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틀리고, 검사가 맞았어. 검사의 말대로 쌍둥이 형제가 서로 계획하고 저지른 살인이 맞아.”
쌍둥이 형제의 첫 번째 재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장혜성 변호사는 수하로부터 이 사건의 진실을 듣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장혜성 변호사는 쌍둥이 형제의 유죄를 밝히기 위해 방법을 찾게 되는데….쌍둥이 형제 사건의 전말
당신이 틀리고, 검사가 맞았어. 당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해!
알았어. 다음 재판에서 두 사람이 계획하고 저지른 살인이라는 걸 밝힐 거야.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공동정범이란 걸 밝혀낼 거라고! 그런데 어떻게 밝혀내지?
글쎄…. 그런데 대체 어떤 사건인 거야? 사건을 자세히 말해 봐.
국선변호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혜성(이보영 분) 변호사는 두 번째 사건으로 피의자인 쌍둥이 형제의 변호를 맡게 됐다. 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쌍둥이 형제 사건의 내용
쌍둥이 형제인 장필재(형)와 장필승(동생)은 편의점에서 돈을 훔쳤다. 돈을 훔치다가 주인한테 들키자 형제 중 한 사람이 주인을 칼로 찔렀다. 한 사람이 칼로 주인을 찌를 때, 다른 한 사람은 그 상황을 말렸다. 칼로 찌른 사람은 강도 살인죄★, 말린 사람은 특수 절도죄★로 명쾌한 사건 같지만 그럴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얼굴이 똑같이 닮은 쌍둥이 형제라서 누가 누군지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쌍둥이 형제는 처음에 서로 자신이 찔렀다고 주장을 하다가, 이후에는 서로 자신이 찌르지 않았다고 주장을 번복했다. 이에 검사는 두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강도 살인죄★ 강도를 한 중에 살인을 한 경우의 죄.
특수 절도죄★ 야간에 둘 이상의 사람이 합동해 흉기를 휴대하고 절도를 저지른 경우의 죄.
공동정범★ 두 명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범행에 대해 똑같은 벌을 받는 것을 뜻한다.
쌍둥이 형제 중 형인 장필재의 변호는 차관우(윤상현 분) 변호사가, 동생인 장필승의 변호는 장혜성 변호사가 맡았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검사는 장혜성 변호사와 학창시절부터 앙숙인 서도연 검사다.
첫 번째 재판에서 장혜성 변호사는 차관우 변호사와 함께 검사의 공동정범이 아님을 주장했고, 판사도 계획하고 저지른 살인이란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첫 재판 이후 장혜성 변호사는 수하를 통해 쌍둥이 형제가 공동정범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수하가 첫 번째 재판에서 쌍둥이 형제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자신이 첫 번째 재판에서 잘못 변호한 것을 알게 된 장혜성 변호사는 괴로워하며, 다음 재판에서 쌍둥이 형제가 공동정범임을 밝히기 위해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쌍둥이 재판의 열쇠는 죄수의 딜레마!
나 공소 유지할 거야. 두 사람은 공동정범이 확실해.
심증 말고 물증이 있어야 할 거 아냐. 증거들이 하나같이 흐리멍덩하던데.
둘을 잡을 증거는 없지만, 작전은 있어. 얘기하면 도와 줄 거야?
서도연 검사가 쌍둥이 형제의 공동정범임을 밝히기 위해 생각한 작전은 바로 ‘죄수의 딜레마’다. 죄수의 딜레마는 수학의 한 분야인 게임이론 중에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게임 구조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범죄를 저지른 두 명의 죄수 A와 B가 체포되었다. 그러나 유죄를 확정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기에, 검사는 죄수 A와 B를 각각 다른 조사실에 가두고 다음과 같이 거래를 제안했다. (단, 검사는 A와 B에게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
➊ 네가 자백하고 공범이 침묵하면 너는 무죄로 해 주겠다. (공범은 징역 3년)
➋ 네가 침묵하고 공범이 자백하면 너는 징역 3년을 살게 된다. (공범은 무죄)
➌ 너와 공범이 모두 자백하면 두 명 모두 징역 2년을 살게 된다.
➍ 너와 공범 모두 침묵하면 두 명 모두 징역 1년을 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죄수의 이해관계를 표로 나타내면 아래의 표와 같다. 순서쌍에서 앞의 수는 죄수 A의 결과를, 뒤의 수는 죄수 B의 결과를 나타낸다.
먼저 죄수 A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살펴보자. 죄수 A는 침묵 또는 자백을 할 수 있다. A가 침묵하는 경우에 B가 자백하면 A는 3년의 징역을, B가 침묵하면 1년의 징역을 살게 된다. 또 A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B도 자백하면 A는 2년의 징역을 살게 되고, B가 침묵하면 무죄가 된다. 즉 A는 자신에게 일어날 4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했을 때,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번에는 죄수 B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죄수 B가 침묵하는 경우에 A가 침묵하면 1년의 징역을, A가 자백하면 3년의 징역을 살게 된다. 또 B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A가 침묵하면 무죄를, A가 자백하면 2년의 징역을 살게 된다. 즉 죄수 B의 입장에서도 4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했을 때,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두 죄수는 상대방의 선택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졌을 때,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죄수가 자백을 선택했을 때의 결과는 두 사람이 침묵을 한 경우보다 큰 죄 값을 치르게 되는 딜레마 상황이 벌어진다.
이와 같이 게임의 구조에서 최적의 해결점을 찾은 상태를 ‘내시 균형’이라고 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두 죄수가 모두 자백하는 상태가 바로 ‘내시 균형’이다. 내시 균형은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수학자 존 내시가 만든 용어로, 게임 구조에서 상대방의 전략을 기초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상태다.
드라마 속 쌍둥이 재판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따라 장필재와 장필승 두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인 자백을 선택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계획하고 저지른 살인임을 인정한 것이 되어, 두 사람 모두 공동정범의 죄값을 치르게 된다.
‘치킨 게임’으로 보는 10년 전 재판 사건
죄수의 딜레마 덕분에 쌍둥이 형제가 유죄라는 걸 밝힐 수 있었어. 이번 재판은 정말 짜릿해!
그럼 이참에 게임이론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는 건 어때? 죄수의 딜레마 외에도 게임이론에는 여러 가지 게임 구조가 있거든.
안 그래도 게임이론에 대해 공부해 봤어. 그런데 말이야, 치킨 게임을 알고 나니까 10년 전 법정에 들어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 다음으로 잘 알려진 게임구조로 ‘치킨 게임’이 있다. 원래 이 용어는 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이름을 따온 것으로, 자동차 게임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각자 차를 몰고 있고, 상대방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이때 충돌하기 직전에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게임에서 지고, 겁쟁이가 된다.
➊ 두 사람이 동시에 운전대를 꺾는다면 모두 겁쟁이가 되지만, 사고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각각 얻는 이익은 0이다.
➋ B가 운전대를 꺾고 A는 운전대를 꺾지 않으면 B는 겁쟁이가 되므로 -5, A는 겁쟁이가 아니므로 5의 이익을 얻는다.
➌ A가 운전대를 꺾고 B는 운전대를 꺾지 않으면 A는 겁쟁이가 되므로 -5, B는 겁쟁이가 아니므로 5의 이익을 얻는다.
➍ 두 사람이 모두 운전대를 꺾지 않으면 겁쟁이가 되지는 않지만, 충돌로 인해 모두 -20의 이익을 얻는다. 양쪽 모두 자멸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와 같은 게임 구조를 표로 나타내면 아래의 표와 같다.
드라마 속 딜레마를 찾아라!
➊ 어춘심(장혜성의 엄마)의 딜레마
딸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 집에서 쫓겨나고, 딸의 잘못을 인정하면 딸은 범인이 된다.
➋ 장혜성 변호사의 딜레마
범인을 잡으려면 가짜 증거를 만들어야 하고, 가짜 증거를 만들지 않으면 범인을 잡지 못한다.
➌ 박수하의 딜레마
민준국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민준국을 죽이지 않으면 장혜성 변호사가 위험해진다.
➍ 차관우 변호사의 딜레마
변호사로의 역할을 다하면 장혜성 변호사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변호하지 않으면 변호사로의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치킨 게임은 드라마 속에서 10년 전, 혜성과 도연의 학창시절에서도 등장한 다. 민준국(정웅인 분)이 수하를 살인하려는 장면을 본 유일한 목격자인 혜성과 도연은 민준국의 보복 위험을 무릅쓰고, 법정에서 함께 증언하기로 약속한다. 두 여학생은 위험하지만 자존심이 걸린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러나 도연은 결국 약속을 어긴다.
이 상황을 수학적으로 보면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법정에 들어가면 약속을 지켜 겁쟁이를 피할 수 있지만, 민준국의 보복이라는 위험의 상황에 노출된다. 즉, 두 사람이 모두 법정에 들어간 경우는 두 사람 모두 살인자의 보복에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따라서 치킨 게임으로 10년 전 재판을 본다면, 혜성만 법정에 들어가고 도연은 들어가지 않은 상황은 치킨 게임에서의 내시 균형이 이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즉,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수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