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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마왕의 탑-1 화 탑에 갇힌 단



“여기가 어디지?”
단이 눈을 떠보니 낯선 곳이다.
“으으, 여기가 어디지? 저건 뭐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눈앞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푸른빛의 탑이 보였다. 뾰족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습의 탑은 마치 외부인을 힘껏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으악, 뭐야? 당신은!”
순간 단은 너무 놀라 뒤로 자빠져버렸다. 사람 키보다 족히 다섯 배는 더 큰 몸집에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한 마왕이 나타나 단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뿔이 나 있는 모습에 더 위압감이 들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마왕의 손에는 오묘한 빛의 지팡이가 있었다. 저 지팡이의 힘을 이용해 단을 잡아 온 게 분명했다.
“여기가 어디야? 날 어떻게 한 거야?”
“세상에서 수학을 없애 버릴 거야. 그러면 수학의 뿌리를 뽑아 버려야하지.”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날 여기서 나가게 해줘!”
“안타깝게도 네가 여기서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은 탑 꼭대기로 올라오는 방법뿐이지. 껄껄.”
마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은 서둘러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장 저 탑으로 들어가 꼭대기로 올라가겠어.”
“저주에 걸린 수학자들이 득실득실한 탑을 오겠다고? 껄껄.”
“뭐라고? 탑에 사람이 있어? 저주는 또 무슨 말이야!”
“네가 직접 보고나면 알겠지. 어디 한번 탑 꼭대기까지 올라와 보렴.
이제껏 꼭대기까지 온 녀석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껄껄껄.”
마왕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단은 탑으로 향했다.
“반드시 탑 꼭대기로 올라가 나를 잡아 온 이유를 알아내야 겠어!”

감옥에 갇힌 수학자

쾅쾅쾅쾅.
단이 탑에 들어서자마자 굉음이 울리며 탑의 문이 닫혔다. 이로써 단은 탑 안에 완전히 갇히게 됐다. 막상 탑의 입구가 닫히자 단은 두려워졌지만 용기를 내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변을 살펴보자 구석에 계단이 보였다.
“저 계단이 탑 꼭대기로 갈 수 있는 통로인가?”
위로 올라갈 통로를 찾던 단의 눈에 감옥에 갇혀 있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누…, 누구시죠?”
감옥 구석에 체념한 듯 앉아있던 남자는 단의 목소리에 헐레벌떡 창살 앞으로 달려와서 말했다.
“부탁이야. 나를 좀 구해줘! 여기서 빼내달라고.”
“마왕이 가둔 건가요? 아저씨를 가둬 놓은 이유가 뭐죠?”
“내 이름은 존 포브스 내시라네. 며칠 전 갑자기 이곳에 잡혀왔어. 내가 만든 수학 이론 때문에 화가 난 마왕이 내게 저주를 걸고 날 가뒀지.”
“그게 뭔데요? 저주를 걸어 놓았다는 건….”
내시와 말을 나누던 단은 창살 옆에 쓰여 있는 그림과 글자를 발견한 뒤 말을 멈췄다. 벽에 있는 그림에는 창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문제가 쓰여 있었다.
“여기 벽에서 움직이고 있는 죄수들은 뭔가요?”
“게임이론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야. 죄수의 딜레마. 마왕이 나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나를 죄수로 만들어 버렸어. 내가 게임이론이라는 수학 이론 발전에 큰 획을 그은 건 사실이지만…, 죄수의 딜레마 문제는 내가 아니고 프린스턴대 수학과 터커 교수가 만든 사례라고!”
“아저씨가 만든 문제도 아닌데 왜 아저씨를 가둬 놓은 거지요?”
“마왕은 수학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어. 그리고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을 매우 싫어하지. 아마 네가 잡혀 온 이유도 수학과 관련이 있을 거야.”
내시는 이제 울부짖다시피 말했다.
“여기에는 나 말고도 여러 수학자들이 갇혀 있는 듯해. 마왕이 수학자들에게 저주를 걸어 가뒀지. 아니, 어떻게 수학자와 관련된 이론을 저주로 걸 수 있지?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겠지만…. 그래! 마왕이 날 가두면서 갇혀 있는 수학자와 관련된 문제를 다른 사람이 해결해 내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어! 물론 기대하지 말라고 덧붙였지만….”

내시 균형을 찾아라

내시는 억울함에 횡설수설했지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말해줬다. 내시의 사연을 듣고 난 단은 반드시 내시를 구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시 아저씨, 제가 문제를 풀어 꼭 구해드릴게요! 아저씨의 연구에 대해 들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고맙네. 제발 날 꼭 구해주게. 음…,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내시는 잠시 동안 말을 하지 못하다가 곧 말을 이어갔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은 언제나 자신에게 최고로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한다고 주장했어. 이 이론은 약 200년간 유지됐는데 여기에 22살 어린 수학자가 반기를 들었어.”
“설마 그 이론에 반기를 든 사람이…!”
“맞아. 나였네. 게임이론을 공부하던 나는 다른 생각이 들었지.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여러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이익이 되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전략을 예상해 그에 대응하는 ‘차선책’을 선택하지. 그 선택을 내시균형이라 이름 붙였는데, 내가 이것을 말한 이후 사람들은 가장 일반적인 균형의 개념으로 이걸 사용하게 됐네.”
내시와 대화를 하고 나서 단은 문제가 있는 쪽을 다시 쳐다봤다. 문제 속에 있는 죄수들은 단을 조롱하듯 더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단은 정확한 정답을 맞혀 내시를 구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 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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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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