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함수’ 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의 처방전은 서울 성산중학교 양윤진 선생님께 받았습니다. 양윤진 선생님은 올해로 9년째 학생들에게 즐거운 수학을 가르치고 계시고, 올해1월부터는 교육방송(EBS) 강의도 맡고 계신 인기 만점 선생님이세요. 양 선생님은 특히 학생들과 직접 마주하는 수업 현장에서 온 정성을 쏟으시기로 유명하시죠. 오늘은 특별히 양윤진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성산중 2학년, 3학년 학생 6명과 함께했습니다.
선생님, 궁금합니다!
●선생님, ‘함수’는 왜 배워야 하나요?
사실 함수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시작돼 약 3000년간 진행돼 왔다고 해요. 근데 학생들은 이를 한두 달 만에 배워야 하니까 어찌 보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학생들이 함수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함수가 왜 필요한지 배우기 전에 함수와 관련된 개념과성질을 무작정 통째로 외우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재미도 없고, 공부의 필요성도 못 느끼는 두꺼운 국어사전을 모두 외우라고 한다면, 공부할 엄두가 안 나는 것과 같은 이유죠.
함수와 친해지고 싶다면 다른 것보다 함수를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수는 변화하는 두 양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는 수학적인 도구입니다. 잠깐 책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생활은 항상 변화하는 것들로 가득해요. 차이가 있다면 이 변화가 규칙적인지 아닌지,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지 아닌지 정도겠죠.
예를 들면 휴대전화 요금과 사용 시간과의 관계, 학교와 도로 사이의 거리와 소음과의 관계, 욕조에 채워지는 물의 양과 시간과의 관계, 온도와 불쾌지수와의 관계, 내려받을 파일의 용량과 시간과의 관계처럼 두 양 사이에 존재하는 규칙이 모두 함수거든요.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규칙성을 발견하고 이해하면,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요. 바로 함수 때문에 가능한 거죠. 만약 함수가 없다면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 알고 넘어갈 거예요. 하지만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둘 사이의 규칙을 식으로 나타내, 둘 사이의 관계를 비교할 수 있고 더 복잡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함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학교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반 번호부터, 친구와 다르게 정해진 휴대전화 번호, 우리 집 주소 등을 보면 우리는 이미 생각보다 많은 함수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니까요.
한 걸음 더
여러분은 12쪽 화이트보드에 적힌 문제의 답을 고민해 봤나요? 이 문제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문제예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우는 함수의 그래프는 정의역에 따라 점 또는 직선으로 그려요. 따라서 주어진 함수식 x=2의 그래프를 점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직선으로 표현해야하는지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되죠. 또한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x = 2가 일차함수인가에 대한 물음이에요.
일반적으로 그래프를 요구하는 함수문제에서 일정한 정의역을 제시하지 않으면, 실수 전체가 정의역에 해당하므로 x =2 그래프는 점이 아닌 직선으로 나타내는 게 맞아요. 또한 일차함수는 x의 값에 따라 만족시키는 y의 값이 하나만 존재해야 하는데, x=2는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므로 주어진 식은일차함수는 아니에요. 참! x 절편을 묻는 문제에서 x =2라고 답을 쓰는 학생들이 종종 있는데, x 절편을 x =2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에요.‘x 절편 : 2’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선생님만 알고 있는 비밀
●선생님, 함수와 방정식의 차이를 설명해 주세요.
함수 단원은 방정식 단원과 비교해, 해를 구하거나 정해진 방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단원이 아니어서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함수와 방정식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요. 동전은 앞뒷면에 새겨진 문양만 다를 뿐이듯이 서로 공부하는 목적이 달라서 우리가 대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뿐이죠. 함수를 공부하는 목적은 변하는 두 양 사이의 관계와 그래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있고, 방정식을 공부하는 목적은 해를 구하는 데 있거든요. 예를 들어 설명할게요.
문제
다음은 두 일차방정식의 그래프이다. 두 일차방정식 x-y=1, x +2y = 4의 해를 구하라.
주어진 문제를 함수로 접근한다면 주어진 일차방정식을 y=ax+b꼴, 즉 y=x-1, y=-1/2x+2로 바꾼 뒤, 두 그래프의 교점을 알아내 해를 구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방정식으로 받아들이면 그래프는 보지도 않고, 연립방정식의 가감법을 이용해 x = 2, y =1과 같은 해를 구하고 넘어갈 거예요. 객관식문제라면 방정식을 이용해 빠르게 해만 구하면 되지만, 서술형 문제라면 함수적 접근을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죠?
성산중 학생들의 생 생 노하우
기자는 성산중학교 2학년 11반 교실에서 양윤진 선생님의 애제자 6명을 만났어요. 특별히 평소 수학 공부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친구들이었죠.
오늘의 주제가‘함수’인 만큼 그동안 공부했던 함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함수를 배우고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 어려웠던 점과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비결을 물어봤어요.
2학년 김가은, 김정은 양은 함수를 공부할 때 함수식으로 표현된 문제를 그래프로 나타내 해결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개념을 공부하는 데 충실했다고 해요.
함수를 3년 동안 살펴본 3학년 학생들의 대답은 좀 더 구체적이었어요. 3학년 박태원 군은 “주어진 함수식에 따라 기본 그래프 개형을 머릿속에 먼저 그리고 문제를 풀면 좀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고 설명했어요. 이에 한성종 군은“이 역시도 개념공부를 충실히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덧붙였어요.
또한 장관호 군은 수학 문제를 풀 땐, ‘어떻게 풀지?’ 하고 겁을 먹기보다는 뭐든 풀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문제집을 여러 권 사야 할 때는 서로 다른 노하우를 담고 있는 문제집을 고르는 게 현명한 것 같다고 자신만의 비법도 전했고요. 늘 1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정유진 양은 같은 문제라도 정답을 구했다고 넘어갈 게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는 서로 다른 풀이방법을 항상 생각하는 게 비법이라고 공개했지요.
양윤진 선생님의 ‘함수’ 정복 비법 전수!
우선 하나의 함수를 공부할 때는 반드시 대응표, 그래프, 관계식으로 모두 표현하는 연습은 필수입니다. 이제 학년별로 함수를 공부할 때 꼭 알아두어야 할 핵심 요점을 공개할게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우선 주어진 관계가 정비례관계인가 반비례관계인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두 관계를 나누는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죠.
또한 함수의 정의와 이에 관련된 용어(정의역, 치역, 함숫값 등)의 정의를 잘 알아두어야 합니다. 활용문제를 풀기 위해선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거든요. 함수의 그래프를 좌표평면 위에 바르게 나타내는 연습도 필요하고요.
2학년 학생들은 일차함수의 조건을 기억해야 해요. 여러 함수식과 방정식을 섞어 놓은 다음, 일차함수를 고르라는 문제는 시험에 반드시나오거든요. 또한 일차함수 그래프의 기본 모양은‘직선’이라는 사실도 잊지 마시고요. 함께 공부하는 기울기와 절편의 개념, 기울기 변화에 따른 그래프의 평행이동도 놓치지 마세요.
3학년 학생들은 이차함수 그래프 모양의 핵심이 ‘대칭’ 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 두세요. 주어진 그래프를 관찰해대칭축과 꼭짓점을 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최댓값과 최솟값으로 연결돼 고등학교 과정으로 확장되는 발판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프를 얼마나 잘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수학 실력이 확~ 차이가 날 겁니다. 이번 기회에 함수 단원을 잘 정리해서 모든 독자가 함수를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네요.호호.
도전! 나만의 수학문제 만들기
양윤진 선생님께서는 수학이란 밤하늘의 빛난 별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망원경이라고 답변해 주셨어요.털이 나고 못생긴 겉모습과 달리 먹어본 사람만이 그 속의 달콤한 맛을 아는 키위처럼,‘수학’도 그참맛을 아는 자만이 즐길 수 있다는 멋진 말과 함께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수학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해 주셨어요. 다음 예시를 보고,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나만의 수학문제를 만들어 보세요!
예시
변하는 두 양 x와 y에 대한 관계식이 일차함수 y=x+3과 관련된 실생활 문제를 만들어보자.
풀이
문제
응애응애~. 한적한 시골 별빛산부인과에서 어떤 산모가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태어나자마자 측정한 아기의 몸무게는 3kg이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아기는 잘 먹고, 잘 자며 무럭무럭 자랐다. 이아기는 매주 1kg씩 늘어나 현재 몸무게는 13kg이다. 이 아기는 태어난 지 몇 주가 지난 걸까?
답(재해석)
아기가 태어난 뒤 흐른 시간(주)을 x, 아기의 몸무게를 y라 하자. 이는 관계식 y=x+3을 만족시킨다. 따라서 문제에 주어진 값을 각각 x와 y에 넣으면 13=x+3이므로, 아기는 태어난 지 10주가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전
변하는 두 양 x와 y에 대한 관계식이 일차함수 y=-2x+100과 관련된 실생활 문제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