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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황사는 봄에 많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4월은 1년 중 평균적으로 황사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기다. 그런데 지난 겨울, 최악의 황사가 들이닥쳤다. 12~2월 사이 서울에서 발생한 황사 일수는 총 6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겨울철 평균인 0.9일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 수치다. 올 봄에는 황사가 더 자주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떻게 황사로부터 우리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수학으로 황사에 똑똑하게 대비해 보자.


※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우리나라 환경부에서는 지름 10μm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2.5μm 이하는 ‘초미세먼지’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국가와 기관에 따라 지름 2.5μm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이 경우 초미세먼지는 1.0μm 이하로 정한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 사막지대, 황토 고원에서 시작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쪽으로 날아온다. 황사에는 각종 중금속과 오염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오랫동안 노출되면 감기나 천식, 기관지염은 물론 피부나 눈에도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황사가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흙먼지가 많이 발생해야 한다. 특히 날아오르기 쉬운 20μm(마이크로미터, 1μm=100만 분의 1m) 이하의 흙먼지가 많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흙먼지를 위쪽으로 들어올리는 강한 바람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북서풍이 불어 흙먼지가 우리나라까지 날아와야 한다.

중국에서는 지름 20μm 이상의 큰 입자가 보이지만,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황사 입자는 주로 그보다 작은 1~10μm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큰 입자들은 날아오는 도중 떨어져 내리지만, 작은 입자들은 멀리까지 날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까지 오는 흙먼지는 주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흙먼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먼지 입자의 지름이 10μm 이하면 모두 미세먼지다. 엄밀히 말하면 미세먼지와 황사는 다르다. 주요 성분에서도 차이가 난다. 황사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주로 흙 속 성분으로 이뤄져 있지만, 미세먼지는 황산염이나 질산염 같은 오염물질이 대부분이다. 황사에서 미세먼지를 강조하는 건 황사가 발생하면 미세먼지의 시간당 최고 농도가 평상시보다 약 29배 정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치명적인 건 표면적 때문

미세먼지는 폐암을 유발할 수 있어 심한 경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세먼지가 이토록 위험한 이유는 입자의 기하학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먼지는 콧털이나 기관지 점막에 부딪히면서 막힌다. 하지만 미세먼지, 특히 지름 2.5μm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2.5μm는 머리카락의 굵기의 약 25분의 1밖에 안 되는 값이다.

먼지의 양이 같아도 입자 하나의 크기가 작으면 먼지의 총 표면적은 커진다. 예를 들어, 모서리의 길이가 4cm인 정육면체의 겉넓이는 96(=4×4×6)cm²다. 이 정육면체를 한 모서리가 2cm인 8개의 작은 정육면체로 자르면, 표면적은 192(=2×2×6×8)cm²이 된다. 이를 다시 한 모서리가 1cm인 64개의 정육면체로 자르면, 표면적은 384(=1×1×6×64)cm²가 된다.

표면적이 크면 바람의 영향을 그만큼 많이 받기 때문에 공기 중에 더 오래 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인체에 유해한 대기 오염물질이 많이 붙을 수 있다. 게다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공기 중의 입자가 서로 충돌하고 뭉쳐서 더 큰 입자로 성장하게 된다. 오염물질과 뒤엉켜 무거워진 입자는 오염물질을 품은 채 고스란히 우리를 향해 떨어진다.

 
최고의 대책은 정확한 예측

보통 황사주의보는 시간 당 평균 흙먼지의 농도가 400μg/m³★ 이상으로 2시간 넘게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될 때 내린다. 황사 경보는 시간 당 평균 흙먼지의 농도가 800μg/m³ 이상으로 2시간 넘게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될 때 내린다. 황사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예측이 중요하다. 이때 우리는 수학을 활용한다.

먼저 중국 환경부의 지상 관측망과 국내 지상 관측망, 위성 자료 등을 통해 황사를 관측한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는 통계적으로 처리해 정리한다. 그러면 황사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황사 발생량은 흙의 종류와 상태, 식물의 양, 비가 내리는 양과 바람의 속도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요소와 황사 발생의 관계를 방정식으로 나타내고, 대기 중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수치 예보 모델이다. 여기에 기상 자료를 대입해 방정식의 해를 구하면 미래에 발생할 황사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학 모델은 황사예측모델‘ADAM2’로, 72시간 후까지 예측한다. 이 모델은 흙먼지가 발생해 이동하고 퍼져 나가는 과정을 ‘오일러리안 공간 모형’에서 시뮬레이션 한다. 수학자 오일러의 이름을 딴 오일러리안 공간 모형은 대기의 이동을 눈으로 보여 주는 일종의 가상 지구다.
 

미세먼지는 황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예보한다. 서로 다른 여러 모델을 이용해 24시간마다 미세먼지의 예상 농도를 각각 계산하고, 여기서 가장 많이 나온 값을 최종 예보 값으로 사용한다. 미세먼지의 농도에 따라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의 4가지 등급으로 나눈다. 최근에는 좀 더 정확한 예보를 위해 황사와 미세먼지를 하나의 모델로 통합해 동시에 예측하고 있다.

물론 수치 예보 모델에도 한계는 있다. 기상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통계 자료로는 실시간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 수치 예보 모델의 영역을 벗어나는 곳에서 들어오는 오염 물질도 계산에서 빠진다. 예보관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μg/m³ 농도의 단위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인 공간에 1만 분의 1g의 먼지가 있다는 뜻.
 

올해 황사는 보통 수준

올봄의 황사는 어떨까. 국립기상과학원 황사연구과의 김정은 연구사는 “지난 겨울에 강한 황사가 관측됐다는 것은 중국 지역에 덮여 있던 눈이 녹아 황사가 일어나기 좋은 조건이 이미 형성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보통 때보다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한 편이어서 황사 일수는 보통 때와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면서도, “현재 주요 황사 발생 지역이 고온·건조한 상태여서 일시적으로 강한 바람이 우리나라 쪽으로 불어오면 언제든 우리나라에 황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수학의 눈으로 기상청 예보를 유심히 살펴 보자. 딱딱하게만 보였던 지도 위의 기호와 숫자가 황사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는 방패로 보일 것이다.

2015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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