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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다가 누구나 신호에 한 번 걸리면 왜 자꾸만 신호에 걸리는지 의문을 품은 적이 한 번쯤 있을 거다. 대체 신호체계가 어떻게 돼 있기에 이런 건지, 지금의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인천 당하중의 수학동아리 ‘당찬’의 학생들은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꼬박 5개월 동안 연구에 몰두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천시청과 인천서부경찰서에 건의도 했다. 대체 5개월 간 어떤 연구가 진행됐는지, 지금 바로 당찬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천 당하중학교의 수학 동아리 당찬은 2011년 인천광역시 서부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수학원리탐구대회’에 나가기 위해 결성됐다. 그래서 1년에 5~6개월 동안 딱 한 가지 주제만 연구하는 전통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 교통문제를 수학적으로 연구해 더 나은 신호체계를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학원을 가는데, 아버지께서 이 동네 신호체계가 이상하다며 투덜거리시는 거예요. 갑자기 교통을 주제로 연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선박이 어떨 때 침몰되는지 알아보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직접 조사할 수 있으면서 누구나 공감갈 수 있는 실생활 문제를 풀어보자는 의견이 많아 교통 문제를 최종적으로 선택했어요. _이유수(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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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궁금증부터 해결하자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뭐부터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을 막아주는 도로시스템을 연구하자니 중학생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이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당찬 학생들은 무작정 학교 밖으로 나와 도로를 살펴봤다. 궁금한 점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며, 사소한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정했다.
그러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직진과 좌회전이 함께 가능한 동시신호와 신호를 따로 주는 분리신호 중에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최근 안전을 이유로 우리 지역 도로인 드림로의 최고 속도를 시속 70km에서 시속 60km로 바꿔 이동시간이 길어졌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실제로도 그런지 등 연구할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학교 근처 삼거리 두 곳과 사거리 두 곳을 선정한 뒤 신호가 어떻게 바뀌는지, 한 신호에 차량이 몇 대가 지나가는지 등을 7차례에 걸쳐서 조사했어요.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가 8월의 폭염 속에서 통행량 조사를 하는 거였어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차량을 세는데 자꾸 친구들하고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지나가는 차량을 계속 셌던 것 같아요. _옥민서(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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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학생들이 고군분투한 결과 차가 많을 때는 분리신호가 효과적이라는 점과 도로의 최고 속도를 시속 약 10km 줄여도 이동시간은 2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또 횡단보도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빨리 걸어야 한다는 것도 밝혔다. 거리가 14m일 때는 걸음의 속도가 초속 0.54m이면 됐지만, 41m일 때는 초속 0.91m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빨리 걸어야 했다.
부모님과 동네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가장 불편한 탑병원 앞 삼거리도 조사했다. 횡단보도 3개가 동시에 초록불로 바뀌다 보니 대각선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찬 학생들은 새로운 횡단보도를 만드는 방법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통해 알아내고 대각선 횡단보도를 만들어 달라고 인천시청과 인천서부경찰서에 건의했다. 안타깝게도 의견이 채택되지는 않았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신호 위반을 하지 못하도록 CCTV를 설치했고, 이미 횡단보도가 너무 많아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찬은 이 연구로 수학원리탐구대회에서 2등을 하는 성과를 얻었다.
각자 잘하는 걸 탐구하자!
당찬 학생들은 연구한 내용을 다른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집에서 가지고 놀던 레고를 이용해 사거리의 신호체계를 그대로 모형으로 만들었다. 평소 컴퓨터를 잘하는 최현석 학생은 스크래치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연구를 소개하는 데 애를 쓰는 이유는 수학원리탐구대회에서 전시 부스도 운영하기 때문이다. 보통 간단한 수학 구조물을 만드는 체험을 준비하지만, 당찬 학생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하기로 했다. 연구를 이해하기 어려운 초등학생에게는 교통정리 퍼즐인 러시아워를 알려줬다. 단순히 보드게임을 소개하는 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 경우에 게임이 되지 않는지 추가로 설명했다. 그래서 평소 퍼즐을 좋아하는 동아리원들은 게임을 못하는 경우를 일일이 헤아렸다.
러시아워는 가로, 세로 6칸에 자동차를 여러 대 배치하고, 조건에 따라 자동차를 움직여 빨간색 주인공 차를 게임판 밖으로 빼내는 게임이다. 학생들은 가로, 세로 3칸부터 6칸까지 주인공 차를 빼내지 못하게 자동차를 놓는 경우를 따졌다. 6칸일 때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다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5개까지는 모두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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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푸는 수학 문제는 항상 답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 연구 과제는 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힘들었지만, 해결하고 나니 성취감이 매우 컸어요. _전도연(3학년)
수학을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여기는 이유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고 공식만 달달 외워서 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연구 과제를 통해 실생활 문제를 한 번 풀고 나니 수학이 왜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다른 학생들도 이런 연구를 꼭 해 봤으면 좋겠어요. _이다빈(3학년)
솔직히 중학생이 다섯 달에 걸쳐서 한 문제를 푼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남들은 해보지 못한 값진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학이 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죠. 또 주제 선정부터 연구까지 우리의 힘으로 한 것을 남에게 소개한다는 것이 정말 뿌듯했어요. _정현주(2학년)
당찬의 학생들은 5개월 동안 얻은 것이 정말 많다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수학동아리를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문제를 해결한 성취감을 또 느끼고 싶어서 빨리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싶다고 한다. 올해는 과연 어떤 연구 과제로 뿌듯한 한 해를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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