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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하면 대박? 수학으로 보면 쪽박!


 
“아…, 피곤해. 한숨도 못 잤더니 정신이 몽롱하다. 어제 밤새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봤기 때문이다. 축구광이냐고? 후훗. 축구를 좋아하는 건 맞다. 하지만 내가 밤새워 경기에 몰입했던 이유는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한 달 용돈을 모두 걸었기 때문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쯧쯧…. 불법 도박에 중독된 녀석이 또 한 명 있구먼. 예끼, 인석아! 정신 못 차릴까!”
“헉! 이게 무슨 소리지? 어젯밤에 잠을 못 잤더니 환청이 들리는 건가?”

불법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들

나는 수학계의 고조할아버지, 파스칼이란다. 한국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에 빠져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문제가 심각하구나!

교실 안으로 들어온 도박의 유혹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 활동은 바로 ‘게임’과 ‘스포츠’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런 청소년 여가 활동이 불법 도박과 뒤섞이고 있다. 불법 인터넷 도박은 대부분 인터넷 게임이나 ‘로또’, ‘스포츠토토’ 같은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변형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큰 거부감 없이 접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인기 있는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는 방식을 교묘하게 이용해, 인터넷으로 게임을 중계하면서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알아맞히는 내기를 하는 것이다. 맞히면 걸었던 게임머니의 몇 배를 받고, 틀리면 게임머니를 넘겨 주는 방식이다. 또 인터넷 스포츠 내기의 경우는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를 예측해 돈을 걸고, 알아맞혔을 때 정해진 배당금을 돌려받는 형태다.

이 같은 불법 인터넷 도박은 성인 인증 과정이 허술하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 도박에 참여한 사람 중 10.8%가 청소년이었다. 불법 도박을 하는 사람 10명 중 한 명은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청소년을 비롯해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불법 도박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만 14세 이상인 청소년과 성인이 불법 도박을 하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총 554명의 청소년이 불법 도박으로 경찰에 검거됐다.
 

사행산업★ 로또나 경마처럼 정부가 일정한 제한을 두고 허용한 합법적인 형태의 도박이다.

불법 스포츠 내기하다 도박중독에 빠진다고?

특히 불법 인터넷 도박 중에서도 스포츠 도박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대상으로 하는데다, 배당 금액도 스포츠토토보다 많다. 확률이 50대 50인 경우 스포츠토토는 맞혀도 2만 원밖에 배당 받을 수 없는 반면, 불법 인터넷 스포츠 내기에서는 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내기를 할 수 있는 시간 제한이 없고, 경기의 승패뿐 아니라 먼저 어떤 팀이 득점할지를 맞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광주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모두 불법 인터넷 스포츠 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4일마다 한 번씩 불법 스포츠 내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중독성이 심각했다.

또한 처음에는 3~5만 원 단위로 도박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액이 점점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돈을 따면 자신감과 함께 더 많은 돈을 따고 싶다는 마음에, 반대로 돈을 잃으면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마음에 점점 큰 돈을 걸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 내기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돈을 빌리고, 심지어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힌 청소년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기에 시작된 불법 도박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져 도박 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다. 경상대 심리학과 이민규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적인 도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성인 도박자의 32%가 15세 이전에 도박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인터넷 스포츠 내기는 2012년을 기준으로 거래 금액이 무려 7조 6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다른 도박과 달리 스포츠 내기는 돈을 따기 위해 종종 경기의 승부까지 조작한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더욱 심각하다.

도박으로 돈을 벌 확률은 0%?

나와 페르마, 호이겐스가 이미 350여 년 전에 도박은 아무리 해도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수학적으로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도박이 유행하고 있다니,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럼 내가 다시 한 번 설명해 주마!

수학자들의 편지 연구로 밝혀진 도박꾼의 파산


1654년, 도박에 푹 빠진 프랑스의 귀족 슈발리에 드 메레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던 블레즈 파스칼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친애하는 파스칼 선생, 곤란한 문제가 생겼는데 좀 풀어 주시오.
솜씨가 서로 비슷한 두 사람 갑과 을이 32 피스톨(옛날 스페인의 금화)씩을 걸고 내기를 하고 있었소. 내기는 승부에서 한 번 이기면 1점을 얻고, 먼저 3점을 얻는 사람이 판돈인 64 피스톨을 몽땅 갖는 내기라오. 그런데 갑이 2점, 을이 1점을 딴 시점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게임을 끝내려면 판돈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좀 알려 주시오.”

드 메레의 편지를 받은 파스칼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다음과 같은 해법을 찾아 드 메레에게 편지로 써 보냈다.

“안녕하시오, 드 메레 선생. 선생의 질문을 받고 나름대로 고민을 해 보았다오. 만약 게임을 계속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갑이 한 게임을 더 이기면 점수는 3:1이 되니, 갑이 64 피스톨을 갖게 될 것이오. 하지만 을이 이기면 2:2로 갑과 을이 동점이 되겠지요. 이때는 각각 32 피스톨씩 나눠 갖게 되오. 이 두 상황을 살펴 보면, 갑은 이기든 지든 무조건 32 피스톨은 갖게 된다고 볼 수 있소. 그리고 갑이 나머지 32 피스톨을 갖게 될 확률은 절반이라고 할 수 있소. 이기면 모두 갖고, 지면 못 갖게 되기 때문이오. 그러니 현재 상태에서 게임을 중단할 경우, 갑은 32 피스톨의 절반인 16 피스톨을 더해 48 피스톨을 갖고 을은 16 피스톨을 갖는 것이 가장 수학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소.”

파스칼은 드 메레와 주고 받은 편지의 내용을 판사이자 수학자인 피에르 드 페르마에게도 적어서 보냈다. 그런데 얼마 뒤에 파스칼은 페르마로부터 또 다른 풀이가 담긴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도박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거는 것이다.” 블레즈 드 파스칼

“파스칼 군. 편지 잘 보았네. 문제가 흥미로워서 재판도 제대로 못 하고 나 역시 그 문제에 푹 빠져 지냈다네. 자네의 풀이가 매우 훌륭하지만, 또 다른 풀이법도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네.
갑과 을이 각각 2점과 1점을 득점했으니, 앞으로 최대 두 번의 경기를 통해 승패가 결정되겠지. 이때 을이 역전해서 승리하려면 두 경기를 연달아 이겨야 하네. 한 경기를 이길 확률이 $\frac{1}{2}$이니까 연속해서 이길 확률은 $\frac{1}{2}$×$\frac{1}{2}$=$\frac{1}{4}$이지. 그러면 갑이 이길 확률은 자연스럽게 $\frac{3}{4}$이라는 걸 알 수 있지. 결국 64 피스톨을 네 등분해서 갑이 $\frac{3}{4}$을 갖고, 을이 $\frac{1}{4}$을 가지면 된다는 말일세.”

이렇게 파스칼과 페르마가 도박을 소재로 주고 받은 편지로부터 이전까지 연구가 부족했던 ‘확률론’이라는 학문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파스칼과 페르마는 계속해서 도박을 소재로 한 연구 내용을 편지로 주고받았는데, 네덜란드의 수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가 그 내용에 주목했다. 호이겐스는 파스칼과 페르마가 주고받은 편지를 참고해 ‘도박꾼의 파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스포츠 내기도 결국은 로또?

그…, 그래도 스포츠 내기는 달라요! 방금 말씀하신 도박은 이기고 질 확률이 절반인 게임에 대한 것이지만, 스포츠 경기에서는 더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이 있기 때문에 통계 자료만 잘 분석하면 돈을 딸 수 있다고요.

청소년을 유혹하는 ‘도박사의 오류’


많은 학생들이 불법 스포츠 내기를 할 때 통계 자료에 근거해 나름대로 계산을 해서 돈을 건다. 스포츠 내기를 일종의 머리싸움으로 여기며, 자신의 예측이 들어맞았을 때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1위를 하고 있는 야구팀과 꼴찌 팀이 대결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도박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우선 두 팀의 평균 승률을 따져 본다. 1위 팀이 70%의 승률을 올렸고, 꼴찌 팀이 30%의 승률을 기록했다면 당연히 1위 팀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두 팀 사이의 상대 전적을 따져 볼 수도 있다. 올해 10번 대결을 해서 1위 팀이 꼴찌 팀을 여섯 번 이겼다면, 이번에도 1위 팀이 이길 거라는 확신이 더 커진다.

하지만 이런 분석 방법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마치 45개의 숫자 중에서 6개를 맞히는 로또에서 과거에 자주 나왔던 숫자가 무엇인지를 보고 숫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매번 새롭게 펼쳐지는 경기는 과거와 관계 없는 ‘독립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관련이 있는 ‘종속적인 사건’일 거라는 감정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다. 즉, 동전 던지기를 10번 하는데, 지난 9번 모두 뒷면이 나왔다고 해서 이번에는 앞면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는 것과 똑같다. 이런 사고의 오류를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른다.

실제로 로또에 당첨된 확률은 814만 분의 1이다. 즉, 스포츠 내기나 로또나 당첨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나도 혹시 도박에 중독된 건 아닐까?

불법 스포츠 내기도 결국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니…. 저 이제 도박 그만 둘래요. 그런데 도박에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데, 이미 중독돼 버린 건 아니겠죠? 제 상태를 알고싶어요~!

채점 방식
1번 문항에서는 ‘➊, ➋’에 체크하면 1점, ‘➌, ➍’에 체크하면 0점입니다. 2~12번 문항에서는 ‘예’에 체크하면 1점, ‘아니오’에 체크하면 0점입니다.

※아래 검사에서 의미하는 도박은 친구끼리 하는 돈내기 게임과 경품 뽑기 게임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도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는 이렇게!

➊ 주의 분산시키기
도박 충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른 일(즉시 할 수 있는 일, 계획을 짤 필요가 없는 일 등)에 집중하세요.

➋ 결정 미루기
도박 충동이 일어나는 순간, 최소 15분 동안 도박 충동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생각하며 기다려 보세요.

➌ 상상하기
스스로 변화하려는 이유를 되새기거나, 과거에 도박을 하면서 어려웠던 생활을 떠올려 보세요.

➍ 스스로에게 말하기
“딱 한 판만 더 하고서 얻게 될 즐거움에 비해, 나와 내 가족이 치를 대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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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jxabbey@donga.com) 기자
  • 김대호
  • 도움

    광주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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