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
밀라노에서 만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긴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이탈리아의 첫 도시, 밀라노에서 주목한 곳은 다름 아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과학기술박물관’이다. 마침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리 그라치에 성당에서 ‘최후의 만찬’을 감상한 터라 다 빈치에 대한 설렘을 안고 박물관으로 향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과학기술박물관은 1953년 다빈치 탄생 500주년을 맞아 수도원을 개조해 세워졌다. 박물관 내부에는 다 빈치가 평생을 걸쳐 고안한 발명품이 전시돼 있는데, 그 엄청난 양에 먼저 놀라게 된다. 하지만 생전에 다 빈치가 발명을 위해 도면을 그린 노트는 무려 3만 쪽! 그 중 6000여 쪽이 발명품으로 전해지고 있다니, 박물관에 전시된 발명품은 그의 발명품 절반도 되지 않는다.
다 빈치는 뛰어난 그림 실력과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로, 비행기가 발명되기 400년 전 이미 새의 나는 방법을 연구해 글라이더를 만들었다. 박물관에서는 이 글라이더뿐만 아니라,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기부터 현대 탱크의 원형인 전차와 대포 등 다양한 다 빈치의 발명품을 직접 만져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곤돌라의 도시, 베네치아는 미로일까?
밀라노를 떠나 서쪽으로 3~4시간 이동해 간 두 번째 도시는 물과 곤돌라의 도시, 베네치아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으로도 유명한 베네치아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섬과 섬 사이에 연결된 다리를 직접 건너거나, 물 위에 띄운 곤돌라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아예 차도가 없다. 베네치아는 원래 습지대였으나, 6세기경 몽골의 습격을 피해 온 이탈리아 사람들이 바다를 간척해 지금의 도시를 만들었다.
베네치아에서 이것만은 꼭!
●가면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 골목 상점마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가면 모양의 장식품이다. 섬세한 장식에서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매년 2월에 열리는 베네치아 가면 축제는 세계3대 축제 중 하나다.
●유리세공의 섬, 무라노에서 위상수학을 느낀다!
동그란 유리 덩어리에서 쭉쭉 늘여 말을 만드는 장인. 한 덩어리로 된 말랑말랑한 유리를 비틀거나 구멍을 뚫지 않고 만든 이 말은 동그란 유리 덩어리와 위상동형이다. 모양이나 형태는 다르지만 도형의 구조는 같다는 뜻이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은 섬 둘레에 말뚝을 박고 섬 자체를 건물처럼 만든 것이다. 그래서 마치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각의 건물 사이에 수로가 있고, 그 수로를 건널 수 있도록 다리가 연결돼 있다. 물 위에 띄워놓은 곤돌라를 묶어 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베네치아에는 무려 117개의 섬, 771개의 수로, 400개가 넘는 다리가 있다. 게다가 집과 집 사이에 사람 몸 하나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골목도 많아 도시를 구경하는 것 자체가 마치 큰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문득 미로를 생각하니 한붓그리기 문제를 해결한 수학자 오일러가 생각났다. 7개의 다리를 한 번에 건널 방법을 수학적으로 해결했던 오일러가 베네치아에 왔다면…. 아마 117개의 섬을 잇는 400개의 다리를 한 번에 건널 방법을 수학적으로 계산하지 않았을까?
생생 체험, 수학박물관이 살아 있다!
피렌체에는 ‘아르키메데스 수학박물관’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시칠리아에서 태어났다.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와 부력의 원리, 구의 표면적과 부피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르키메데스 수학박물관의 모든 교구는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
그림자로 날짜를 알 수 있는 달력이 있다?!
피렌체에서 차를 타고 다시 남쪽으로 3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거대한 역사의 도시, 로마다. 도시 자체가 커다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로마는 고대 로마의 화려한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었다.
로마에는 무수히 많은 유적지와 유명한 박물관이 있었지만, 로마 수학여행의 진수는 델리 안젤리 성당의 그림자 달력이다. 매일 정오가 되면 그림자는 자오선 위의 숫자를 가리켜 그 날의 날짜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직접 그 현장을 보기 위해 시간에 맞춰 성당으로 향했다.
정말 정오가 되면 햇빛이 정확히 자오선 위의 숫자를 비출까? 거룩한 성당에서 숨을 죽이고 빛이 비추는 곳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았다. 드디어 정오가 되자, 햇빛은 정확히 숫자 202와 203 사이를 비췄다. 이 숫자는 태양의 고도를 탄젠트를 이용해 계산한 값으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날짜를 계산했던 로마인의 지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밀라노를 시작으로 베네치아와 피렌체를 거쳐, 피사와 로마까지 이탈리아 5개의 도시를 통해 수학을 체험했던 이번 수학여행은 진정한 수학(Math)여행이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웅장하고 화려한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는 수학이 있어 더욱 풍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