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신고 수학 동아리 ‘FINDER’의 동아리방에는 펜과 종이 대신 칼과 접착제, 나무 조각이 가득하다. ‘메이커실’이라고 적힌 팻말도 눈에 띈다. 수학 동아리방이라기보다 목공예 동아리방 같은 곳에서 FINDER는 무얼 하는 걸까?
“뭐든지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주성용 학생에게 동아리 활동을 마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FINDER 학생들은 활동에 필요한 수학 교구를 사지 않고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값비싼 교구를 척척 만들다 보니 수학으로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2009년까지 FINDER는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모여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평범한 수학 동아리였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하진수 교사는 문득 학생들이 현실에서 겪는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대부분 정답이 없어 수학적으로 사고해 대처해야 하는데, 수학 문제의 답을 찾는 연습만 하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학과 미술 등 생활과 밀접한 학문과 접목한 활동이 필요했다.
그래서 떠올린 게 수학 실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메이커’ 활동이다. 처음에는 3D 프린터에 3차원 대수 방정식을 입력해 구조물을 만들거나 레이저 조각기로 모빌 같은 수학 교구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점점 메이커 활동에 재미를 붙이자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하는 ‘메이커 문화 확산 사업’에 지원해 예산을 지원받았다.
시중에 파는 교구를 만드는 걸 넘어서 새로운 교구를 창작하게 되면서 각종 대회에도 참가하고 교육 봉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18년 대전 수학 체험전에서는 집에 가서도 수학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모빌을 만들 수 있는 키트를 대략 400개 만들어 도안과 함께 참가자에게 선물했고,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주최하는 ‘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는 구슬을 굴릴 수 있는 작은 롤러코스터를 직접 만들어 선보였다. 이외에도 메이커 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국립중앙과학관을 대관해 ‘메이커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교내 3D 프린터 체험 강좌를 열었다.
이렇게 기른 창의력으로 발명 대회에도 도전했다. 한 학생이 FINDER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창업에 도전한 것을 계기로 교내 발명 동아리와 협업해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그 결과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 경진대회’에서 ‘과산화수소 플라스마를 활용한 계란 살균’, ‘게임화 기법을 이용한 플래닝 서비스’로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주최하는 학생 창의력 챔피언 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하 교사는 “교구를 만들려면 체험할 때보다 더 많은 수학 이론을 알아야 한다”며, “메이커 활동을 통해 동아리의 활동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FINDER 인기 비결은 수평적 문화
FINDER는 교내 동아리 중 지원율이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이색적인 활동과 더불어 수상 실적이 좋고 FINDER에서 활동한 선배들이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을 묻자 하 교사는 “선배들의 발자취가 중요하다”며, “선배들이 쌓아놓은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받아 해가 갈수록 좋은 성과를 낸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FINDER 동아리 원들은 매년 1월 겨울방학을 이용해 학교를 졸업한 동아리 선배와 ‘메이커톤 진로 캠프’를 열어 동아리 활동과 입시, 전공 등에 관해 조언을 듣는다. 이외에도 코딩처럼 창업이나 메이커 활동에 필요하지만 어려운 기술은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선배가 찾아와 지도하기도 한다.
교사와 학생, 선배와 후배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도 동아리 인기 비결로 꼽았다. 하 교사는 “예전에는 교사가 모든 걸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로봇이나 코딩의 경우 학생에게 물어본다”며,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수학은 가르치는 데 방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2학년 김민재 학생은 “수학에 필요한 직관력은 나이와 상관없고, 사람마다 문제를 푸는 방법도 다르다”며, “선배들이 후배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해줘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FINDER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해서 자유롭게 만들고 실패해도 재도전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고 있다.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