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암호 풀이◈
네 자리 자물쇠에 넣을 수 있으려면 9999이하여야 한다. 9999이하의 피보나치 수를 나열해 보면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다. 네 자리 이하의 수는 0013과 같은 식으로 자물쇠를 돌릴 수 있다. 이 중 0000상태에서 6번만 돌려서 만들 수 있는 수는 0987이다.
하림은 조심스럽게 발을 뗐다. 일단 아까 납치범이 달려온 방향으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철문이 죽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은 손잡이에 녹이 슬어 있는 것으로 봐서 사람이 계속 드나들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하림은 엄마가 갇혀 있을 만한 방이 어딘지 하나씩 훑어보았다.
앞쪽에서 누군가 서둘러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림은 잽싸게 옆으로 나 있는 복도로 숨었다.
“꼬마 녀석이 도망쳤다고?”
“그래. 넌 가서 그 꼬마 찾는 걸 도와줘. 난 가서 민다인을 확인할게.”
민다인! 엄마 이름이었다. 손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응. 무슨 문제가 있다는 티를 내면 안 돼.”
“그 정도는 안다고.”
“툭하면 뭐든 까먹는 녀석이라 불안해서 그런다. 흐흐.”
의외로 납치범들은 별로 다급하지 않은지, 농담까지 주고받았다.
“내가 뭘 그렇게 까먹었다고!”
“크크크. 알았어. 얼른 가 보라고.”
“아, 맞다. 오늘 키워드랑 키가 뭐랬지?”
“푸하핫. 안 까먹는다면서?”
“아, 시끄러.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그래.”
“오늘 키워드는 BOY고, 키는 F야. 거기까지 가는 길에 잊어먹지 마라.”
납치범들의 대화가 끊기고 발걸음 소리가 둘로 나뉘었다.
하림은 재빨리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다. 한 명은 하림이 갇혀 있던 곳으로 다른 한 명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하림은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납치범의 뒤를 쫓았다. 그 자는 모퉁이를 몇 번 돌더니 어느 문 앞에서 멈췄다.
그 문은 다른 문과 달리 전자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그 자는 자물쇠를 들고 중얼거렸다.
“이놈의 자물쇠는 왜 이딴 식으로 프로그래밍을 해 가지고…. 자, 마고를 변환하면….”
그 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 버리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던 하림의 눈에 남자가 옆구리에 차고 있는 전기충격봉이 눈에 들어왔다. 하림은 자기도 모르게 슬금슬금 앞으로 나갔다. 남자는 손에 쥔 종이에 뭔가를 쓰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느새 등 뒤로 다가간 하림은 전기충격봉을 쑥 빼냈다. 남자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너…, 너는….”
하림은 전기충격봉의 스위치를 누르고 남자에게 갖다댔다.
지지직-
“윽!”
남자는 단말마의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하림은 부들부들 손을 떨며 그 자리에 전기충격봉을 떨어뜨렸다. 누군가를 공격해 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충격을 가라앉힐 시간이 없었다.
이 문 건너편에 엄마가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가! 15년을 살아오면서 사진과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했던 엄마가 살아 숨쉬는 채로 문 건너편에 있었다!

하림은 자물쇠를 살펴보았다. 자물쇠는 아직 잠긴 상태였다.
쓰러진 남자가 종이에 뭔가 쓰고 있던 게 떠올랐다.
복도를 따라 철문이 죽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은 손잡이에 녹이 슬어 있는 것으로 봐서 사람이 계속 드나들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하림은 엄마가 갇혀 있을 만한 방이 어딘지 하나씩 훑어보았다.
앞쪽에서 누군가 서둘러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림은 잽싸게 옆으로 나 있는 복도로 숨었다.
“꼬마 녀석이 도망쳤다고?”
“그래. 넌 가서 그 꼬마 찾는 걸 도와줘. 난 가서 민다인을 확인할게.”
민다인! 엄마 이름이었다. 손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응. 무슨 문제가 있다는 티를 내면 안 돼.”
“그 정도는 안다고.”
“툭하면 뭐든 까먹는 녀석이라 불안해서 그런다. 흐흐.”
의외로 납치범들은 별로 다급하지 않은지, 농담까지 주고받았다.
“내가 뭘 그렇게 까먹었다고!”
“크크크. 알았어. 얼른 가 보라고.”
“아, 맞다. 오늘 키워드랑 키가 뭐랬지?”
“푸하핫. 안 까먹는다면서?”
“아, 시끄러.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그래.”
“오늘 키워드는 BOY고, 키는 F야. 거기까지 가는 길에 잊어먹지 마라.”
납치범들의 대화가 끊기고 발걸음 소리가 둘로 나뉘었다.
하림은 재빨리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다. 한 명은 하림이 갇혀 있던 곳으로 다른 한 명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하림은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납치범의 뒤를 쫓았다. 그 자는 모퉁이를 몇 번 돌더니 어느 문 앞에서 멈췄다.
그 문은 다른 문과 달리 전자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그 자는 자물쇠를 들고 중얼거렸다.
“이놈의 자물쇠는 왜 이딴 식으로 프로그래밍을 해 가지고…. 자, 마고를 변환하면….”
그 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 버리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던 하림의 눈에 남자가 옆구리에 차고 있는 전기충격봉이 눈에 들어왔다. 하림은 자기도 모르게 슬금슬금 앞으로 나갔다. 남자는 손에 쥔 종이에 뭔가를 쓰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느새 등 뒤로 다가간 하림은 전기충격봉을 쑥 빼냈다. 남자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너…, 너는….”
하림은 전기충격봉의 스위치를 누르고 남자에게 갖다댔다.
지지직-
“윽!”
남자는 단말마의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하림은 부들부들 손을 떨며 그 자리에 전기충격봉을 떨어뜨렸다. 누군가를 공격해 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충격을 가라앉힐 시간이 없었다.
이 문 건너편에 엄마가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가! 15년을 살아오면서 사진과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했던 엄마가 살아 숨쉬는 채로 문 건너편에 있었다!

하림은 자물쇠를 살펴보았다. 자물쇠는 아직 잠긴 상태였다.
쓰러진 남자가 종이에 뭔가 쓰고 있던 게 떠올랐다.

‘이게 뭐지?’
그러고 보니 아까 납치범 둘이서 키워드가 BOY고, 키가 F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순간 머리속이 환해졌다.
‘키워드 대체 암호!’
학교에서 특별 활동으로 해본 적이 있었다. 공부는 뒷전이었지만, 키워드와 키를 맞춰서 평범한 단어나 문장을 암호로 만들고, 또 다시 풀어내는 활동은 재미있어서 꽤나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났다.
‘아까 마고를 변환한다고 했으니까 MAGO를 암호문으로 바꾸는 거구나!’
나머지는 쉬웠다. 자물쇠가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풀렸다.
이제 엄마를 만날 차례였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만나서 반가워요? 왜 날 버리고 도망갔어요? 아냐! 아냐!’
하림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굳게 잡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컴퓨터와 온갖 전자장비로 가득 찬 방이 나타났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 있는 컴퓨터 앞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림과 눈이 마주쳤다. 무표정했던 여자의 얼굴이 점점 떨리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하, 하림아?”
첫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림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진으로만 봤던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나이가 좀 더 들었지만, 엄마가 맞았다.
“어, 엄마…?”
“네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내 메시지 못 받았니? 도망치라고 했잖아! 네, 네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건데….”
엄마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쓰러졌다. 엄마는 아랑곳 않고 달려와 하림을 끌어안았다.
“하림아…. 아기 때 안아보고 이제야 안아보는구나. 그동안 계속 지켜보고는 있었어….”
“어, 엄마….”
머릿속에 다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림아, 널 보니까 너무 좋구나. 그런데 여기 있으면 안 돼.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엄마는 문밖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더니 전기충격봉을 집어들어 하림의 손에 쥐어주었다.
“얼른 가. 빠져나갈 수 있겠어?”
“엄마도 같이 가요! 다시 헤어질 수는 없어요. 여기만 빠져나가면 마고가 납치범한테서 지켜줄 거예요.”
“마고….”
엄마는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마고가 널 지켜줄 거라고?”
하림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전기충격봉을 들어올렸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발차기에 맞아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문가에 남자 셋이 서 있었다. 하림은 엄마를 가로막고 섰지만, 엄마가 하림을 옆으로 밀어내고 나섰다.
“얘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머지 둘은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하림을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태어나는 걸 봤지. 네 아빠가 뱃속에 든 너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모습도 봤고. 지금은 이렇게 됐지만…. 너는 영웅의 아들 대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더구나?”
“다, 당신이 우리 아빠를 안다고?”
“그래. 나는 진실을 알지.”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봐, 다인 씨. 아무리 아이라도 진실을 알아야 하지 않겠어? 어떠냐, 하림아?”
대장과 엄마가 동시에 하림을 바라보았다.
하림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을 알고 싶어요….”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이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더니 의자에 앉았다.
“사람들은 네 아빠인 제다검을 영웅으로 알고 있어. 엔진을 폭파시켜서 우주선이 목적지에 멈추지 못하게 하려던 테러리스트를 막은 영웅으로 말이야. 그렇지?”
제하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이렇다. 제다검은 바로 그 테러리스트였어.”
‘테러리스트였다고?’
하림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무슨 헛소리예요!”
그러고 보니 아까 납치범 둘이서 키워드가 BOY고, 키가 F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순간 머리속이 환해졌다.
‘키워드 대체 암호!’
학교에서 특별 활동으로 해본 적이 있었다. 공부는 뒷전이었지만, 키워드와 키를 맞춰서 평범한 단어나 문장을 암호로 만들고, 또 다시 풀어내는 활동은 재미있어서 꽤나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났다.
‘아까 마고를 변환한다고 했으니까 MAGO를 암호문으로 바꾸는 거구나!’
나머지는 쉬웠다. 자물쇠가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풀렸다.
이제 엄마를 만날 차례였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만나서 반가워요? 왜 날 버리고 도망갔어요? 아냐! 아냐!’
하림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굳게 잡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컴퓨터와 온갖 전자장비로 가득 찬 방이 나타났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 있는 컴퓨터 앞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림과 눈이 마주쳤다. 무표정했던 여자의 얼굴이 점점 떨리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하, 하림아?”
첫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림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진으로만 봤던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나이가 좀 더 들었지만, 엄마가 맞았다.
“어, 엄마…?”
“네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내 메시지 못 받았니? 도망치라고 했잖아! 네, 네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건데….”
엄마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쓰러졌다. 엄마는 아랑곳 않고 달려와 하림을 끌어안았다.
“하림아…. 아기 때 안아보고 이제야 안아보는구나. 그동안 계속 지켜보고는 있었어….”
“어, 엄마….”
머릿속에 다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림아, 널 보니까 너무 좋구나. 그런데 여기 있으면 안 돼.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엄마는 문밖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더니 전기충격봉을 집어들어 하림의 손에 쥐어주었다.
“얼른 가. 빠져나갈 수 있겠어?”
“엄마도 같이 가요! 다시 헤어질 수는 없어요. 여기만 빠져나가면 마고가 납치범한테서 지켜줄 거예요.”
“마고….”
엄마는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마고가 널 지켜줄 거라고?”
하림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전기충격봉을 들어올렸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발차기에 맞아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문가에 남자 셋이 서 있었다. 하림은 엄마를 가로막고 섰지만, 엄마가 하림을 옆으로 밀어내고 나섰다.
“얘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머지 둘은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하림을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태어나는 걸 봤지. 네 아빠가 뱃속에 든 너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모습도 봤고. 지금은 이렇게 됐지만…. 너는 영웅의 아들 대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더구나?”
“다, 당신이 우리 아빠를 안다고?”
“그래. 나는 진실을 알지.”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봐, 다인 씨. 아무리 아이라도 진실을 알아야 하지 않겠어? 어떠냐, 하림아?”
대장과 엄마가 동시에 하림을 바라보았다.
하림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을 알고 싶어요….”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이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더니 의자에 앉았다.
“사람들은 네 아빠인 제다검을 영웅으로 알고 있어. 엔진을 폭파시켜서 우주선이 목적지에 멈추지 못하게 하려던 테러리스트를 막은 영웅으로 말이야. 그렇지?”
제하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이렇다. 제다검은 바로 그 테러리스트였어.”
‘테러리스트였다고?’
하림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무슨 헛소리예요!”

대장이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해라. 그게 사실이니까. 믿을 수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하림은 도와 달라는 듯이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엄마는 시선을 바닥에 깐 채 말없이 서 있었다.
하림은 머리가 빙빙 돌 것 같았다.
‘아빠가 테러리스트였다고? 테러리스트? 영웅이 아니라?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마고는 왜 아빠가 자기를 구했다고 하는 거지?’
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너희 아빠는 신세계 호가 다른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우리 모두 그랬지. 네 엄마도. 하지만 여론은 우리 생각과 반대였어. 그래서 비밀결사대를 조직했지. 우주선이 멈추지 못하게 엔진을 살짝 파괴할 계획을 세웠어. 너희 아빠는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나중에 고칠 때 문제가 없도록, 하지만 너무 빨리 고칠 수는 없도록 파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
“그, 그럴 리가…. 그런데 왜 마고는 아빠를 영웅이라고….”
“더 들어봐. 너희 아빠는 엔지니어라는 지위를 이용해 엔진실로 폭탄을 갖고 들어갔어. 그런데 그때 컴퓨터공학자인 너희 엄마가 마고를 교란하려고 해킹을 시도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어. 바로 마고가 우주선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는 거였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마고는 애초에 목적지에 설 생각이 없었다는 소리야. 목적지를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고. 사람들에게는 우주선이 속도를 줄이고 있다며 가짜 수치를 보고했던 거야. 우주선 관리를 통째로 인공지능에게 맡긴 탓에 생긴 일이지. 그러자 우리의 계획은 의미를 잃었어. 생각해 봐. 가만히 있어도 멈추지 않을 텐데, 멈추지 말자고 테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마고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건 문제였어. 이건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
마고는 엔진 테러 계획을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도 모르는 척 한 거지. 몰래 꾸미던 음모에 도움이 될 테니까. 우리가 너희 아빠에게 알리자, 너희 아빠는 성급하게 목표를 바꿔 마고를 폭파하기로 결심했어. 인간의 말을 안 듣는 컴퓨터는 위험한 존재라고. 하지만 마고가 몇 수는 앞서 있었지. 로봇 경비대로 제다검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간 뒤에 폭탄을 터뜨렸어. 그러니까 마고가 너희 아빠를 죽인 거야. 마고는 널 보호하는 게 아니야! 감시할 뿐이지. 우리를 찾기 위해서.”
“조용히 해라. 그게 사실이니까. 믿을 수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하림은 도와 달라는 듯이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엄마는 시선을 바닥에 깐 채 말없이 서 있었다.
하림은 머리가 빙빙 돌 것 같았다.
‘아빠가 테러리스트였다고? 테러리스트? 영웅이 아니라?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마고는 왜 아빠가 자기를 구했다고 하는 거지?’
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너희 아빠는 신세계 호가 다른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우리 모두 그랬지. 네 엄마도. 하지만 여론은 우리 생각과 반대였어. 그래서 비밀결사대를 조직했지. 우주선이 멈추지 못하게 엔진을 살짝 파괴할 계획을 세웠어. 너희 아빠는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나중에 고칠 때 문제가 없도록, 하지만 너무 빨리 고칠 수는 없도록 파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
“그, 그럴 리가…. 그런데 왜 마고는 아빠를 영웅이라고….”
“더 들어봐. 너희 아빠는 엔지니어라는 지위를 이용해 엔진실로 폭탄을 갖고 들어갔어. 그런데 그때 컴퓨터공학자인 너희 엄마가 마고를 교란하려고 해킹을 시도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어. 바로 마고가 우주선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는 거였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마고는 애초에 목적지에 설 생각이 없었다는 소리야. 목적지를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고. 사람들에게는 우주선이 속도를 줄이고 있다며 가짜 수치를 보고했던 거야. 우주선 관리를 통째로 인공지능에게 맡긴 탓에 생긴 일이지. 그러자 우리의 계획은 의미를 잃었어. 생각해 봐. 가만히 있어도 멈추지 않을 텐데, 멈추지 말자고 테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마고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건 문제였어. 이건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
마고는 엔진 테러 계획을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도 모르는 척 한 거지. 몰래 꾸미던 음모에 도움이 될 테니까. 우리가 너희 아빠에게 알리자, 너희 아빠는 성급하게 목표를 바꿔 마고를 폭파하기로 결심했어. 인간의 말을 안 듣는 컴퓨터는 위험한 존재라고. 하지만 마고가 몇 수는 앞서 있었지. 로봇 경비대로 제다검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간 뒤에 폭탄을 터뜨렸어. 그러니까 마고가 너희 아빠를 죽인 거야. 마고는 널 보호하는 게 아니야! 감시할 뿐이지. 우리를 찾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