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숫자 4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제1코스 색칠 공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켄의 4색 정리
4와 관련된 유명한 정리인 ‘4색 정리’로 시작해 보자. 세계지도에서 서로 이웃하는 나라끼리 다른 색으로 칠하려면 최소 몇 가지 색이 필요할까? 단, 나라끼리 점으로만 접해 있는 경우를 빼고 국경이 선으로 접해 있을 때만 서로 이웃하는 나라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칠 공부처럼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 많은 수학자들이 오랜 기간 애를 먹었다.
이 문제는 18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무리 복잡한 지도라도 4가지의 색으로 조건에 맞게 칠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 프란시스 구스리가 ‘모든 지도는 이웃하는 나라끼리 겹치지 않게 4가지 색으로 색칠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의 교수로 있던 수학자 드모르간이 이 질문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드모르간은 끝내 4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4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는 수학의 한 분야인 그래프 이론이 발전하는 데 큰 기여를 했고, 이후 4색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도전한 끝에 1976년, 드디어 미국의 수학자 하켄과 아펠이 4색 문제를 해결했다. 하켄과 아펠은 특징에 따라서 지도를 1936가지로 분류하였고, 슈퍼 컴퓨터를 1200시간 넘게 가동해 이 중 어떤 지도라도 모두 4가지 색으로 나눠 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냈다. 결국 4색 문제의 해결법이 증명된 것으로, 이 때부터 4색 문제가 아닌 4색 정리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하켄과 아펠의 증명 방식은 일반적으로 수학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사뭇 달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바로 ‘컴퓨터로 얻어낸 해결 방법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결국 4색 정리는 해결은 되었으나, 수학적으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낳게 하는 증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제2코스 4개의 4로 도전하는 숫자 퍼즐, Four Fours
2코스의 주인공인 Four Fours라는 이름의 숫자 퍼즐은 4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말 그대로 ‘4개의 4’를 의미하는데, 4를 4번 써서 해결하는 숫자 퍼즐이다. 이 퍼즐은 1892년 영국의 라우즈 볼(W. W. Rouse. Ball)이 펴낸 <;레크레이션 수학과 에세이>;에서 처음 소개됐는데, 이후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Four Fours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Four Fours의 규칙
➊ 숫자 4를 반드시 4번 사용해야 한다.(44처럼 4를 연이어 사용할 수도 있다.)
➋ 4 외에 다른 숫자는 사용하지 않는다.(π는 원주율 약 3.14를 나타내는 기호이므로 사용할 수 없다.)
➌ +, -, ×, ÷ 등의 연산기호를 사용한다.
위와 같은 규칙을 바탕으로 네 개의 4를 이용해 자연수를 차례로 나타낸다. 사실 몇 가지 자연수는 사칙연산인 +, -, ×, ÷만으로도 쉽게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자연수를 사칙연산과 4개의 4만으로 나타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연산기호를 추가로 사용하기로 하자.



또 Four Fours는 수십 가지로 변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개의 4(Four Fours) 대신, 5개의 5(five fives), 6개의 6(six sixes) 숫자를 이용하거나, 1부터 10까지의 자연수처럼 서로 다른 숫자를 이용해 다른 자연수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생일이나,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에 적힌 숫자로도 Four Fours를 해 볼 수 있다. Four Fours가 지루해질 때쯤이면 이와 같이 변형된 Four Fours를 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제3코스 4² = 16장의 카드를 배열하는 방법은?
이번에는 가로, 세로로 4줄씩 총 4²=16장의 카드를 배열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때, 서로 다른 16장의 카드는 K, Q, J, A의 4가지 문자와 ♤, ♡, ♧, ◇의 4가지 무늬로 구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옆의 예시처럼 가로, 세로줄은 물론 2개의 대각선에서도 각각의 문자와 무늬가 단 1번씩만 나타나도록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가로, 세로, 대각선에서도 K, Q, J, A가 각각 1번씩만 나타나야 하고, ♤, ♡, ♧, ◇도 각각 1번씩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배열을 생각해 낸 17세기 수학자 바셰(Claude Gaspar Bachet de Meziriac)는 ‘이렇게 16장의 카드를 배열하는 방법은 모두 몇 가지나 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바셰의 질문은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는 경우의 수를 잘 이용하면 답할 수 있다.
일단 16장의 카드를 좀 더 간단하게 나타내기 위해 K, Q, J, A와 ♤, ♡, ♧, ◇ 대신 알파벳 A, B, C, D와 숫자 1, 2, 3, 4를 써서 첫 번째 가로줄을 배열하는 경우의 수를 구해 보자.
먼저 알파벳 A, B, C, D를 첫 번째 가로줄에 배열하는 경우의 수는 4!=4×3×2×1이다. 이것은 숫자 1, 2, 3, 4를 배열하는 경우의 수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첫 번째 가로줄에 알파벳과 숫자를 모두 가지고 있는 카드를 배열하는 경우의 수는 (4!)²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첫 번째 가로줄이 A1 B2 C3 D4와 같이 결정되면, D4의대각선 방향에 또 D가 올 수 없다. 따라서 첫 번째 세로줄에 문자를 배열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4가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문자나 무늬(숫자)가 겹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위의 4가지 경우에 각각 적용해 보면, 가능한 답은 ㉡과 ㉢뿐이다. 오른쪽 그림처럼 ㉠에서 B가 들어갈 수 있는 칸은 아래의 빗금 친 칸뿐인데, 빗금 친 칸에 B를 어떻게 배열하더라도 나머지 알파벳이 가로, 세로, 대각선에 있는 다른 알파벳과 겹치게 된다. 따라서 ㉠과 같은 판은 조건을 만족할 수가 없다. 이것은 ㉣도 마찬가지다.
이제 ㉡과 ㉢에 알파벳을 채워 보자. ㉡과 ㉢의 첫 번째 가로줄 A1 B2 C3 D4 에 위치한 알파벳과 겹치지 않도록 문자를 채우면 왼쪽의 두 가지 경우가 나온다.
위의 두 가지 경우에 대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숫자를 채워 보면,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아래 네 가지 경우 중 단 두 가지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첫 번째 가로줄이 결정되면 조건에 맞게 나머지 칸을 채우는 경우가 단 2가지뿐이므로, 모든 경우의 수는 (4!)²×2=1152가 된다.
숫자 4는 숫자와 전혀 상관없는 한자의 죽을 사(死) 때문에 피해를 입어왔다. 엘리베이터에도 당당히 쓰이지 못하는 등 설움을 받고 있지만, 사실 숫자 4는 자연수 중 가장 작은 합성수이면서 짝수로, 대상을 2번 연속 2등분하면 4등분(2²=4)하기 쉬워 쓰임새가 많다. 특히 1년을 4개
로 나누어 4분기로 나누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1달러를 4등분한 25센트짜리 동전을 사용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 그 실용적인 쓰임을 인정받고 있다.
숫자 4의 이야기는 죽을 사가 아닌,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