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숫자 7이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을 나는 제일 좋아해. 바로 음력 7월 7일로 7이 2번이 나와서지. 그리고 7월은 신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돼 누구나 좋아하는 달이야. 게다가 오래전부터 북쪽을 알려주는 길잡이로 별자리 중에서 인기 높은 북두칠성(사진)도 7개의 별로 이뤄져 있고. 그런데도 7의 약수가 1과 7, 2개밖에 없다고 날 무시하는 사람이 있어. 지금부터 내가 얼마나 매력 덩어리인지 알려줄게. 자 그럼 나, 숫자 7로 수학여행을 떠나볼까?
주사위로 할 수 있는 놀이는 다양해. 이 중에서 주사위 2개를 던져서 나오는 눈의 수의 합을 맞히는 단순한 게임이 있어. 그런데 이 게임을 할 때는 반드시 나, 숫자 7을 선택하는 게 가장 유리해. 명심하라고! 왜인지는 다음 표를 보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어.
이 표는 2개의 주사위의 눈의 수가 각각 1부터 6까지 나올 때, 모든 경우(6×6=36가지)에 대해 그 합을 보여주고 있지. 이때 합의 최솟값인 1+1=2부터 최댓값인 6+6=12까지 나오는 경우의 수를 모두 세보면, 합이 7이 나오는 경우의 수가 6가지로 가장 많아. 그러니까 혹시 친구와 이런 주사위 게임을 할 때는 반드시 합 7을선택하도록 해. 항상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이게 최선의 선택이니까 말이야. 아참, 주사위에서 마주 보는 두 면의 눈의 합도 항상 7이야. 사실 이런 주사위 놀이는 중세 유럽에서 매우 유행했어.
단순히 놀이로만 그치지 않고 돈을 거는 도박으로 매우 인기였지. 이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영주들이 주사위 놀이를 금지했을 정도로 말이야. 당시에는 주사위 놀이를 포함한 각종 도박을 전문으로 하는 도박사가 있었어. 그런데 이들 중에는 주사위 2개를 던졌을 때 합이 7이 되는 경우의 수가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안 도박사도 있었지. 이들은 항상 7에 걸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땄어. 어쩌면 이것도 7을 ‘행운의 수’로 부르는 데 한몫한 거 같아.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도박에서 수학의 한 분야인 확률론이 생겨났어. 귀족이자 도박사인 프랑스인 드 메레가 그와 친하게 지냈던 수학자 파스칼에게 도박 현장에서 벌어진 특수상황을 해결하려고 도움을 구한 데서 시작됐지.
내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나타나는 수라는 거 알고 있니? 우선 나는 여러 종교와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숫자야.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를 7이 다른 숫자보다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이 라고 말하기도 해.
생각해봐. 우선 7은 2=1+1, 4=2+2, 6=3+3과 같이 대칭성을 가진 짝수가 아니야. 그리고 다른 홀수에 비해서도 그다지 친근하지 않고 말이야. 사실 유일함을 나타내는 숫자 1이나 정삼각형이나 삼두정치, 삼권분립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균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숫자3, 규칙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수학적 균일성을 담고 있는 숫자 5, 3의 배수이면서 또한 3의 거듭제곱수이기도 한 숫자 9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숫자 7이 오래전 사람들에게는 접근하거나 의미를 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어. 그래서 숫자 7이 종교나 신화뿐 아니라, 사물의 불특정함이나 미지의 대상을 나타내는 수로 자주 사용된 거지.
또 달력을 보면 일주일이 항상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이렇게 7일을 기본 단위로 해서 반복되지. 그런데 왜 하필 한 주가 7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니?
그 이유는 신기하게도 땅이 아닌 하늘에서 찾을 수 있어. 오래전 사람들은 자연을 숭배했어. 그리고 이 자연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지. 그런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천체였어. 망원경이 없던 그 당시에는 사람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천체는 태양과 달, 수성, 금성, 화성, 토성, 목성 이렇게 7가지뿐이었어. 이런 배경으로 7일이 일주일의 기본단위가 된 거지.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종교와 신화는 물론 달력에까지 등장하게 됐어. 여기서 잠깐 ‘비너스 마방진’, 즉 ‘금성 마방진’을 알려줄게. 아참, 먼저 마방진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줘야겠네.
기원전 중국 하나라 우왕시대에 마방진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전해지는데, 이 마방진은 가로와 세로, 대각선 방향의 세 숫자를 더했을 때 합이 15로 항상 일치해. 이때 가로와 세로의 칸의 개수를 따서 3×3 마방진 또는 3차 마방진이라고도 하지.
그런데 마방진에는 3차뿐만 아니라 칸의 개수가 더 늘어난 4차, 5차, 6차 등 더 많은 종류가 있어. 유럽의 점성술사들은 여러 차수의 마방진을 태양계의 행성과 연결시켜 설명했지. 목성은 4차, 화성은 5차, 태양은 6차, 수성은 8차, 달은 9차 마방진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리고 7차 마방진은 바로 금성(Venus) 마방진이라고 불렀지. 사실 마방진(魔方陣)의 마는 ‘마술’을, 방은 ‘정사각형’을, 진은 ‘나열한다’를 각각 뜻하는 한자야. 영어로는 ‘magicsquare’라고 해. 이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마방진은 수학적으로 신기한 성질이 많이 있지.
이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가로와 세로, 대각선의 합이 항상 같다는 마방진의 성질을 이용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프로이센에 위치한 쾨니히스베르크(현재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라는 도시에는 프레겔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었고, 그림처럼 다리가 7개 놓여 있었지.
그런데 이 다리를 건너며 산책하던 많은 사람 중에서 ‘7개의 다리를 정확히 한 번씩만 건너면서 지나는 산책길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어.
하지만 이 물음에 많은 학자들이 매달렸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어. 결국 당대 유명한 수학자인 오일러에게까지 이 문제가 알려졌지. 오일러는 이 문제에 대해서 홀수점과 짝수점을 이용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어. 이 해답은 ‘한붓그리기’라는 내용으로 설명되는데, 이것이 더 발전해 수학의 한 분야인 그래프이론이 완성됐지. 그래서 오일러는 그래프이론의 창시자로 불리게 됐고 말이야.
그런데 한붓그리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니? 간단히 말하면 주어진 도형의 각 변을 2번 이상 지나지 않고 1번씩만 지나도록 연필을 떼지 않고 한 번에 그리는 것을 말해. 다음 그림 중 한붓그리기가 가능한 것은 어떤 걸까? 맞아. 첫 번째와 세 번째야.
사실 연필이나 펜을 대고 그려보지 않고도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 한붓그리기가 가능한지를 바로 알 수 있어. 도형의 각 꼭짓점에 연결돼 있는 선의 개수가 짝수인지 홀수인지에 따라 한붓그리기가 가능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 정확하게 말하면 도형에서 연결돼 있는 선의 개수가 홀수인 점, 즉 ‘홀수점’이 없거나 2개만 있을 때 한붓그리기가 가능해. 그림에서 까만색 점은 연결돼 있는 선의 개수가 짝수인 짝수점이고, 초록색 점은 연결돼 있는 선의 개수가 홀수인 홀수점인 것을 알 수 있어.
첫 번째 도형은 홀수점이 2개인 경우로, 반드시 2개 중 한 홀수점에서 출발해서 다른 홀수점에서 끝나도록 연결해야만 한붓그리기에 성공할 수 있지. 하지만 세 번째 도형은 홀수점이 없는 경우로, 어떤 점에서 출발하더라도 다시 출발점에 도착하는 한붓그리기를 할 수 있어. 그리고 두 번째 도형은 홀수점이 4개여서 아무리 노력해도 한붓그리기를 할 수 없지.
그런데 왜 홀수점의 개수에 따라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까? 한붓그리기에서는 출발점과 도착점이 서로 같거나 서로 다른 2가지 경우가 있어. 그런데 세 번째 도형처럼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으려면 그 도형의 모든 점은 그 점에서 나갔다가 들어오는 선이 항상 쌍으로 존재해야 하지. 즉 모두 짝수점이 돼야 하는 거야. 결국 홀수점이 없다는 거지.
또 첫 번째 도형처럼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를 때를 살펴보면, 두 점을 제외한 다른 모든 점은 그 점에서 나갔다가 들어오는 선이 항상 쌍으로 존재하므로 짝수점이 돼. 하지만 출발점과 도착점은 나갔다가 들어오는 쌍으로 존재하는 선 외에 처음 출발하는 선이나 나중에 도착하는 선 1개가 추가로 있기 때문에 항상 홀수점이 되지. 즉 홀수점이 2개인 경우는 그 2개의 홀수점이 시작점과 도착점이 되는 거야. 이런 원리에 따르면 홀수점이 0개나 2개인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한붓그리기가 불가능해.
다시 쾨니히스베르크의 7개의 다리로 가볼까? 세 번째 그림처럼 7개의 다리를 7개의 선으로, 각 다리가 이어주는 지역을 각각 한 점으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지. 이 그림을 살펴보면, 점 A, B, C, D가 모두 홀수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점 A에 연결된 선의 개수는 5개, 점 B, C, D에 연결된 선의 개수는 3개니까 말이야. 그래서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홀수점이 4개인 경우이므로 7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서 모든 강변을 산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지.
그 뒤에 시에서는 그림처럼 점 B 와 C를 잇는 다리 1개를 추가로 설치해 사람들이 8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며 강변 전체를 산책할수 있도록 했대. 그런데 사람들이 8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며 산책하려면 출발점과 도착점은 어디가 돼야 할까?
그렇지. 바로 홀수점인 점 A와 점 D 중에서 출발점과 도착점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
# 어때? 이번 여행에서 나 7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니? 비록 우리의 여행은 여기에서 끝이 났어도 숫자 7인 나를 항상 기억해주길 바래. 달력을 보거나 하늘의 천체를 볼 때, 그리고 무심코 주사위를 던지거나 강가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서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