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우리는 수학 전쟁을 벌인다!
매스홀릭 학생들이 쉬는 시간도 잊고 시험과 상관 없는 수학 문제풀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 문제가 수학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매스홀릭은 매달 셋째 주마다 정기적인 동아리 모임을 갖는데, 이때 ‘수학 대전’이라고 부르는 대결을 벌인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네 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선생님께 받은 10개의 문제를 푸는 데 매달린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두 주나 되지만, 수리논술 문제와 창의력 문제 중심으로 이루어진 수학 대전 문제들을 모두 풀어내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팀원들은 자신들이 ‘공격할 문제’를 정한다. 공격 문제란 자신들은 풀었지만 다른 팀은 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문제로, 두 팀이 대결을 벌일 때 상대팀을 공격할 문제가 된다. 수학 대전에서는 문제를 풀지 못하면 점수가 깎이게 되고, 문제를 풀어 수비에 성공하면 점수를 얻게 된다.
동아리원들에게는 ‘수학 대전’이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수학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도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만나서 문제풀이 방법을 토론하고 공격할 문제와 수비할 방법을 상의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푼 문제와 못 푼 문제는 일급비밀로, 서로 다른 팀에 속한 쌍둥이 자매도 수학 대전을 하기 전까지는 비밀을 알려 주지 않는다.
“저는 원래 많은 문제를 빨리 푸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열흘 동안 몇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면서 오래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 김지현(3학년)
수학과 함께 보내는 뜨거운 2박 3일!
매스홀릭 동아리원들은 여름방학 때마다 ‘수학 캠프’를 떠난다. 작년에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수련원에서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오직 수학만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41명이나 되는 동아리원들이 우정을 쌓으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2박 3일간 진행된 프로그램은 모두 동아리원들이 스스로 준비했다. 암호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비롯해 오목과 가위바위보, 하노이 탑 같은 게임 속 수학 원리를 소개하는 수학 체험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모든 동아리원들이 함께 수학을 즐겼다.
“수학 체험 활동은 5명이 한 조를 이뤄서 준비해요. 우리 조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준비했어요. 수학적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분석한 내용을 설명해 주고, 실제로 게임을 해서 이기는 사람에게는 상품을 주기도 했어요.” 박상하(3학년)
캠프 활동 중에는 언뜻 보기엔 수학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활동도 있다. 바로 연극과 영화, 그리고 인터넷 강의 촬영이다. 암호 세미나를 준비한 조에서는 세미나가 너무 학문적인 분위기로 흘러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암호 개념을 설명하기 전에 직접 촬영한 상황극 영상을 보여 줬다. 또 다른 조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연극을 선보여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기말고사 문제를 풀이한 인터넷 강의를 촬영해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수학을 소재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면서 2박 3일을 보냈다.
“저희 조는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오목거울을 이용해 해적들을 물리친 일화를 재구성한 연극을 준비했어요. 이런 활동 덕분에 수학을 다양한 방면에서 접할 수 있었고, 수학에 대한 흥미가 더 커졌어요.” 김대현(2학년)
매스 홀릭의 자부심, 수학 논문
수학 대전과 캠프가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동아리원 간의 우정을 다지게 한다면, 1년 동안 연구해서 만드는 논문은 동아리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수학 논문 역시 동아리원끼리 팀을 이뤄서 주제를 정한 뒤, 오랜 탐구 과정을 거쳐 작성한다. 김태순, 배민수, 서희수, 양민순 학생이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담배 적정가격’을 주제로 연구한 논문은 작년 수학동아 12월호 수학연구보고서 코너에 소개되기도 했다.
“저는 영화 ‘머니볼’에서 소개된 야구와 관련된 수학 이론인 ‘세이버 매트릭스’를 연구했어요. 그런데 국내에는 관련된 책이 없어서 영어로 된 외국 자료를 참고해야만 했어요. 이 과정이 많이 힘들긴 했지만, 결국 세이버 매트릭스를 활용해서 우리나라 야구 선수들을 분석할 수 있었어요.” 이우민(2학년)
수학 논문까지 쓰는 것을 보면 매스 홀릭 동아리원들 모두 성적이 최상위권일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각자 성적과 수학실력 모두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문과 학생들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을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 동일하다. 그래서 매년 새로운 동아리원을 뽑을 때도 ‘수학에 대한 열정’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렇게 신입생을 뽑으면 매스홀릭 동아리원들은 모두 함께 모여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이때는 매스홀릭만의 독특한 인사법으로 인사를 하는데,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안녕하수학!’이라고 인사한다. 인사법에서조차 ‘수학’이라고 말하는 매스홀릭 학생들에게서 수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도교사의 한 마디
수학 동아리에서 생각의 폭을 넓혀 보세요!
매스 홀릭 동아리원들은 매달 수학 대전 문제를 풀면서 교과서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수학을 체험하게 됩니다. 새로운 문제를 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번 달 문제는 언제 나와요?”라며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을 얻습니다. 이런 훈련 덕분에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 걸 보면 지도교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독자 여러분도 폭넓은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수학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보세요!
-성남 송림고 수학교사 김영민, 이선주, 이용진, 정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