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연구에 대상자로 뽑히기 위해, 특별히 따로 준비한 개인기가 있습니까?
과학자들이 최근에 벼룩을 닮은 ‘벼룩 로봇’이나 뱀의 움직임을 흉내 낸 ‘뱀 로봇’ 등을 개발하면서 여러 동물의 꼬리에 관심을 갖게 된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동물마다 사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꼬리의 기능도 다를 수밖에 없지요. 저는 ‘멋진 꼬리 선발대회’에 출전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후보 사이에서 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인데, 제가 대상자로 뽑혔지 뭐예요. 아마 연구팀이 제 특별한 꼬리 모양의 매력에 흠뻑 빠졌나 봅니다.
꼬리 모양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특별한 건가요?
저는 원숭이나 뱀하고는 꼬리가 다른 모양입니다. 대부분 원통 모양의 가늘고 긴 꼬리를 가졌지만, 제 꼬리는 조금 특별합니다. 직육면체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모양이지요.
연구팀은 당신의 꼬리를 어떻게 관찰했나요?
연구팀은 제 꼬리가 다른 동물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기 위해 3D 프린터를 사용했습니다. 저를 수조에 넣고 제 꼬리의 모양과 크기를 자세히 관찰한 다음, 컴퓨터 그래픽으로 꼬리 모형을 설계하더군요. 꼬리의 골격 구조를 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제 꼬리 모형은 물론, 지름이 비슷한 원통 모양의 꼬리 모형도 함께 인쇄했습니다.
사실 저는 직접 이 실험에 참여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연구팀이 모두 저를 말리더군요. 처음에는 이유 없이 말리기만 하는 연구원들이 야속했는데, 실험 과정을 지켜보니 실험에 직접 참여했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더라고요. 연구팀은 인쇄한 꼬리 모형을 누르고 마구 비틀며 압력과 비틀림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제 꼬리 같은 직육면체 모양의 꼬리가 구조 상 원통 모양의 꼬리보다 강도가 높아 외부 손상으로부터 더 안전하고, 물건을 들어 올리는 힘도 더 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마 제가 직접 실험에 참여했더라면, 전 지금 인터뷰를 할 수 없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