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잉~” “쿵쾅 쿵쾅” “디그덕 디그덕”
무한상상실의 첫 인상은 마치 아기자기한 공장 같았다. 한쪽에서 드릴과 망치질 소리가 이어졌고, 다른 편에선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독자기자단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무한상상실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번엔 커다란 파란색 스크린이 나타났다. 무한상상실을 안내해 주던 김혜진 디자이너는 “스크린을 이용하면 일기예보처럼 그림이나 영상을 배경으로 합성할 수 있다”며 “이곳에서 실제 영화 촬영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김 디자이너는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했다.
“이곳에서는 잘못하다간 크게 다칠 수 있어요. 헐렁한 옷이나 긴 머리가 기계에 낀다고 생각해 보세요. 반드시 작업복과 머리띠를 착용해야 해요. 특히 그 날 몸 상태가 안 좋다 싶으면 무리하지 말고 쉬는 것이 좋답니다.”
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3D 프린터실로 발길을 옮겼다.
아이디어를 눈 앞에서 실현하는 3D 프린터
“3D 프린터가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요?”
3D 프린터실을 담당하는 강수명 엔지니어의 질문에 기자단은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다양한 추측을 쏟아냈다.
“3D 프린터가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84년입니다. 당시엔 AM 혹은 RP라는 이름으로 불렸죠. 널리 쓰이기 시작한 건 특허가 풀린 2005년 이후의 일이죠.”
기자단은 생각보다 오래된 3D 프린터의 나이에 놀란 눈치였다. 강 엔지니어는 독자기자단이 미리 보내온 모델을 직접 3D 프린터로 뽑기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3D 프린터를 거쳐 우리 눈앞에 오기까지는 보통 3단계를 거친다. 먼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물건을 3D 입체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3D 맥스나 스케치업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담긴 무언가를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
다음 과정은 슬라이싱(편뜨기)이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3D 프린팅은 기본적으로 아래에서부터 재료를 쌓아올려 물건을 만든다. 따라서 모델을 얇은 면으로 잘게 편뜨는 과정이 필요하다. 감자와 감자칩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이제 얇은 면을 차곡차곡 쌓는 일만 남았다. 인쇄 속도를 입력하면 3D 프린터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 주변 환경에 맞게 온도와 습도를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름에는 재료가 녹아내릴 수 있고 겨울에는 너무 빨리 굳을 수 있다.
독자기자단이 직접 프린팅 속도를 입력하자 3D 프린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자단은 강 엔지니어에게 3D 프린터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Q 작은 물체를 만들 때, 인쇄 속도를 줄이는 이유는 뭔가요? 김경민(대성중3)
A 속도가 빠르면 작은 범위는 쉽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속도가 빠를수록 프린터가 더 흔들리는 것도 문제죠. 작은 물체를 인쇄하는 경우 이런 오차는 치명적이기에, 평소보다 느리게 인쇄해야 합니다.
Q 3D 프린터로 사람에게 이식할 뼈도 만든다고 들었어요. 안전에는 문제가 없나요? 이경림(마산 호계중2)
A 애초에 인체에 무해한 재료만 쓰기 때문에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치과 보형물이나 인공 심장은 이미 3D 프린터로 만들고 있답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3D 프린터로 배양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Q 3D 프린터가 우리 일상에서 쓰이려면 어떤 발전이 있어야 할까요? 안혜영(내포중3)
A 실패 확률을 줄여 3D 프린터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인쇄가 너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정확히 만들 수만 있다면 시간은 큰 문제가 아닐 겁니다. 아이폰을 사기 위해 밤새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집 쇼파에서 아이폰이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을까요?
강 엔지니어는 3D 프린터의 가능성이 앞으로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허가 공개돼 있어 누구나 쉽게 기술에 접근할 수 있고, 쓸 수 있는 재료에도 이론적으론 한계가 없어요. 3D 프린터로 핫케이크 같은 음식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유명한 초콜렛 회사가 올 여름 ‘초콜렛 프린터’를 출시한다는 소식도 있어요.”
기자단은 3D 프린터가 임무를 완수하길 기다리며 상상노하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한상상실에 대해 알아보자!
독자기자단은 이번 탐방을 기획한 송선희 선생님과 무한상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Q 무한상상실은 어떻게 처음 만들었나요? 고건(원주 삼육초5)
A 무한상상실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팹랩을 참고해서, 장비를 갖추고 엔지니어의 도움을 직접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죠. 2014년 8월 드디어 이 곳 과천과학관에 처음 무한상상실을 만들었답니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 무한상상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Q 찾아가는 무한상상실에선 어떤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나요? 이재교(광남중2)
A 손쉽게 접을 수 있는 자동차, 카드 사용량을 알려 주는 스마트 지갑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어요. 이 중 이미 몇몇은 외국에서 실제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나만의 멜로디 카드 만들기
상상노하우실에서는 금색 테이프와 동그란 전지, 그리고 조그만 멜로디 회로가 독자 기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자회로 만들기를 담당하는 박영희 디자이너가 설명을 시작했다.
“앞에 보이는 금색 테이프에는 전기가 흘러요. 전선이라 같다고 생각하면 되요. 테이프를 이용해 자신만의 멜로디 카드를 만들어 보세요.”
기자단은 초록색 종이 위에 이리저리 테이프를 붙어가며 자신만의 멜로디 회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각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박 디자이너는 납땜을 하면 전기가 더 잘 통해 소리가 잘 나올 거라고 알려줬다. 기자단 대부분이 처음 해보는 납땜이었지만, 박 디자이너의 도움 속에 모두 무사히 회로를 완성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따라라라 따라라라~”
여기저기서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멜로디 카드를 완성하고 3D 프린터실로 돌아가자, 수학동아 기자단이 미리 보낸 모델이 눈앞에 완성돼 있었다. 기자단은 말로만 듣던 3D 프린터의 실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단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3D 프린터가 일반인도 쉽게 쓸 수 있고 우리 생활에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는 소감을 남겼다.
무한상상실은 언제나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당장 무한상상실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