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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수학이 숨 쉬는 이탈리아 건축물


여행의 반을 지나 몸도 마음도 지쳐갈 때쯤, 나폴리에서 배를 타고 시칠리아 섬으로 향했다. 마치 장화처럼 보이는 이탈리아 땅에서 장화의 코끝에 삼각형처럼 생긴 큰 섬이 바로 시칠리아다. 시칠리아의 아그리젠토는 그리스인이 기원전에 세운 도시로, 그리스 시대의 신전이 잘 보존되어 있다. 신전의 기둥과 함께 이탈리아 건축에 숨어 있는 수학을 찾아 떠나 보자.


황금 모자이크가 눈부신 비잔틴 양식
새벽에 도착한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항은 푸른 빛으로 아직 잠이 덜 깬 여행자를 맞이했다. 부스스한 채 버스에 올라 도착한 곳은 몬레알레 성당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함을 내뿜는다.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황금빛 모자이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모자이크는 비잔틴 미술의 특징 중 하나다. 화려한 황금 모자이크를 통해 시칠리아가 그리스, 로마, 비잔틴, 등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황금 모자이크를 시칠리아에서 처음 본 것은 아니다.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에서도 화려한 황금빛 모자이크를 볼 수 있었다. 산마르코 성당은 정사각기둥 위에 반구 모양의 돔을 얹는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이다.

사실 원기둥 위에 반구를 얹은 것보다 정사각기둥 위에 딱 맞는 반구를 얹는 것이 훨씬 어렵다. 정사각기둥 위에 반구를 얹으려면 그림❷와 같이 정사각형과 원이 접하는 4개의 점을 정확하게 찾고, 그 위에 반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그림❶과 같이 큰 반구를 밑면이 정사각형이 되도록 똑같이 자르면, 반구의 가장자리에는 크기가 같은 호 4개가 생긴다. 그런 다음 호에 접하는 원을 한 면으로 하는 반구를 위에 얹으면 된다.

이 때 ‘펜덴티브’라는 둥근 삼각형 모양의 면이 생긴다. 이 펜덴티브는 정사각기둥 위에 기하학적인 완벽한 방법으로 돔을 얹은 비잔틴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증거다.
 

신전의 계곡을 거닐다
몬레알레 성당을 지나 찾아 간 곳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아그리젠토에 있는 ‘신전의 계곡’이다. 그 옛날 번성했던 도시를 상상했지만, 강은 흔적만 남고 항구도 사라져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드문드문 서 있는 여러 신전이 당시 화려했던 시절을 말해 주고 있을 뿐이다. 이 곳의 신전은 기원전 6세기 말에서 5세기 사이, 그리스 지배 아래에 있을 때 세워졌다. 신전 중에서도 특히 ‘조화’라는 뜻의 ‘콘코르디아 신전’이 대표적이다.

신전은 대부분 ‘도리아식’으로 지어졌다. 회오리를 연상시키는 무늬가 눈에 띄는 ‘이오니아식’이나 기둥 위로 꽃바구니를 얹은 듯한 ‘코린트식’과 견주어 보면, 꾸밈없는 도리아식은 건강한 남성이 서 있는 듯 단단하고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이 세 가지 기둥이 그리스 신전의 3대 기둥 양식이다.

도형으로 본 3대 기둥
밋밋하던 도리아식 기둥 모양은 이오니아식을 거쳐 코린트식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의 외관부터 차츰 코린트식 기둥을 써, 나중에는 건물 대부분을 코린트식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도형의 성질로 기둥의 모양과 특징을 설명할 수 있을까?

도리아식은 겉면에 난 골을 무시하면 기둥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직선을 중심축으로 하는 회전체로 볼 수 있다. 별 장식이 없었으니 상대적으로 만들기도 가장 쉬웠다.

반면 이오니아식 기둥은 도리아식보다 굵기가 가늘면서 회오리 모양의 대칭적인 장식을 얹었다. 우아하면서도 나긋한 여성처럼 보인다. 기둥 아래쪽에는 주춧돌을 넣어 장식했고, 위에도 화려한 문양을 새겨 넣었다. 이 기둥은 기둥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직선을 중심축으로 180° 회전이동 시켜 서로 포갤 수 있는 입체도형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화려한 코린트식 기둥은 이오니아식을 변형한 것으로, 회오리 무늬에 나뭇잎 모양을 덧붙여 마치 꽃바구니를 기둥에 얹은 듯 만들어 장식을 한층 더 강조했다. 그러나 나뭇잎을 아무렇게나 붙인 것은 아니다. 원 모양으로 돌아가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위와 아래의 나뭇잎은 서로 엇갈리도록 8개씩 붙였다.

즉, 45°마다 나뭇잎이 한 장씩 붙어 있으며, 위와 아래 나뭇잎의 위치는 22.5°씩 어긋나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장식은 정사각형, 원, 호와 같은 도형을 작도해 탄생했다.

바다가 내려 보이는 원형 극장
아직도 화산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휴양지인 타오르미나의 언덕이 있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원형극장에 올랐다. 절벽에 기대어 아기자기한 상점 사이로 난 좁을 길을 따라 걸으니, 시칠리아 섬을 상징하는 장식물인 ‘트리스켈 리온’이 즐비하다. 세 개 다리는 삼각형 섬 모양을 상징하고, 가운데에 그려진 메두사의 머리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

극장 관람석에 앉아 보니, 앞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언덕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한 관중석이 보인다. 아주 오래 전에 지어진 극장인데도 관중석 어디에서든 무대가 잘 보이고 소리가 골고루 잘 들린다. 원의 성질을 이용해 극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동심원을 그리면 관중석의 모양이 돼 별다른 음향시설이 없이도 소리가 골고루 퍼진다.

또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아치를 이용해 바깥쪽으로 관중석을 더 늘린 흔적이다. 그리스 시대에는 언덕의 경사를 그대로 살려 원 모양으로 돌아가며 돌을 놓아 관중석을 만들었다. 반면 로마 시대에는 콜로세움처럼 언덕이 없어도 아치를 이용해 경사진 관중석을 만들었다. 이 곳의 관중석은 그리스 극장의 바깥쪽에 로마 원형극장을 덧붙인 모양으로, 그리스와 로마의 원형 극장 양식을 모두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당시 이 극장은 남녀 신분에 상관없이 시민들이 모여 토론하거나 공연을 보는 장소로 사용하다가, 로마 시대에 들어서면서 검투사와 동물이 등장하는 쇼를 관람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신분에 맞게 관람석의 위치가 정해졌으며, 깜짝 등장을 위한 통로와 대기실 등이 덧붙여졌다. 권력과 힘을 과시하며 여러 공연을 즐겼던 로마시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건축물 박물관, 이탈리아!
세계 여러 나라 중 이탈리아만큼 도시마다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곳도 드물다. 그 중에서도 로마는 그리스로부터 이어진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도시다. 특히 콜로세움이나 판테온 등에서 건물 전체의 하중을 받치는 아치 구조를 쉽게 볼 수 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에는 한동안 이렇다할 건축물을 짓지 못하다가 11세기경 사회가 안정되면서 피사의 대성당, 밀라노의 암브로시아와 같은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이 등장했다. 이 시기에도 아치를 사용했는데, 무게를 받치기 위해서라기보다 장식을 위해 건물의 바깥에 규칙적으로 배열했다.

한편 북쪽 지역인 밀라노의 두오모에서는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열망을 표현했다. 끝이 뾰족한 아치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출입문의 폭과는 상관없이 아치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는 건축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부벽으로 대표되는 고딕양식은 이탈리아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인간을 중심으로 여기는 르네상스의 본거지기 때문이다.

고딕 양식이 신을 위한 건축이었다면, 단순한 반원과 아치, 직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르네상스 양식은 인간을 위한 건축이었다. 이런 르네상스 건축은 수학적인 관계에 바탕을 두고, 조화, 질서, 균형,통일의 형식미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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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진행

    장경아 기자
  • 남호영(서울 영신고 교사), 정미자(서울 신림고 교사), 조숙영(서울 영림중 교사)
  • 사진

    최미숙(부산 감천중 교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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