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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뿌리깊은나무 수학으로 다시보기!

드라마 뿌리깊은나무 수학으로 다시보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뿌리깊은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세종대왕의 업적과 성품을 재해석한 이 드라마는,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이 드라마의 인기 원인에는 청년‘세종’이 있다. 물론 그 역할을 맡은 배우 송중기의 꽃미남 효과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 그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이도의 새로운 면 때문이 아닐까.

*이도는 조선 제4대 왕인 세종대왕의 본명이다.


현실을 피해 숨었던 도서관

이 드라마는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세종대왕 위인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초반에 전파를 탄 세종과 그의 아버지 태종의 갈등 장면이 그 중 하나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세종은 태종과 사람을 이끄는 방식에 있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태종은 왕권을 잃지 않기 위해 피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었으나, 세종은 무고한 백성들의 희생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피해 점점 현실에서 도피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이 장서각(도서관)이었다.

세종은 장서각에서 마귀에 홀리듯 무언가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바로‘*마방진(魔方陣)’이었다. 마방진은 일종의 퍼즐로,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뜻에서‘마귀 마(魔)’자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방진 또는 마법진이라고도 하는데, 방(方)은 정사각형, 진(陣)은 나열한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풀이

세종은 아버지 태종에게 외숙부들이 죽임을 당하던 날, 처음으로 3차 마방진에 도전한다. 그가 11세 때의 일이다. 슬피 울던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이 어려웠나 보다. 그 뒤로 5차, 7차 마방진을 넘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거대한 33차 마방진 속에서 헤매기도 했다. 풀리지 않는 마방진만큼이나 세종을 둘러 싼 현실도 그에게는 어렵고 풀기 힘든 숙제였다.

세종이 끙끙대며 마방진에 매달리고 있던 어느 날, 태종은 장서각으로 아들을 찾아온다.“도서관에서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왔노라”고 말을 건 낸 태종은, 장차 이 나라를 책임질 자신의 아들이 한심하게도 숫자 놀음이나 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비록 한 번도 풀어본 적 없는 퍼즐이었지만, 태종의 눈에는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를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는 아들에게 태종은 자신만의 해법을 알려 준다. 그 말인 즉, 마방진의 핵심은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도록 만드는 것이므로 이를 방해하는 다른 모든 숫자를 과감히 버리라는 것이다. 그 다음 ‘1’을 정사각형의 정중앙 자리에 놓으면, 다른 숫자는 아무 것도 없으니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은 모두‘1’이 되면서 마방진의 규칙을 어기지 않으니 문제없다고 말한다.

만약 태종의 방법대로라면 33차 마방진뿐 아니라 100, 1000, 10000차 마방진까지 쉽게 풀린다. 물론 1을 포함하지 않은 가장자리 줄의 합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태종의 생각이다. 이것은 바로 강력한 왕권의 수립과 유지를 위해 반대 세력을 즉각 처단하는 방식으로 조선을 이끌어 온 태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가운데에 있는 1은 바로 태종 자신을 의미한다. 나라의 모든 힘이 왕에게 모아지는 중앙집권체제가 태종이 바라는 조선의 모습인 것이다.
 

'1'을 마방진의 중앙에 놓으며 자신만의 해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태종.



마방진의 유래

마방진은 고대 중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일찍이 중국 하나라의 우임금이 홍수를 다스리려고 황허강 줄기인 낙수의 물길을 고치다가 발견한 거북 등껍질의 그림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아버지가 보내온 빈 도시락

세종은 아버지의 해법에 결코 찬성할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와는 다른 새로운 조선을 꿈꾸고 있었기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33차 마방진 문제 하나를 풀지 못해 끙끙대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한다.

그는 왜 33차 이상의 마방진은 풀지 못한 것일까? 사실 세종은 33차보다 차수가 낮은 홀수차 마방진을 풀 때,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대입하면서 풀었다. 3차 마방진의 해법은 단 하나지만, 5차 마방진의 해법은 275,305,224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어마어마해지는 해법 중 단 한 가지를 발견하면 성공으로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던 것이다. 세종이 수를 넣으면 궁녀들이 주판으로 검산을 해 보는 식으로 한 단계씩 풀었으니, 그의 성공여부는 그녀들의 손에 달렸던 셈이다.

풀리지 않는 마방진을 뒤로한 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세종은 자신의 장모가 잡혀 있던 의금부를 찾는다. 거기서 우연히 노비들의 탈옥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중‘똘복’이라는 소년을 구한다. 그가 구한 첫 백성인 똘복은 자신의 아버지가 세종 때문에 죽었다고 믿고, 세종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자라는 인물이다. 물론 훗날 세종의 한글 창제를 적극적으로 돕는 백성의대표가 되지만 말이다.

세종은 똘복을 구하려고 태종에게 목숨을 건 첫 반항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음 날 태종으로부터 군사력을 모두 빼앗긴다. 무력감을 느낀 세종이 왕위를 버리려고 할 때 아버지로부터 빈 도시락을 받는다. 이 도시락은 ‘자결’을 의미하는 무시무시한 증표였다. 주위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때, 현명한 세종은 오히려 무력감을 회복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빈 도시락의 의미

빈 도시락 이야기는 삼국지의 조조와 순욱의 일화에 나온다. 순욱이 조조의 뜻을 반대하자, 조조는 화를 참지 못하고 순욱에게 빈 도시락을 보낸다. 조조는 음식이 담겨 있지 않은 빈 도시락을‘더 이상 먹지 말라’는 뜻으로 보낸 것으로, 결국 순욱에게 ‘자결’을 명한 것이다. 하지만 태종이 세종에게 건 낸 빈 도시락은 ‘자결’의 뜻이 아닌 사랑하는 아들을 위한 일종의 도움말이었다.


벗겨지는 마방진의 비밀

빈 도시락은 마방진의 결정적인 해결 도구였다. 세종이 뚜껑을 연 빈 도시락의 모양에서 지금껏 제대로 알지 못했던 마방진의 일반적인 해법을 깨달았다.

자, 그럼 이 시점에서 드라마에서는 자세히 소개하지 않은 세종의 마방진 해법을 밝혀보자. 우선 가로 한 줄에 들어갈 수들의 합을 구해 보자. 예를 들어 3차 마방진이라면 9개의 칸이 생기므로 1부터 9까지 모두 더하고, 이 수들의 합인 45를 가로줄의 총 개수인 3으로 나눈다. 결과는 15. 이는 가로줄하나에 들어갈 수들의 합이다. 물론 세로와 대각선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세종이 처음 했던 방법대로, 세 수의 합이 15가 되게 하는 수들의 조합을 일일이 골라 배치해도답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차수의 마방진을 해결할 수 있는 일반적 해법은 아니다. 세종이 빈 도시락에서 깨달은 마방진 해법은 다음과 같다.

이것은 일반적인 해법이기 때문에 5차 마방진 역시 같은 방법으로 풀면 된다. 물론 대각선으로 일렬로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1의 시작은 지금의 5, 21, 25의 위치 어디라도 상관없다.
 

벗겨지는 마방진의 비밀


드디어 같은 방식으로 33차 마방진을 풀게 된 세종은 더 이상 마방진을 풀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일반적인 해법을 찾았기에 35차 마방진을 다시 시도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그가 꿈꾸는 새로운 조선의 모습도 찾았기 때문이다.

세종은 뚜껑이 열린 빈 도시락 덕분에 마방진의 정사각형 안에서만 해법을 찾으려고 했던 자신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빈 도시락은 1을 자칭한 태종의 시대는더 이상 없음을 의미한다. 태종이 풀었던 1인 집권적인 마방진의 해법과는 달리 세종의 해법은 1의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다. 1이 어느 한 자리를 잡게 되면 그 뒤의 다른 모든 수들이 따라서 제자리를찾게 될 뿐 아니라, 각자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게 되는 화합의 해법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세종이 꿈꾸는 새로운 조선의 모습이었다.


홀수차 마방진의 일반적인 해법
 

홀수차 마방진의 일반적인 해법



세종이 집중했던 홀수차 마방진

세종이 풀었던 마방진은 3차, 5차, 7차, …, 33차 모두 홀수차 마방진이다. 이 해법은 짝수차 마방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처럼 태종과 세종 두 왕의 통치 스타일을 비교하는 도구로 마방진을사용하려면 반드시 홀수차 마방진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짝수차 마방진의 경우 일반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아래 그림과 같은 가장 낮은 짝수차마방진인 2차 마방진을 살펴보자. 그런데 이 마방진은 안타깝게도 해법이 없다.
 

2차 마방진에서는 숫자를 어떻게 놓아도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2차 마방진의 해법은 없다.


너무 슬퍼 마시라. 4차 마방진 이상부터는 홀수 차와는 다른 해법이 존재한다. 여기엔 4의 배수인지 아닌지로 해법이 나뉘는데, 4의 배수가 아니면 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생략하고, 대표로 ‘4의 배수’차 마방진만 소개하기로 한다.

다음과 같이 가로, 세로의 구역을 1:2:1 비율로 나누고 노란 부분에 순서대로 칸의 순서에 해당하는 숫자를 써 넣는다. 그 다음은 아래에서부터 역순으로 남은 숫자를 크기순으로 넣는다. 그럼 한 줄의 합이 34인 4차 마방진을 풀 수 있다.
 

한줄의 합이 34인 4차 마방진


마방진은 당시 조선의 많은 젊은이들이 즐겨 풀었을 뿐 아니라, 조선 숙종 시대 수학자인 최석정도 <;구수략>;에 3차부터 10차까지의 마방진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니 세종이 젊은 시절 고뇌를 푸는 도구로 마방진을 썼다고 해도 놀랄일은 아니다. 다만 그가 홀수차 마방진을 넘어 한가운데 칸이 없는 짝수차 마방진까지 섭렵했더라면 어땠을까? 새로운 조선을 넘어 백성의 자유와 이상을 오늘날처럼 펼칠수 있는 신세대 조선을 꿈꿀 수도 있지 않았을까.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의 업적과 성품을 재해석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방진이란 1부터 연속하는 숫자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해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아지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그림과 같은 3×3 정사각형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15가 되도록 만들면 된다. 이를 3차 마방진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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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배수경 수학교사
  • 오혜정 수학교사
  • 윤장로 수학교사
  • 진행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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