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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접기+자르기+수학=무한한 가능성!


 
“안녕, 코딱지들~!”
모두 코딱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만으로 감동 그 자체였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방송계를 떠났다가 우연한 기회로 돌아온 ‘종이접기 아저씨’ 때문이다. 어린 시절 매일 TV 앞에서 종이접기 아저씨를 만나던 엄마도 아빠도, 종이접기 아저씨를 처음 만난 아이들도 모두 색종이로 하나가 되었다. 종이접기 아저씨의 인기 비결은 뭘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리틀텔레비전’을 13회부터 정주행했다. 물론 얌체처럼 ‘종이접기 아저씨’ 부분만 골라 봤다. 어린 시절 종이접기 아저씨에게 열광하던 한 사람으로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아저씨의 손놀림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상하다, 종이접기 아저씨가 접기만 하는 게 아니네….’

인기는 가위질 덕분!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김영만 선생님(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은 ‘종이접기 아저씨’라기보다는 ‘종이공예 아저씨’다. 종이접기란 간단한 풀 사용 말고는 가위나 칼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접기만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선생님은 종이접기 뒤에 반드시 가위를 사용해서 뚝딱뚝딱 작품을 완성한다. 대표적으로 방송 첫 회에 나왔던 요술꽃 만들기와 스냅백 만들기를 살펴보자.



둘 다 둥근 색종이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부채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술꽃에는 꽃 부분에 가위질로 무늬를 만들어 넣었다. 물론 무늬가 없어도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이왕이면 예쁘게 만들기 위해 가위질을 더했다는 게 김 선생님의 설명이다. 이어진 스냅백 만들기에서는 평면이었던 색종이에 가위질을 해 머리에 뒤집어 쓸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김 선생님은 색종이뿐만 아니라 색도화지나, 색종이컵처럼 여러 가지 재료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종이접기에 가위질을 더해 작품의 완성도와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그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오리가미’를 자르면 ‘기리가미’


종이접기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왔기 때문에 정확한 기원을 알기 어렵다. 종이접기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중국 송나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종이접기가 ‘문화’로 발전한 데는 일본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일본어인 ‘오리가미’가 국제 표준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오리가미는 칼이나 풀 없이 종이 한 장으로 다리 6개 달린 곤충은 물론이고, 몸통 비늘이 100개도 넘는 물고기도 완벽하게 접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오리가미 기술이 단순한 종이접기를 뛰어 넘기 시작했다. 일본의 아키라 요시자와는 이전까지 한 사람의 개인기에 불과했던 종이접기의 체계를 갖췄고,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랭 박사와 미국의 전산학자 에릭 드멘은 계산 과학, 계산 수학 분야에 속하는 하나의 연구 주제로 만들었다.














기리가미의 첫 번째 열쇠는 ‘대칭’

그런데 여기에 자르기 기술이 더해졌다. 단순한 접기만으로도 못 만드는 작품이 없었는데, 자르기까지 더해지니 그 힘이 엄청나다. 이렇게 종이를 가지고 접기와 자르기로 작품을 만드는 분야를 ‘기리가미’라고 부른다.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기리가미에 대해 알아 보자. 기리가미 작품을 만들 때는 대칭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실수가 없다. 종이를 접는 방향이나 자르는 방법에 따라 무늬가 서로 다른 위치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 위 사진처럼 정사각형 색종이를 대각선이 만나도록 세모 접기를 세 번 한 다음, 한 장은 삼각형의 밑변에, 한 장은 삼각형의 빗변에 무늬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색종이를 원래대로 펼쳐보면 밑변에 무늬를 만들었던 종이는 십자가 모양의 무늬가, 빗면에 무늬를 만들었던 종이는 X자 모양으로 무늬가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자르기’를 어느 위치에 하느냐에 따라 무늬의 대칭이 달라지니, 기리가미에서 대칭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기리가미 전문 작가들은 대칭을 연구해 더 복잡한 무늬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기리가미의 두 번째 열쇠는 ‘기본 패턴’

이번에는 기리가미의 또 다른 핵심 열쇠인 기본 패턴에 대해 알아 보자. 자신을 ‘수학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미국 스토니브룩대 공과대학 조지 하트 교수는 여러 가지 재료로 수학적인 의미가 담긴 입체 구조물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그는 종이는 물론이고, 나무, 플라스틱, 금속, 칫솔, 연필 등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 하트 교수는 기리가미에도 관심이 많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기리가미에 활용하는 기본 패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트 교수는 ‘모듈’이라는 단어로 기본 패턴을 설명한다. 모듈이란 전체 구조물에서 기본이 되는 한 조각을 말한다. 하트 교수의 작품 ‘H 퍼즐’(왼쪽 사진)은 오른쪽 기본 패턴(모듈) 30개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기리가미의 기본 원칙에 따라 아주 얇은 나무 판자에 기본 패턴을 그리고, 레이저로 오려서 끼우는 방식으로만 작품을 완성했다.

하트 교수처럼 한 가지 기본 패턴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리가미 작가들은 여러 종류의 기본 패턴을 활용해 유명한 건축물이나 구조물, 또는 창작물을 만들곤 한다.
 
 


수학자들의 즐겁고 재미있는 고민~!

수학자들은 때때로 체스나 바둑, 마방진처럼 흔한 놀이 속에서 수학 원리를 찾기도 한다. 이 분야를 ‘유희 수학’이라고 부른다. 평소 유희 수학에 관심 있는 수학자들에게 오리가미나 기리가미는 늘 주목받는 연구 주제다.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랭 박사는 수학을 적극 활용해 오리가미 활동을 하는 전문 작가다. 그는 수학의 한 분야인 그래프 이론을 적극 활용해 ‘크리스 패턴’이라는 전개도를 만든다. 칼이나 풀 없이 종이 한 장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전개도다.

수학자들은 여기에 ‘한 번만 자르기’와 같은 조건을 붙여 유희 수학 분야에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 한 번만 잘라서 도형을 만드는 문제는 만들고자 하는 도형의 외곽선을 한 직선 위에 모으는 것이 해답이다. 종이를 접어 도형의 외곽선을 한 직선 위에 포개려면, 적절한 위치에서 산 접기 또는 계곡 접기를 해야 한다. 이때 수학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간단한 접기는 수학자들이 직접 위치를 계산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시 문제를 살펴보자.



[아이비 잎사귀 만들기

➊ 종이로 사진과 같은 아이비 잎사귀를 만들려고 한다. 이때 가위는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➋ 아이비 잎사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크리스 패턴(전개도)은 그림과 같다. 전개도 위에 표시된 굵은 선은 모두 접는 선으로, 갈색 선은 산 접기, 파란 선은 계곡 접기로 접으면 된다.

➌ 전개도가 인쇄된 종이를 세로로 길게 반으로 접고, 산 접기, 계곡 접기에 따라 차곡차곡 순서대로 포개 접는다. 이때 아이비 잎사귀의 외곽선(굵은 검정선)이 한 직선 위에 포개져야 제대로 접은 것!

➍ 포개진 선을 한 번에 자른 뒤, 다시 종이를 펼친다.

➎ 펼치면 아이비 잎사귀 완성!]
 
 
‘접어서 한 번만 자르기’ 문제는 1721년 일본의 수학자 칸 추 센이 쓴 <;수학 문제 모음>;에 처음 등장한다. 이 책은 당시 유행하던 다양한 수학 퍼즐을 책으로 묶어 낸 것으로, 접어서 한 번만 자르기 문제도 여기에 들어 있다.

기리가미가 역사적인 순간에 큰 역할을 한 일화도 있다. 1777년 미국의 국기 성조기를 처음 만들 때의 일이다. 이때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재봉사인 베치 로스에게 성조기에 오목 육각형 모양으로 된 별 13개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다. 13개의 별은 미국 독립선언 당시 13개의 주를 의미했다. 그러자 로스는 오목 오각형 모양으로 된 별을 제안한다. 오목 오각형 별이 육각형 별보다 만들기 쉽다고 주장하면서, 단숨에 종이를 접어 한 번만 자르기로 오목 오각형 별을 만들어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50번 정도 모양이 바뀐 성조기에는 오목 육각형 별이 아닌 오목 오각형 별이 있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 일화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베치 로스의 집을 방문하면 직접 종이를 접어 한 번만 자르기로 오목 오각형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코너가 있다.
 

기리가미는 이처럼 다양한 수학 퍼즐 문제의 중요한 열쇠로 활약한다.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의상 디자인이나 건축 분야, 더 나아가 의료 기술 발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종이접기 열풍이 불어온 만큼, 여가 시간에 눈을 피로하게 하는 스마트 기기는 잠시 내려놓고 색종이를 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2015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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