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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는 도로 관리자

시원하게 길을 뚫는 신호의 원리가 있다.

내 길은 언제나 녹색 신호등

주말을 맞아 영화를 보러 가는 길. 미리 예매는 했는데 버스가 말썽이다. 신호마다 죄다 걸리면서 마음이 자꾸 급해진다. 신호 체계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Ⅰ, Ⅱ, Ⅲ 교차로가 있다고 하자. 각 교차로는 400m씩 떨어져 있고, 모든 교차로에서 신호는 30초마다 녹색-적색으로 바뀐다. 버스가 시속 30km로 움직인다고 하면, Ⅰ에서 출발한 버스는 48초 뒤에 Ⅱ에 도착한다. 12초 동안 신호를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하면, 48초 뒤에 Ⅲ에 도착해서 또 12초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Ⅱ의 신호를 Ⅰ보다 18초 늦게 바뀌도록 만들면 어떨까? Ⅰ에서 출발한 버스는 Ⅱ에서도 녹색 신호를 받아 바로 통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Ⅲ의 신호를 Ⅱ보다 18초 늦도록 조절하면 Ⅲ에서도 녹색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Ⅲ의 신호는 Ⅰ보다 6초 늦게 바뀌는 셈이다. 이처럼 가까운 교차로끼리 신호 시간을 조절해 신호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신호 연동’이라고 한다.
 

신호연동


문제는 Ⅲ에서 Ⅰ로 오는 경우다. 36초에 Ⅲ을 출발한 버스는 Ⅱ에 84초에 도착하지만 24초를 기다려야 한다. 108초에 Ⅱ에서 다시 출발한 버스는 Ⅰ에 156초에 도착하므로 또 다시 24초를 기다려야 한다. 즉 신호 연동으로 양 방향의 교통흐름을 함께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이 막히는 방향과 시간대에 따라 신호 시간을 최적화하는 데 수학이 필요하다.
 

교차로가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교차로끼리 신호 시간을 조절하는 신호 연동제가 쓰이고 있다.
 


도로마다 맞춤 신호
 

광화문 사거리처럼 큰 사거리의 신호 체계는 직진 위주로 할 때 교통혼잡을 줄일 수 있다.


신호는 도로의 모양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거리에서 a에 있는 차는 b와 c, 2곳으로 갈 수 있다. b나 c에 있는 차도 각각 2곳으로 갈 수 있으므로 삼거리에서는 총 6가지의 교통흐름이 나온다.

이때 신호 체계는 c의 차를 멈춰 두고 a와 b의 차를 서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b를 멈춰 놓고 a와 c를 오갈 수 있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는 b와 c를 둘다 멈춰 두고 a에서 b, c 어디든 가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방법은 걷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은 방법이다. a, b, c 모든 방향으로 차가 다니기 때문에 걷는 사람이 길을 전혀 건널 수 없다.

사거리는 더 복잡하다. A에서 B, C, D로 가는 3가지 경우가 있고,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각각 3가지 길로 움직일 수 있다. 즉 사거리의 교통흐름은 3×4로 총 12가지다.
 

삼거리, 사거리에서의 교통흐름


A를 위한 신호 체계는 B, C, D를 멈춰 놓고 어디든 가게 할 수 있다. A에서 B로 가는 것과 C에서 D로 가는 것을 동시에 허락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다음 신호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각 방향마다 녹색 신호를 주다 보니 4번에 1번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진을 중심으로 하는 신호가 점점 많이 쓰이고 있다. 한 번은 A와 C를 오가게 하고 다음은 B와 D를 오가게 해 2번에 1번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A 위치에서 D로 가는 우회전은 교통흐름에 맡기고, B로 가는 좌회전은 직진 신호에 반대편 차가 없을 때 눈치껏 하는 비보호좌회전으로 바꾼다. 또는 일단 C로 직진한 뒤 U턴을 해서 B로 가거나, 우회전을 거듭해 D 위치에서 B로 가게 하는 P턴도 좌회전을 없애는 방법이다.


평면으로 부족하면 입체로
 

울산의 공업탑회전교차로는 여섯 갈래 길이 만나지만 가운데 교통섬을 중심으로 돌면서 큰 혼잡을 줄일 수 있다.


젊음의 거리 서울 마포구 신촌은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인다. 사람 못지않게 많은 것이 신촌오거리의 차다. 다섯 갈래의 길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는 복잡한 신호 체계 속에서 정신없이 움직인다. 놀랍게도 울산에는 여섯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이 있다. 오거리만 해도 이렇게 복잡한데 육거리는 오죽 할까. 다행히 이곳은 육거리 대신 회전교차로를 설치했다.

회전교차로에는 가운데에 둥그런 교통섬이 있다. 교차로에 들어선 차는 교통섬을 돌아서 원하는 길로 빠져나간다. 회전교차로에서는 모든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서로 양보하며 움직인다. 원을 따라 돌기 때문에, 정면이나 90˚충돌사고가 날 수 있는 사거리와 비교하면 훨씬 안전하고 교통흐름도 원활하다.

하지만 이런 평면도로에서는 서로 가는 방향이 달라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입체교차로다. 신호등이 없는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연결하는 곳에는 입체교차로를 만든다. 위아래 두 도로로 차가 다녀야하기 때문에 교차로의 높이는 4.5m를 훌쩍 넘는다.

이때 입체로 교차하는 두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경사지게 만든 부분을 램프라고 한다. 경사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램프는 회전 반지름이 큰곡선 모양으로 만든다. 동서남북에 각각 하나씩 램프를 설치한 곳은 전체 모양이 클로버잎을 닮았다고 해서 클로버형 입체교차로라고도 한다.

도시에는 크게 돌아가는 램프를 지을 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고가 도로의 형태로 입체교차로를 만든다. 동서와 남북으로 직진하는 차가 만나지 않으니 교통흐름도 원활하고 큰 사고도 줄일 수 있다.
 

입체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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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사진

    신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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