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꼼짝 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야, 은대구! 너 또 꿈 꿨냐? 정신차려 임마~. 잠복하다가 졸면 어떡해!”
헉헉…. 꿈이었구나~.
우리는 전국 최고의 범인 검거율을 자랑하는 경찰청 수사본부에 소속된 새내기 형사들. 전설적인 검거왕 서판석 반장에게 지옥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다. 서 반장이 지목한 용의자의 집 앞에서 벌써 3일째 잠복 중이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대구야, 어수선한테 문자가 왔는데…. 서 반장이 실종됐대!”
“뭐? 서 반장이?”

서 반장을 찾아라! 단서➊ 지진과 범죄의 공통점은?

대구의 수사 일지


서 반장이 실종된 지 벌써 3일이 지났다. 서 반장을 찾기 위해 수사 일지를 쓰다니…. 반장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반장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바로 그의 집 앞. 퇴근하고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을 경비원이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우리 새내기 형사 네 사람은 반장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의 집으로 왔다. 하지만 감시카메라에 기록된 영상을 살펴봐도 집에 들어간 뒤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집안은 평소 반장의 성격처럼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다. 역시 집에 강도가 든 것 같지는 않다.
앗! 그런데 이 사진은 뭐지? 지진이 일어난 곳을 찍은 것 같은데?

수학으로 범죄가 일어날 장소와 시간을 예측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인류학과 제프리 브랜팅햄 교수와 산타클라라대 수학과 조지 몰러 교수는 지난 2011년, 범죄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범죄를 예측한다는 것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인류학자와 수학자가 공동으로 연구를 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오랫동안 세계 곳곳의 원시 부족을 연구해 온 브랜팅햄 교수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인간의 행동도 일정한 규칙에 따라서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뉴턴이 운동의 법칙을 수식으로 기술했듯이, 인간의 규칙적인 행동 또한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공감한 조지 몰러 교수가 연구에 동참한 것이다.

두 교수는 범죄 현상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살펴보던 중 두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는 범죄가 발생하는 패턴이 마치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서로 다른 범죄조직이 충돌하는 경우, 한 번의 충돌이 연쇄적인 보복 행동을 불러오면서 특정 지역에 범죄 지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이같은 범죄 패턴이 캘리포니아지역에서 자주 일어나는 지진의 패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곧이어 주변 지역에서도 잇따라 여진이 일어나는데, 그 패턴이 범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과 범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지진이 한 번 일어나면 며칠 이내에 여진이 일어나는데, 마찬가지로 범죄도 한 번 일어나면 며칠 내에 후속 범죄가 인근 지역에 몰려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진학자들은 캘리포니아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뒤따르는 여진을 예측하는 수학 공식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그 사실을 확인한 조지 몰러 교수는 같은 공식을 후속 범죄 예측에도 활용하기로 했다. 그 공식은 지도상의 각 지점의 범죄 발생률($λ$)이 주변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의 양($μ$)과 최초 사건에 뒤따르는 범죄의 분포(G)를 더한 값과 같다는 것이다.

두 학자는 이 수식과 로스엔젤레스지역에서 80년간 일어난 약 1300만 건의 범죄 데이터를 이용해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인 ‘프레드폴’을 만들었다. 프레드폴은 과거 범죄 데이터와 매일 새로 일어나는 범죄 데이터를 이용해서 12시간 이내에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가로세로 500m 단위의 정사각형 범위로 예측해서 알려 준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에서 이 프로그램을 약 4개월 동안 시행한 결과, 전년도에 비해 절도범죄는 약 13%, 강도범죄는 22%가 줄어들었다. 현재 이 범죄 예측 프로그램은 미국 150개 경찰서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서 반장을 찾아라! 단서➋ 멧돼지가 가리키는 곳은?

“반장은 범죄예측시스템으로 무얼 알아보려 한 걸까?”
동료들과 반장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알람이 왔다. 놀랍게도 서 반장이 올린 게시물이었다!
“삼각지대에 멧돼지 출현!”
“도대체 이건 뭘 말하는 거지? 반장이 멧돼지가 출몰하는 삼각지대에 있다는 뜻인가? 삼각지대가 어디지?”

데이터+좌표=새로운 정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글과 사진만으로도 그 사람이 있는 위치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게시물을 올릴 때 위치 정보를 함께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컴퓨터 및 정보과학부 앨런 미슬로프 교수는 위치 정보가 저장된 트위터 게시물 2억 7500만 건을 좌표 위에 점으로 표시해서 세계지도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개별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지리정보들을 이용해 특정한 현상의 원인처럼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분석 도구를 ‘지리정보시스템(GIS)’이라고 한다.

보통 지리정보 분석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는데, 모든 지리정보 분석 프로그램은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도를 좌표평면 삼아서 그 위에 지리정보를 표시한 결과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도가 좌표평면 역할을 한다면 원점은 어디로 정해야 할까? 이때는 각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세 가지 기준점을 중심으로 상황에 맞게 지도를 그린다. 기준점이 세 가지인 이유는 지구의 모양이 평면이 아닌 구형이기 때문이다. 기준점을 하나로만 둘 경우 지도상의 위치와 실제 위치 사이의 오차가 커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해발고도가 0인 지점인 중부원점과, 국토의 동쪽과 서쪽에 각각 치우쳐져 있는 동부원점, 서부원점을 기준점으로 사용한다.

이 세 원점은 해당 지역 주변을 정밀하게 표시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이동하는 동안 계속 지도를 표시해야 하는 경우 기준이 되는 좌표를 계속 바꿀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내비게이션처럼 지리정보를 활용하는 분야에서는 약간의 오차가 있더라도 위치에 따라 좌표계를 바꿔 줄 필요가 없는 ‘카텍좌표계’를 많이 활용한다. 카텍좌표계는 제주도 인근 바다 위에 기준점을 잡은 좌표계로, 전국 어디서나 10m 이내의 오차범위 안에서 지리정보를 지도 위에 표시해 준다.

이렇게 좌표 개념을 이용해 지리 정보를 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롭고 다양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전국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고 농작물을 파헤치는 멧돼지 피해를 막는 데도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수학동아>;는 지리정보 분석 기업인 Biz-GIS의 도움을 받아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5월까지 멧돼지 출몰 신고를 받고 기록한 위치 정보를 지도 위에 표시했다. 이를 위해서 먼저 멧돼지 출몰 장소의 주소를 카텍좌표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카텍좌표로 변환된 서울시 멧돼지 출몰 정보를 지도 위에 표시하자, 아래 그림과 같은 분포가 나타났다. 결과를 보면 특히 멧돼지가 출몰하는 지역이 상명대와 국민대, 성균관대로 이어지는 삼각형 안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멧돼지가 출몰하는 삼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를 잘 살펴보면 멧돼지가 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나타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삼각지대 북쪽에 자리잡은 북한산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멧돼지들이 인공 구조물인 터널로 인해 생긴 길을 따라 도심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멧돼지들의 이동 통로가 되는 터널 주변에 철조망 등의 장애물을 설치하면, 멧돼지의 출몰을 줄일 수 있다.

서 반장을 찾아라! 단서➌ 방독면과 책가방의 교집합은?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멧돼지가 가장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찾아간 우리는 그 곳에서도 서 반장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찾아낸 거라곤 멧돼지 발자국 주위에 놓여 있던 어린이 책가방뿐이었다. 그때 지국이가 가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라? 학생 가방에 웬 방독면이지?”

지도 속 비밀 찾는 수학 원리!


지리정보시스템에서는 각종 정보를 지도 위에 표시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수학적 분석 기법이 활용된다. 주소 정보가 x와 y좌표로 표시된 순간부터 수학적인 분석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단순한 수학 공식들은 좌표 위의 정보들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푸는 강력한 열쇠가 된다.

예를 들어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전국의 화학물질 사용 공장과 화학물질의 이동상황, 그리고 각종 오염 사고의 내용을 공개하는 화학물질정보시스템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화학물질과 관련된 주소 정보를 내려받으면 멧돼지 출몰 지역을 분석했던 것처럼 지도 위에 전국의 화학물질 현황을 나타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이 있는 곳 주변에 어린이집이나 학교 같은 교육시설이 위치해 있는 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전국의 교육시설 주소를 좌표로 변환해서 지도 위에 함께 나타내 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좌표 위에 화학물질과 교육시설 분포도를 작성하고 나면, 위험지역에 교육시설이 얼마나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지리정보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수학 원리를 이용해서 분석 기능을 수행한다.

위험지역 표시는 원의 방정식으로

화학물질이 위치한 곳과 교육시설을 지도 위에 표시한 다음 단계는 화학물질 위험구역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수학 원리가 바로 ‘원의 방정식’이다. 화학물질로부터 반경 500m에 해당하는 위험지역을 방정식을 세워서 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도 위 (12345, 23456)이라는 지점에 있는 화학물질 반경 500m’라는 위험지역은 (x-12345)²+(y-23456)²=500²라는 방정식의 모든 해를 좌표 위에 표시한 것이 된다.
 

위험지역 포함 여부 판단은 직선 긋기로

위험지역을 표시한 뒤에는 그 안에 교육시설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리정보시스템에서는 ‘선긋기’ 방법을 활용한다. 만약 어떤 점이 특정한 영역 안에 포함될 경우, 그 점에서 바깥 방향으로 무한한 선을 그었을 때 영역을 나누는 경계선과 만나는 교점의 개수는 항상 홀수 개가 된다. 반대로 한 점이 해당 영역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점에서 뻗어나간 직선과 영역의 경계가 만나는 교점의 개수는 항상 짝수개가 된다.
 

거리 계산은 피타고라스 정리로

위험지역 안에 교육시설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알게 되면, 두 지점 사이의 거리도 궁금해진다. 이때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한다. 피타고라스 정리가 좌표 위 두 점 사이의 거리 계산에 쓰이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길이의 제곱이 나머지 두 변의 길이를 각각 제곱해서 더한 값과 같다는 원리이다. 좌표 위에서는 두 점의 x좌표와 y좌표의 차를 제곱한 것이 바로 나머지 두 변의 길이를 제곱한 것에 해당한다.
 

서 반장을 찾아라! 단서➍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으악~! 서 반장, 지금 우리랑 숨바꼭질 하자는 거야? 여기에도 없잖아~!”
방독면과 책가방의 교집합에 속하는 학교 중에서 서 반장이 졸업한 수동중학교에 찾아왔지만, 결국 반장을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나머지 세 명이 카톡 메시지를 받더니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설마…, 나 왕따 당하는 거야?

왕따 찾아내는 그래프이론


우리나라 10대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자살로 이끄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친구들과의 관계다. 학생들 사이의 집단 따돌림이 끊이지 않으면서 학교 폭력과 자살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학교폭력을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대전의 한 학교에서는 수학의 그래프이론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외톨이로 지내던 한 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은 사례가 있었다. 교사가 소셜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왕따의 위험이 발견된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친구 한 명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해당 학생의 자살 시도를 막은 것이다. 도대체 수학이 어떻게 한 학생의 생명을 구했다는 것일까?

외톨이 학생의 자살을 막은 대전의 고등학교에서는 소셜네트워크 분석 전문 기업인 사이람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현재 사이람에서는 전국 20개 학교를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 분석 결과를 각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점과 선의 연결관계로 분석해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소외된 학생을 찾아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점과 선으로 표현하는 걸까? 소셜네트워크 분석의 기초가 되는 정보는 설문조사 결과다. 친구들 사이에 존재하는 ‘정서적인 호감’과 ‘사회적인 평판’을 조사한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서적인 호감이란, 함께 어울리고 싶고 연락하고 싶은 감정을 말한다. 반면 사회적인 평판이란 정서적인 호감이 없어도 학급 회장으로 뽑고 싶거나, 조별 과제를 할 때 함께 하고 싶은 ‘인지도’를 말한다. 두 가지 중 한 가지 관심만이라도 받는다면 외톨이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가정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이 가는 사람을 조사한 뒤에는 그 결과를 아래와 같은 형태의 행렬표로 정리한다.
 

설문조사 결과를 이렇게 행렬표로 나타내면 각 사람을 점으로, 서로 주고받은 호감과 평판을 선으로 표현한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그런 뒤에는 학급 구성원 각자에 대한 호감도 점수와 평판 점수를 계산할 수 있는데, 이때는 단순히 한 사람이 받은 점수를 모두 더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그 사람을 지목했는지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점수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받은 친구보다는 네 사람에게 관심을 받은 친구에게 지목될 때 가중치를 높게 주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한 점수와 학생들 사이의 관계 그래프를 이용하면 누가 교실 안에서 소외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한 학교 교사들에게 분석 결과를 제시했을 때, 약 1/3정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아이들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약 300년 전에 연구한 그래프이론이 왕따를 찾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사회관계망 분석

점과 선으로 연결된 아래 그래프는 인천지역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이루고 있는 친분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파란색은 남자, 분홍색은 여자로 아무런 교류 없이 같은 성별끼리만 친하게 지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원이 크게 그려진 학생들은 많은 학생들에게 지목받은 것을 의미한다. 반면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은 원들은 소외된 학생들을 의미한다. 또한 여학생들은 두 개의 큰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 반장을 찾아라! 단서➎ 무인 비행기가 촬영한 사진의 정체는?

“서 반장 말을 듣고 나만 따돌리다니! 너희들이 그러고도 동기냐?”
배신이다. 녀석들이 나만 빼놓고 반장과 연락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서 반장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단서를 하나씩 주면서 우리들을 어딘가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왕따 학생을 찾아간 교실에 무인 비행기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에 장착된 카메라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사진들이 찍혀 있었다.
“피자와 택배 상자, 건물 붕괴 현장에 군부대 사진까지…. 이번엔 뭘 의미하는 거지?”

‘드론’을 움직이는 사원수


지난 3월, 북한에서 날아와 추락한 무인기가 발견되면서 최근 ‘드론’이라고도 부르는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하지만 드론은 1900년대 초반부터 군사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 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은 실제로 드론을 이용했고, 미국군은 베트남 전쟁 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론을 활용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드론을 이용해온 분야는 군사 분야였지만, 최근 들어 드론의 활용도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넓은 땅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미국 농부들은 드론을 이용해서 농약을 뿌린다. 또 재난 현장을 조사하거나 구조 활동을 하는 구조대에서도 드론을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할 때도 드론을 활용하며, 심지어는 드론으로 피자와 택배를 배달하겠다는 회사까지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드론을 움직이는 데 수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아일랜드의 수학자 윌리엄 해밀턴이 1843년에 만든 ‘사원수’가 그 주인공이다.

보통 a+bi라고 표현하는 복소수는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수 체계로, 실수를 포함하는 더 큰 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때 i가 바로 제곱해서 -1이 되는 복소수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복소수를 확장한 수 체계는 없을까? 해밀턴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 새로운 수 체계인 사원수를 만들었다. 사원수는 복소수에서 쓰는 i라는 허수에 j와 k라는 새로운 허수들을 더한 수 체계로, a+bi+cj+dk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각 허수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 사원수가 어떻게 드론을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날아다니는 물체는 x, y, z축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삼차원 운동을 한다. 그리고 이를 표현할 때는 ‘오일러 각’을 활용한다. 각 회전축을 얼마나 회전시킬지를 행렬의 형태로 정해 주면 그에 따라 물체가 운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x, y, z축 방향으로의 회전을 나타내는 행렬이 X, Y, Z라면 세 행렬을 곱한 값인 XYZ가 x, y, z축을 순서대로 회전한 결과가 된다.

그런데 종종 기계 안에서는 이런 회전 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순서대로 회전하던 두 개의 회전축이 겹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왼쪽 그림에서 x축은 비행기의 좌우 날개를 관통하고, y축은 비행기의 앞뒤를, 그리고 z축은 비행기의 위아래를 통과한다. 그런데 이때 비행기를 ➋번 그림처럼 움직이면 두 개의 축(녹색과 파란색)이 겹쳐지게 된다. 그러면 두 개의 축을 구분할 수 없어 더 이상의 움직임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드론을 조종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짐벌락 현상’이라고 한다.

공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원수 체계를 도입했다. 사원수는 움직임의 요소가 세 개의 각도인 오일러 각과 달리, 축을 나타내는 세 개의 요소에 회전 각도를 나타내는 한 가지 요소가 더해져 있다. 즉, 네 가지 변수로 이루어져 있어서 짐벌락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이처럼 사원수를 이용해 회전축이 겹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드론뿐만 아니라 컴퓨터 게임과 애니메이션에서도 사원수를 활용하게 되었다.

서 반장을 찾아라! 단서➏ 미술관 사각지대를 막아라!

드론 카메라에는 반장이 남긴 동영상 메시지도 들어 있었다.
“후훗, 여기까지 모든 시험을 통과하다니! 지금까지 너희들을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그럼 이제 실전이다! 얼마 전에 나한테 미술품 도난을 예고하는 메시지와 사진 한 장이 배달돼 왔다. 그 미술품은 지금 수동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다. 이 메시지를 보는 대로 수동미술관으로 가서 사각지대 없이 철저히 감시하도록!”

사각지대를 없애는 미술관 문제


구조가 복잡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은 미술관에서 미술품 도난을 막으려면 어떻게 감시해야 효과적일까? 미국 수학자 빅터 클리는 1973년에 체코 출신 캐나다 수학자인 바츨라프 스바탈에게 ‘미술관 문제’라는 문제를 냈다. 미술품 도난을 막기 위해 사각지대 없이 감시원을 배치하려면 최소 몇 명이 필요한지 물은 것이다.

이 문제는 미술관의 벽면이나 꼭짓점 등 경비원의 위치를 어디로 제한하는지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빅터 클리가 바츨라프 스바탈에게 낸 문제에서는 경비원을 꼭짓점에만 놓는다고 제한했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 중 하나는 ➊번 그림처럼 임의의 꼭짓점에 경비원을 표시해 두고, 그 경비원이 감시할 수 있는 범위를 색깔로 구분해 보는 방법이다. 전체적인 경비 구역을 표시한 뒤, 구석진 부분이 없는지 직선으로 그어 가면서 경비원의 위치와 인원을 조정한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➋번 그림처럼 미술관 평면도를 삼각형으로 분할해 보는 방법이다. ➋번 평면도는 꼭짓점을 기준으로 여섯 개의 삼각형으로 분할할 수 있다. 그런 뒤에는 각 꼭짓점을 서로 다른 세 가지 색으로 나눠 표시한다. 삼각형에서는 세 가지 색이 번갈아가면서 한 꼭짓점을 차지하기 때문에, 결국 그림 ➋와 같이 순서대로 꼭짓점을 색칠하게 된다.

이때 각 꼭짓점은 경비원을 배치할 수 있는 자리이며, 임의의 자리에 배치된 경비원은 자신이 서 있는 꼭짓점과 연결된 모든 삼각형을 감시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즉, 꼭짓점 A에 있는 경비원은 3개의 삼각형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생각하면, 가장 많은 삼각형의 공통 꼭짓점이 되는 자리에 경비원을 배치할수록 더 큰 공간을 감시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 도형에서 가장 많은 삼각형의 꼭짓점이 되는 색깔의 꼭짓점을 찾으면 전체 공간을 사각지대 없이 감시하는 경비원의 최소 인원을 알 수 있다. ➋번 그림의 경우 파란색 점이 가장 많은 삼각형의 공통 꼭짓점을 이루고 있으므로, 최소 2명의 경비원만 있으면 전체 공간을 사각지대 없이 감시할 수 있다.

바츨라프 스바탈은 세 가지 색의 꼭짓점이 총 n개의 꼭짓점을 가진 다각형을 분할하기 때문에, [n/3]명의 경비원이 있으면 전체 미술관을 사각지대 없이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때 [n/3]은 n/3보다 작거나 같은 최대의 정수를 말한다.
 

“반장님, 이 꼭짓점에 계셨군요! 미술관 감시카메라 배치는 미술관 문제로 완료했습니다!”
“수고했다! 풋내기들인 줄 알았더니…, 이것으로 너희들 모두가 경찰청 최초의 수학 수사대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네? 수학 수사대라고요?”
“그래. 우리 경창청에서 세계 최초로 수학 수사대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정원이 총 네 명이기 때문에 너희 중 한 명은 떨어져야 한다. 자, 그럼 마지막 문제 나간다!"

 

2014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jxabbey@donga.com) 기자
  • 도움

    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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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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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슬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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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형건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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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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