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입니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요상한 이유로 한 자리에 모였다고 해서 급히 찾아왔습니다.
‘수학은 어렵고 딱딱하다, 수학자들은 괴짜다’라는 인식에 맞서 그동안 꽁꽁 숨겨 왔던 예능감을 선보이겠다지 뭡니까?
수학자들이 농담 배틀을 펼칠 거라나요?
안 돼~! 수학자들까지 농담하면 개그맨들은 다 뭐 먹고 살라고~! 안 돼~!
수학자들은 진짜 괴짜일까?
수학자들이 농담은 무슨! 원래 수학자는 꽉 막히고 괴짜 같은 사람들 아냐?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라니까! ‘수학자=괴짜’라는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지금부터 보여 주지.
천재 수학자라고 하면,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존 내쉬나, 이론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어. 존 내쉬는 게임이론 등을 만들고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한 천재 수학자이지만, 영화를 통해 사람을 기피하고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며 괴팍한 행동을 일삼은 괴짜 수학자로 더 잘 알려졌지. 아인슈타인 역시 존경 받는 위대한 학자이지만, 집도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이상한 복장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켰다고 해.
영국 워릭대 수학과의 이안 스튜어트 교수는 자신의 책 <;현대 수학의 개념>;에서 수학자들의 괴짜 성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기도 했지.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가 스코틀랜드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양 한 마리를 보았다. 이를 보고 세 사람이 대화를 시작했다.
천문학자 : 그것 참 신기하군. 스코틀랜드의 양은 모두 검은색이잖아?
물리학자 : 그게 아니지. 스코틀랜드 양 중에서 일부는 검은색이라고 말해야지~.
수학자 : 휴~, 자네들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군. ‘스코틀랜드에는 적어도 몸의 한쪽 면 이상의 넓이에 검은 털이 나 있는 양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 방목되고 있는 들판에, 적어도 한 마리 이상 존재한다.’고 말해야 되는 거라고!"
거 봐. 내 말이 맞다니까? 수학자들이 괴짜라는 느낌이 팍팍 오지?
배틀1 말장난의 달인은?
나 김원효가 말리는데도 농담 배틀을 하겠다 이거지? 좋아. 그렇다면 한 번 들어나 보자고! 첫 번째 배틀에서는 말장난의 달인을 뽑는다고 하는군. 뭐어~? 말장난? 안 돼~! 이거 개그맨들의 주특기잖아? 수학자들이라고 봐 주지 않을 거야! 내가 평가는 냉정하게 한다니까?
개가 수학을 한다고? 증명 농담의 달인, 뉴턴
나를 모르는 학생은 없겠지? 난 많은 학생들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 미적분학은 물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이라고. 내가 친했던 동료 수학자인 월리스에게 내 개에 대해 했던 농담을 들려 주지. 월리스는 내 농담을 듣고 어찌나 웃겼던지 일기장에 적어놨다지 뭔가? 하하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구만!
나에겐 ‘다이아몬드’라는 개가 있었어. 난 월리스를 보니 문득 장난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그에게 허풍을 떨었지.
“월리스, 내 개가 수학을 좀 한다네. 오늘 오전에는 정리를 두 개나 증명했지 뭔가!”
그러자 월리스가 내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지.
“오오! 그 개는 천재군?”
이 말에 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날렸지.
“그 정도는 아니라네. 첫째 정리에는 오류가 있고, 두 번째 정리에는 반례가 있거든.”
홀수는 이상한 수? 동음이의어 말장난의 달인, 모델
흥! 내가 미국 시카고대의 오찬 모임에서 선보였던 말장난이 더 재미있을걸?
“세 잔의 커피에 14개의 각설탕을 나누어 넣을 때, 각 잔에 odd number(홀수)의 각설탕이 들어가도록 할 수 있을까요?”
한번 생각해 봐. 세 개의 컵에 어떻게 14개의 설탕을 홀수 개로 나누어 넣을 수 있겠어? 어렵지? 그래서 내가 답을 알려 줬지.
“일단, 첫 번째 잔과 두 번째 잔에 각설탕을 한 개씩 넣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잔에 각설탕 12개를 넣으면 됩니다. 각설탕 12개는 한 잔의 커피에 넣기에는 odd number(이상한 수)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교황이다? 삼단논법 농담의 달인, 러셀
난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논리학 시간에 한 삼단논법 농담을 들려 주지. 그 날 따라 한 학생이 내게 도전적으로 말했다네.
“논리학을 이용해 1+1=1이라고 가정하고, 교수님이 교황임을 증명해 주십시오!”
허허~, 어떻게 내가 교황일 수 있겠나? 하지만 난 삼단논법으로 바로 답했다네.
“나는 1이고, 교황도 1이다. 우리란 1+1이지만 하나를 의미한다. 즉, 1+1=1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 사람이고, 나는 교황이다. 어떤가?”
교실의 학생들과 함께 모두 유쾌하게 웃던 기억이 나는구만.
배틀2 재치 있는 숫자 농담의 달인은?
수학자들의 말장난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건 인정하지. 그런데 두 번째 배틀이…, 뭐어~?
숫자 농담? 안 돼~! 한번 생각을 해 봐. 어떻게 골치 아픈 숫자를 가지고 농담을 하냐?
이번 배틀은 진짜 안 돼~!
제곱수 농담의 달인, 드 모르간
드 모르간의 법칙 다들 알지? 중학생 치고 내 이름을 못 들어본 친구는 없을 거야. 집합 법칙 속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네. 난 평소에 농담하는 걸 즐겼지. 수학자들은 종종 꽉 막힌 사람들로 묘사되지만, 수학 발견의 원동력은 논리보다는 상상력이라네. 수학자들이 그렇게 꽉 막혀서는 안 된다고. 이번 배틀은 재치 있는 숫자 농담이라고 들었네. 누군가 내 생일이 언제인지 물었을 때 내가 했던 대답을 들려 주지.
“나는 x2년에 x세였다네.”
아플 때 더 재미있는 숫자 농담, 라마누잔
사람들은 내게 암산의 천재, 공식 제조기란 별명을 붙였지. 난 어렸을 때부터 수치 계산과 암기에 놀라운 능력을 나타냈고, 이런 능력은 수학자가 돼서도 난해한 수들 사이의 심오한 관계를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어.
아,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얘기를 해야겠군. 동료 수학자인 하디가 병문안을 왔는데, 자신이 오늘 타고 온 택시 번호가 1729라는 거야. 그리곤 1729에 무슨 흥미로운 점이 있냐고 물었지. 난 그 숫자를 듣자마자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 왜냐하면 1729는 두 개의 세제곱 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두 가지인 수들 중 가장 작은 수거든.
1729=103+93=123+13
농담 듣다 보니 어려운 수학 개념이 쏙쏙!
수학자들의 농담 알고봤더니 개그맨들의 말장난 뺨치는데? 완전 재밌어! 게다가 농담 속에 담긴 어려운 수학 개념들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 오는 게 완전 일석이조야.
사실 웃기는 농담이 집중력을 높여 주는 데 효과가 있다니까? 뭐야? 그 못 믿는 눈치는?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연구팀은 지난 해 fMRI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어. 그런데 인간의 뇌는 일상적인 말보다 농담에 더 활발히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 웃기면 웃길수록 뇌의 반응은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니까!
뭐야? 말하고 보니 이러다간 수학자들의 농담에 개그맨들이 밀리겠잖아? 빨리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야겠어! 뭐어~? 10분 안에 언제 어디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냐고? 뭐어~? 10분 안에 소집하지 않으면 폭파시키겠다고? 야,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