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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의 비밀 복잡계 연결망

미래를 여는 수학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군 것 중 하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기부 이벤트로 벌어진 이 행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 등의 유명인사가 참여하면서 전세계에 유행처럼 번졌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가 자리잡고 있고, 이들 연구의 중심에는 수학이 있다.

복잡계 연결망의 뿌리는 그래프 이론!


최근에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사나 제품이 나오면 바로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이를 올리고 자신의 의견을 달아 많은 사람과 소통한다. 때로는 의견이 다른 사람과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특정 사건에 의혹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처럼 SNS의 활용이 커지면서 마케팅이나 정치 전략에 이용하기 위해 SNS 연결망을 연구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를 ‘복잡계 연결망’ 연구라고 한다.

복잡계 연결망은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시스템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과 변화 등을 다룬다. 그런데 이 연구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수학의 한 분야인 ‘그래프 이론’을 만나게 된다.

그래프 이론이란 특정 집단 내의 대상들 간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는 것으로, 18세기 오일러가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를 다룬 것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1852년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학생인 프랜시스 구드리가 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질문은 바로 “지도를 색칠할 때 인접한 국가를 다른 색으로 칠한다면 어떠한 지도라도 4개의 색만으로 칠할 수 있는가?”인데, 이는 ‘4색문제’로 잘 알려져 있다.

복잡계 연결망은 방대한 양의 연결망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에 발전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자료를 확보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한 복잡계 연결망 이론 분야의 발전은 가히 개벽이라 불릴 만한 변화를 겪으며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4색문제(4색정리)

4색문제는 평면을 유한개의 부분으로 나눠 각 부분에 색을 칠할 때, 서로 이웃하는 영역을 다른 색으로 칠해야 한다면 네 가지 색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프랜시스 구드리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수학자들은 그래프 이론을 이용해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끝내 수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지난 1976년 6월 케네스 아펠과 볼프강 하켄이 컴퓨터를 이용해 증명했다.

SNS 친구 수는 거듭제곱분포를 따른다!

가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나도 좁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몇 다리만 건너면 유명인이 나와 연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특성을 ‘좁은 세상 현상’이라고 한다. 이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단번에 연결시켜 주는 지름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연결되는 과정에는 뉴욕에 사는 내 친구 알렉스라는 지름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를 유심히 살펴보면 유난히 많은 사람과 친분을 맺고 있는, 소위 ‘마당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당발이 생기는 이유를 연결망의 진화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 ‘척도 없는 연결망’인데, 여기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수의 마당발이 존재한다. 친구 수의 분포가 ‘거듭제곱 분포’를 따르기 때문이다. 거듭제곱 분포는 각종 자연과 사회현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관련성을 표현하는 모델이다.
 

SNS에서는 복잡계 연결망을 이용해 소셜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정보를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적합한 친구를 추천한다. 단순한 친구 추천을 넘어서서 어떤 사람이 SNS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파해야 가장 효과적인지도 연구한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이나 선거 전략에도 응용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단지 마당발에 해당하는 사람을 공략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더 중요한 마당발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본인만 마당발이고 친구들은 마당발이 아닌 사람보다는 친구들도 마당발인 사람이 중요하다.

SNS에서는 마당발의 정의 또한 다양하다. 한 예로, 트위터에서 팔로워가 많은 사람과 리트윗을 많이 받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마당발일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각 연결망이 갖는 특성을 이해하고, 연결망 내에서의 정보 확산이 어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래야 진짜 마당발을 찾아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부터 안보까지! 다양한 복잡계 연구

교통망, 전력망, 인터넷과 같은 공간 연결망 역시 복잡계 연결망의 연구 분야다. 복잡계 연결망의 연구를 통해 도로와 대중교통 노선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연구를 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고속도로를 진·출입할 때, 지하철과 버스를 승하차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하이패스와 티머니와 같은 비접촉식 카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를 통해 모든 차량과 승객의 이동 경로와 같은 정보가 상당히 자세하게 저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 덕분에 사람들의 교통수단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교통 노선을 바꾸었을 때 전체 노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전력망과 인터넷망은 안보와 연결된 연구 분야기도 하다. 최소의 공격으로 사회 전체의 전력망이나 통신망을 망가뜨리거나, 백신의 방어가 이루어지기 전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힐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전략은 미래 전쟁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연결되는 국제전화나 인터넷은 모두 관문 역할을 하는 몇 개의 전화국을 통한다. 따라서 모든 전화국을 공격할 필요 없이 이들 전화국에 타격을 입히면 국가 전체의 통신망을 망가뜨릴 수 있다. 실제로 오래 전 서울의 한 전화국에 화재가 발생했을 뿐인데 국제전화 전체가 불통된 적이 있다.(해당 전화국을 밝히는 것 역시 우리나라의 통신망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가 된다.)

하지만 마당발에 해당하는 ‘허브’를 공격하더라도 전체가 마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브리지’로 연결한 경우로, 망가진 회선만 차단하면 다른 회선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여기서 브리지란, 문제가 생겼을 때 막을 수 있도록 회선을 여러 개로 나눠 놓는 것이다.

복잡계 연결망 분야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그 토대가 되는 데이터의 수집이 이루어진 것이 불과 15년 정도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복잡계 연결망 연구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의 실타래를 풀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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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정우성 교수
  • 사진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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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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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tockphoto
  • 진행

    조가현(gahyun@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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