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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꿈꾸는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


영국의 꽃미남 밴드에서나 본 듯한 말끔한 외모에 훤칠한 키, 깔끔한 셔츠에 청바지, 거기에 짝짝이 운동화가 눈에 띈다. 요즘 전세계가 주목하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이다. ‘괴짜 과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자연을 닮은 특별한 아이디어로 가구를 만들고 있다.

 
과학자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라만은 디자인과 과학, 때로는 수학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자연을 닮은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톱과 망치 대신 컴퓨터를, 동료 디자이너 대신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택했다. 사람의 손길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특별히 그에게서 자신의 대표 작품인 ‘본체어(Bone Chair, 2006)’ 제작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본 체어는 이름 그대로 뼈를 닮았어요. 뼈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거든요. 필요한 부분은 스스로 채워 단단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비워 내죠. 이런 최적화하는 기능은 뼈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저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뼈와 나무의 성장을 연구한 독일의 과학자’와 함께 작업했어요. 여기에 한 자동차회사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만들었고요. 먼저 프로그램 속에서 가상의 블록을 준비합니다. 그 다음 알고리즘에 따라 의자를 만드는 데 필요 없는 부분을 서서히 제거했어요. 물론 이 작업은 컴퓨터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의자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작품의 세세한 부분은 예측할 수 없었답니다. 이 알고리즘은 뼈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표현하도록 설계 돼 있거든요.

설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수작업이 시작됩니다. 마치 저와 컴퓨터가 탁구 경기를 하는 것처럼, 서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가 상대방의 결과를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가는 원리죠.
 
세포분열을 수학으로 풀어내 만든 탁자
라만의 작업에서 ‘수학’은 중요한 ‘과정’이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자연과 과학적 지식에서 출발하지만,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실현하는 과정에 ‘수학’이 적절히 사용되기 때문이다.

여러 작품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세포분열 과정을 수학으로 분석해 만들었다는 리프 테이블(Leaf Table, 2010)이다.


갈고 깎는 데만 200시간!
라만은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이 만났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는다. 그는 이를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의자 하나를 만들려면 맨 먼저 아이디어를 스케치 한다. 의자의 규격과 표면 질감을 정한 다음, 시트나 등받이는 손으로 직접 만든다. 그 다음 컴퓨터 알고리즘 결과를 이용해 3차원 입체 프린터로 제작 틀을 인쇄한다.

이제부터 엄청난 수작업이 더해진다. 손으로 갈고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본 체어는 92개의 틀을 이용했고, 갈아내고 깎아 내는 데만 200시간을 투자했다.


도전! 반딧불 효소로 만든 전구
라만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효소를 이용한 전구를 만들어 새로운 조명 기구를 디자인할 계획이다. 가장 천연적인 조명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조명을 만든다는 기발함이 놀랍다.

“제 오랜 꿈은 제 아이디어를 모두 담은 책과 대본을 쓰는 거예요. 또 언젠가는 실험실에 갖추고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해 집도 지어 보고 싶어요.

실제로 프린트하듯 콘크리트를 차곡차곡 쌓아 주는 로봇이 있거든요. 이 로봇을 이용한다면 언젠가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답니다.”

제2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꿈꾸는 라만. 이미 ‘세계 디자인계의 신데렐라’라고 불리는 그가 머지않아 선보일 과학과 수학을 담은 또 다른 예술가구를 기대해 본다.

2012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도움

    박지선 어시스턴트 디렉터
  • 도움

    윤보경 어시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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