 오르는 실험은 과연 성공했을까?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일까? 최근 영국 과학자들은 벽을 타고 오르거나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을 수 있는 동물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수직 등반을 하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지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사람은 절대로 벽을 타고 오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수학적인 조건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직 등반하는 동물은 가볍고 큰 발~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데이비드 라본테 박사팀은 진드기와 노린재와 개미, 무당벌레, 바퀴벌레, 거미, 도마뱀, 게코도마뱀, 청개구리를 비롯해 수직 등반이 가능한 동물 225종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우선 발바닥의 생김새에 주목했다. 그리고 동물마다 벽에 잘 들러붙게 하는 독특한 성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계통분류학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동물끼리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면 노린재나 거미, 바퀴벌레는 전체적인 생김새도 닮았을 뿐 아니라, 다리와 발에 털이 무수히 많이 나 있다는 점도 같았다. 연구팀은 이들이 다리털을 이용해 벽과의 마찰력을 증가시키는 원리로 수직으로 올라가거나 천장에 거꾸로 붙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구리와 도마뱀은 털 대신 빨판이 달려 있다. 얼핏 보기에는 부드러워 벽에서 잘 미끄러질 것처럼 보이지만, 끈끈한 액을 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털이 나 있는 덕분에 어디서나 마음대로 오르고 내릴 수 있다.


스파이더맨의 신발사이즈는 1310mm

연구팀은 파리나 거미 같은 곤충은 몸이 엄청 가볍지만, 도마뱀이나 개구리 같은 척추동물은 몸무게가 무겁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몸무게와 발바닥 크기, 그리고 벽에 붙어 있을 때 낼 수 있는 힘의 최대 크기 등을 조사해 수학적인 공통점을 찾아냈다.

벽에 붙는 힘의 최대치는 발바닥의 크기와 비례했다. 또한 벽에 잘 들러붙고 또 수직 등반하려면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척추동물보다는 가벼운 무척추동물이 수직 등반하기에 유리하다.
 
그 대신 수직 등반을 하는 척추동물은 발바닥의 표면적이 넓다. 연구 결과 몸이 가장 작은 진드기보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 표면적이 200배 컸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연구팀은 사람이 거미처럼 수직 등반하려면 발바닥의 크기가 몸 전체의 표면적의 약 40%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몸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할 손의 면적은 몸 전체 표면적의 약 80%나 돼야 했다.

라본테 박사팀은 “이런 한계 때문에 사람은 절대 수직 등반을 할 수 없다”면서 “만약 실제로 스파이더맨이 있다면 신발 사이즈가 약 1310mm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과 발 하나하나의 크기가 1.3m나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미국 스탠포드대 기계공학과 생체모방조작연구소의 엘리엇 호크스 박사팀은 이와 전혀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심지어 이 연구팀은 어떤 특별한 한 동물의 발을 모방해 만든 장갑을 끼고 벽을 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바로 ‘게코도마뱀’을 흉내 낸 덕분이다.


무거운 몸으로 수직 등반 비결은 ‘나노 털’

연구팀은 몸집이 작고 가벼운 곤충과 달리, 몸이 무거운데도 벽을 잘 기어오르는 게코도마뱀을 살펴봤다. 게코도마뱀은 파리와 노린재 같은 곤충처럼 발바닥에 털이 없었고, 개구리처럼 끈끈한 액을 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까끌까끌한 벽은 물론, 유리창처럼 매끄러운 면에서도 잘 들러붙었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발가락마다 자글자글하게 주름이 잡혀 있다. 연구팀은 발바닥 주름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주름마다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아주 작은 나노 단위(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미세한 털이 빽빽하게 나 있었다. 연구팀은 게코도마뱀이 발을 디딜 때마다 수십억 개의 털과 벽면 사이에 반데르발스 힘이 생겨나 중력과 수직 또는 반대 방향으로 쉽게 붙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데르발스 힘★전자구름의 불균형으로인해 분자 사이에 일어나는 힘.


‘게코도마뱀 패드’ 신으면 스파이더맨!

호크스 박사팀은 게코도마뱀이 발을 얼마나 대느냐에 따라 벽에 달라붙을 수 있는 정도도 연구했다. 발 전체, 발가락 하나, 발가락 주름 하나, 또는 주름의 일부분이 벽에 닿을 때 미끄러지려는 힘의 크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본 것이다.

연구 결과는 당연히 주름의 일부분보다는 주름 하나가, 그보다는 발가락 하나가, 그보다는 발 전체가 닿았을 때 점착력이 강했다. 놀랍게도 게코도마뱀 발바닥의 표면적(A)과 미끄러지려는 힘(σ)의 관계를 로그 함수로 나타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패드 발바닥에 게코도마뱀 발바닥 하나에 해당하는 발판을 여러 개 붙였다. 발판의 일부분만 닿아도 게코도마뱀 발 전체가 들러붙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미끄러지는 힘을 분석한 결과 패드 전체가 닿을 때와 일부분이 닿을 때가 많이 다르지 않았다.

연구팀은 키 185cm, 몸무게 70kg인 사람이 게코도마뱀 패드를 끼고 건물 벽을 오르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당당히 실험에 성공했다! 놀랍도록 우수한 자연을 흉내 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파이더맨’을 탄생시킨 것이다.

2016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기타

    [참고논문] ‘Extreme positive allometry of animal adhesive pads and the size limits of adhesion-based climbing‘, ’Human climbing with efficiently scaled gecko-inspired dry adhesives‘
  • 일러스트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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