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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요리 치명적인 매력, E=mc²과 복어


 
복어는 닭고기처럼 쫄깃한 살과 시원한 국물을 선물해 줍니다. 그러나 그 맛은 치명적입니다. 복어의 내장과 알에 강한 독성이 있기 때문이죠. 잘못 손질한 복어를 먹고 죽거나 의식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물리학에도 복어처럼 치명적인 맛을 지닌 공식이 있습니다. 인류는 이 공식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고, 전기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끔찍한 무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과연 오늘의 식탁에는 어떤 치명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물리학자는 단순함을 사랑합니다. 누구보다 복잡한 현상을 다루지만 지루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은 질색합니다. 아무리 뒤죽박죽 엉켜 있는 현상도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물리학자의 꿈이자 임무입니다. 이런 점에서 아인슈타인은 모든 물리학자의 부러움을 살 만합니다.

바로 오늘의 메뉴 E=mc²(질량 에너지 등가법칙) 덕분입니다. E=mc²에는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에너지; E), 물질의 양(질량; m) 그리고 빛의 속도(c)가 그 주인공이죠. 원자에서 블랙홀까지 어떤 물리현상도 이 세 가지 개념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E=mc²의 진짜 매력은 우주가 어떻게 태어났고 살아가는지 알려 준다는 점입니다. 에너지와 질량, 그리고 빛이 어떻게 등호 하나로 엮이는지 이해하면 우주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겼지만 심오한 우주의 비밀을 품고 있는 E=mc², 가히 꿈의 공식이라 할 만합니다.

에너지와 질량은 하나다

달리는 기차에서 도로 위의 자동차를 봅시다. 자동차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리는 기차에서 빛을 본다면 어떨까요. 빛도 평소보다 느리게 보일까요? 청년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 엉뚱한 질문에서부터 E=mc²을 생각해냈습니다.

빛의 속도는 아무리 빠른 기차에서 봐도 똑같습니다. 또한 아무리 날쌘 기차도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죠.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 대신, 달라지는 건 시간과 공간입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질수록 물체의 길이는 줄어들고 시간은 평소보다 천천히 흐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상력은 시공간을 넘어 에너지에 이릅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리는 기차에 계속 연료를 공급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해진 겁니다. 이제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없으니,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져야 했죠. 아인슈타인은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에너지와 질량이 서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이전에는 누구도 하지 못한 생각이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물체의 질량이 에너지와 같을 거라곤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질량은 고유한 물체의 양이었고 에너지는 물체가 움직이거나(운동에너지) 높은 곳에 있어야(위치에너지) 생긴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상만으로, 에너지와 질량이 하나라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빛을 쏘는 기차

기차로 돌아가 봅시다. 기차 한가운데 있는 총이 양옆으로 빛을 발사합니다. 기차 안에 있는 미식가가 기차의 양 끝을 향해 빛을 발사합니다. 미식가가 보기엔 총은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정반대 방향으로 같은 양의 빛을 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기차를 본 고독한의 입장은 다릅니다. 고독한이 본 빛은 자신의 양옆을 비스듬히 지나갑니다. 이때 기차 안의 총은 앞을 향한 빛의 반동에 의해, 약간 뒤로 밀린 것처럼 보입니다.
누군가에겐 멈춰 있는 총이 다른 사람이 봤다고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기발한 발상으로 이 모순을 해결합니다. ‘빛이 나온 만큼 질량도 감소한다’는 생각이었죠. 질량(관성)이 줄어들면 그만큼 물체는 힘을 받습니다. 이 힘이 빛의 반동을 없애 주면서, 누가 봐도 총은 멈춰 있다는 게 아인슈타인의 설명이었습니다.
 

치명적인 매력, E=mc²

우리가 고기를 구워 먹고 컴퓨터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건 모두 E=mc² 덕분입니다. 시작은 태양입니다. 압력과 온도가 매우 높은 태양 안에서는 수소 원자 4개가 결합해 헬륨 원자 하나로 변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때 남은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면서 태양은 빛이 납니다.

태양빛은 모든 생명 활동의 근원입니다. 벼는 광합성을 통해 얻은 빛에너지로 자랍니다. 소는 풀을 먹으면서 힘을 냅니다. 조건이 맞을 경우, 식물과 동물은 썩어서 석탄이나 석유가 됩니다. 사람은 석탄과 석유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벼와 소를 먹어 영양분을 얻습니다.

E=mc²이 항상 생명을 살리는 일만 해온 건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는 전쟁을 한 방에 끝낼 무기를 만드는 계획에 착수합니다. 마침 미국에는 나치를 피해 온 수많은 유럽의 물리학자들이 있었고, 누구보다 나치의 끔찍함을 알던 이들은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계획에 적극 참여합니다.

이들이 주목한 건 바로 원자핵이 쪼개지는 핵분열이었습니다. 원자핵의 질량이 감소하면서 생긴 에너지를 이용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만들기로 한 거죠. 바로 핵폭탄입니다. 여러 번의 실험 끝에, 폭탄은 완성됩니다.

1945년 8월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핵폭탄이 떨어집니다. 그 결과, 두 도시는 완전히 파괴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크게 후회합니다. 자신이 밝혀낸 진리가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 쓰였기 때문이죠. 그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핵무기를 없애자고 주장했습니다.

핵분열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화석 발전에 비해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나오지 않지만, 한 번 사고가 생기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한양일미, 한강 복어

복어는 E=mc²처럼 치명적인 맛이 있는 생선입니다.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 그리고 시원한 육수는 어느 고기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복어의 알과 내장에는 청산가리보다 10배는 강한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이 있습니다. 해독제도 없기 때문에 함부로 복어를 먹었다간 큰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손질한 복어만 먹어야 합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조선시대 한강은 복어로 유명했습니다. 한양의 미식가들은 요즘 같은 늦봄만을 기다렸습니다. 복숭아꽃이 활짝 핀 한강 하구는 복어와 복어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복어로 국을 끓여 통통하게 오른 살과 시원한 국물을 즐겼습니다.

당시 사람들도 복어를 잘못 먹으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찬물에 담가 두거나 절구에 찧어서 복어의 독을 제거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현재처럼 과학적이진 못했고, 봄이 되면 치명적인 맛과 목숨을 바꾸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이어졌습니다. 겁이 나서 복어를 포기하는 사람도 생겨났지만, 복숭아꽃 피는 봄이 되면 늘 한강에는 복국을 찾는 미식가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E=mc²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완벽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아름다운 우주의 진리를 이용해 끔찍한 핵무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복어에서 제대로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큰 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아무리 훌륭한 공식이라도 이를 올바르게 쓰는 건 우리 인간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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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이한기(dryhead@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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