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려 목숨을 잃었어. 이젠 잠잠해졌다고 생각했던 신종플루와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생각마저 들어. 과연 바이러스는 얼마나 큰 힘을 가졌을까? 바이러스를 미리 알고 이겨 낼 수 없을까?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앞으로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할지 어디로 퍼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에 대답해 줄 누군가가 필요해~.
전염병 추격자, 수학
안녕~! 나는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야. 난 전염병에 대한 너희들의 궁금증을 풀어 줄 수있단다. 못 믿겠다고? 수학 이론을 사용하면 전염병이 앞으로 얼마나 유행할지 알 수 있어. 물론 ‘이론적’이라는 한계는 있어. 하지만 수학을 이용해 전염병 유행 시기나 범위를 파악하면 전염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전염병의 유행을 예측한 나의 활약상을 살펴보지 않을래?
수리모델링이란 건 어떤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 구조를 수학식, 그래프 등 으로 구체화시켜 보는 작업이야. 전염병을 이해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전염병 모델링의 시작은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부터야. 1766년 베르누이는 확률이론을 이용해 사람들이 천연두 때문에 얼마나 죽었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어. 이 연구는 힘이 약한 천연두 균을 우리 몸에 접종시키면 천연두를 예방할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줬어.
전염병 모델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야. 영국 수학자 하머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홍역이 어떻게 유행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제시했고, 병리학자 로날드 로스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기생충을 발견하고 그 확산 모델로 1902년에 노벨상을 받았어. 모두 이론적 가정을 바탕으로 세운 수학 모델이었지.
1972년 스코트랜드 수학자 윌리엄 컬맥과 예방역학자인 앤더슨 맥켄드릭은 전염병이 유행하기 위한 초기 조건과 전염병의 확산 정도를 예측하는 SIR 모델을 제시했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Suspectible), 감염된 사람들의 모임(Infectious), 회복된 사람들의 모임(Removed) 사이에서 전염병이 어떻게 퍼지는지 보여 주는 모델이지. 이들은 이 모델을 이용해 1905년부터 1년 동안의 인도 봄베이와 1665년 영국의 한 마을에서 홍역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를 정확히 예측했어.
그 후 수학자들은 1918년과 1919년에 걸쳐 유행했던 스페인독감도 전염병 모델로 환자수를 계산해 보았어. 당시 스페인독감은 세계인구의 2%에 해당하는 약 5000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어. 위 그래프는 약 5개월 동안 스위스 제네바 병원에서 보고한 실제 환자수와 수학적 가정에 따라 계산한 환자수를 그린 그래프야. 두 그래프 모양이 거의 일치하지?
이처럼 과거의 전염병을 다시 연구해 수학 모델을 세우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독감 바이러스는 전파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에 앞선 사례를 잘 파악하고 분석하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독감의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어. 그리고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근거가 되기도 해.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 신종독감이 발생했을 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대유행을 막을 계획을 세웠어. 영국 임페리얼대학교 연구팀이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하면 세계적인 대유행을 막을 수있을 거라고 보고한 자료가 있었기 때문이지. 대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도 모델링을 세워서 예측해. 너무 부족해도 안 되고 남으면 낭비가 될 테니까.
최근에는 고령자보다 취학 아동이나 그 부모에게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시키는 게 감염의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어. 이것도 수학 모델을 이용한 결과지. 이처럼 수학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
다니엘 베르누이
다니엘 베르누이는 수학자를 많이 배출해 낸 스위스 베르누이 가문의 한 사람이다. 아버지 뜻에 따라 의학을 공부했지만, 수학과 물리에 흥미를 느껴 나중에 의학을 버린다. 다니엘 베르누이는 인체의 혈압을 연구하다가 '높이 차가 없을 때, 기체의 속도가 증가하면 압력이 내려간다'는 베르누이의 정리를 발견했다.
전염병 모델, 이렇게 만든다!
수학으로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모델을 세우는 방법은 다양해. 여기서는 가장 대표적인 SIR모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거야. 이 모델의 방정식을 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S, I, R 각 집단에 속한 사람 수를 결정할 수 있어. 그래서 이런 모델을 결정론적 모델이라고도 해. SIR 모델은 홍역, 볼거리, 풍진처럼 어릴 때 한 번 앓으면 영원히 면역력을 얻을 수 있는 질병에 잘 맞아. 그러면 전염병 모델링이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걸까?
1. 유행하는 질병(홍역)의 감염의 경로를 이해한다.
홍역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지. 홍역에 걸린 사람은 일정 시간 동안 15명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어 내거든. 하지만 홍역에 한번 앓고서 회복되면 평생 면역력을 얻게 돼. 앞으로 다시는 걸릴 위험이 없는 거지. 봄베이 지역의 전체 사람 수를 N이라고 하고, 홍역에 걸릴 가능성 있는 사람을 S(Suspectible), 홍역에 걸린 사람은 I(Infectious), 그리고 회복된 사람은 R(Removed)이라 해 봐. N은 당연히 S, I, R을 모두 합한 것과 같겠지.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가 발생할 거고, 이미 홍역을 치르고 회복된 사람도 생기겠지. 이처럼 S에 있던 사람이 홍역에 걸리면 I로 들어가고, I에 있던 사람이 회복되면 R로 들어가는 과정을 알아야 해.
2. 감염 경로에 따라 다이어그램을 그린다.
S , I, R로 집단을 나눴으니 집단 S에서 I로 사람들이 옮겨가는 정도, 집단 I에서 R로 사람이 옮겨가는 정도를 구해 변수를 결정할 수 있어. 그러면 집단 간 사람의 이동경로와 바이러스 감염 경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지.
질병을 옮기는 경로가 많으면 수학식에서도 변수가 많아져. 공기로 옮기는지, 신체 접촉으로 옮기는지 등 생각해야 할게 많아지지. 또 잠재기, 잠복기, 병원에 가는 사람, 스스로 병을 이기는 사람 등 집단을 더 잘게 나누면 감염 경로가 매우 복잡해져.이건 다이어그램 없이 이해하기가 힘들어. 그러니까 복잡한 경우에는 더욱이 다이어그램을 잘 그려야 해.
3. 각종 변수들을 결정하고 구하고자 하는 방정식을 세운다.
다음으로는 시간에 따라 각 집단에 속한 사람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식으로 세워야 해. 시간 말고도 고려해야 할 변수는 많아. 바이러스에 잠복기가 있거나 백신이 있는 경우라면 식이 달라진다고 했지? 집단 사이에 사람의 이동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도 알아야 해. 일정 시간 동안 홍역 환자 한 사람이 몇 사람에게 홍역을 전염시키는지도 식으로 만들 수 있어. 이렇게 세운 식을 모두 다 모아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집단의 사람 수를 알 수 있는 방정식을 세우지. 요즘엔 감염 경로나 고려할 요인이 많아진 만큼 식도 복잡해서 답을 얻으려면컴퓨터를 써야 해.
4. 결과를 시각화한다.
앞에서 얻은 방정식을 이용하면 시간에 따라 홍역으로 죽은 사람 수를 구할 수 있어. 감염된 사람의 집단 I에서 사망자 수의 값을 얻어 그래프를 그린 결과가 오른쪽처럼 나왔어. 신기하게도 ●는 실제 홍역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 수를, ○는 SIR모델로 얻은 사람 수인데 두 분포가 거의 비슷한 걸 볼 수 있어.
풍토병? 전염병? 세계적 대유행?
질병을 유행하는 모습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풍토병(endemic)은 어느 지역에 한정해 특정 질병이 항상 존재하는 경우다. 비교적 오랜 지속된다. 전염병(epidemic)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균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질병을 많이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은 전염병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단계로 콜레라처럼 한 국가 이상 또는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 현재 유행하는 신종플루도 세계적 대유행이다
앞으로 신종플루 유행은?
전염병 모델링을 살피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어. 신종플루는 4월 중순에 멕시코와 미국에서 나타났지. 10월 20일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20명의 사망자를 냈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신종플루의 전세계 대유행을 선언했고, 신종플루는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어.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만 가는데, 신종플루는 정말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되고 마는 걸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천병철 교수님에게 신종플루에 대해 자세히 여쭤 보기로 해.
Q 1 현재 신종플루도 수학으로 예측할 수 있나요?
네. 신종플루는 처음 나온 바이러스여서 아직 면역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가정에서 시작해요.한 명의 감염자가 다른 사람과 접촉해 그 사람이 일정 시간 뒤 감염자가 돼 또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과정을 컴퓨터를 이용해서 계산하고 그래프를 그리죠. 환자가 언제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하는 방법이 많고 계산에 들어가는 변수도 많아 슈퍼컴퓨터를 동원하기도 해요. 최근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특성이 밝혀지면서 영국에서는 매주 신종플루의 환자수를 예측하고 있어요.
Q 2 신종플루처럼 새로운 독감이 유행하는 경우 어떤 모델로 예측하고 있나요?
정확하게 어떤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어요. 새로운 독감의 유행은 과거의 유행했던 독감의 특성을 갖고 예측을 해요. 예를 들면,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만든 ‘플루에이드’라는 프로그램이있어요. 플루에이드는 과거 100년 동안 있었던 *3번의 대유행 중 병원성이나 독성이 중간인 아시아독감의 특성을 바탕으로 만들었죠. 실제로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 신종플루 대비책을 세울 때 이 프로그램을 사용했어요. 2006년에 제가 처음 이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독감이 우리나라에 확산될 경우를 예상했죠.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독감 정도의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30%의 감염률을 보인다면 예상 사망자는 5만 4600명, 예상 입원자는 23만 5600명이에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새로운 독감의 모델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새로운 독감 모델링에 필요한 요소를 플루에이드가 모두 포함하고 있진 않으니까요.
Q 3 그렇다면 신종플루는 어떤 모델로 예측할 수 있나요?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신종플루 유행 모델을 만들고 있어요. 신종플루는 감염되고 나서 다른사람을 감염시킬 때까지 일정기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신종플루 모델은 앞서 소개한 SIR 기본 모델에 잠재기(Exposed)를 고려한 SEIR모델을 써요. 잠재기는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이죠.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간인 잠복기와 달라요. 이 모델은 SIR모델보다 조금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아요.
Q 4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일반 독감 수준이라는 말도 있던데, 가을과 겨울의 2차 유행 때 신종플루의 피해는 어느 정도 될까요?
현재 우리나라 신종플루 환자수는 9월과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우리는 신종플루의 대유행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랍니다.
신종플루는 1명의 감염자가 일정 시간동안 새롭게 만들어 내는 감염자 수가 1.4~1.6으로 계절 독감보다 높아요. 또한 감염 정도를 말해 주는 2차 발병률도 일반 독감의 2배 정도예요. 실제 그래프를 그려보면 신종플루의 환자수, 사망자 수 등은 일반 독감보다 크게 나타납니다. 신종플루가 일반독감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한 명의 개인이 입원하거나 사망할 확률이일반 독감보다 크게 높지 않다는 거예요. 지역 사회 단위나 국가 차원에서 보면 신종플루는 여전히 일반 독감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또한 독감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함께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요. 신종플루 바이러스도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지요. 심지어 조류독감 바이러스와의 결합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신종플루와 조류독감의 발생지역과 유행시기가 오랫동안 겹치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그 확률은 상당히 낮아요.
수학은 생태계 전문 해설가!
수학으로 전염병의 확산과 환자수를 예측하고 각종 정책 결정을 내리다니 정말 놀랍지?
하지만 이걸 알면 더 놀랄 거야. 전염병 모델링은 수리생물학의 한 작은 분야일 뿐이라는 것. 수리생물학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연에서 실험을 하거나 일어나진 않았지만 미래에 일어날 법한 상황을 탐구하는 학문이야. 암 연구, 사람의 노화에서 생태계까지 수많은 생명현상을 수학 모델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어.
흰개미의 서식처를 찾아라!
나무를 먹이로 하는 흰개미는 나무로 만든 건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어. 미국, 호주,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나무 건물이 흰개미의 피해를 받고 있어.피해를 줄이려면 흰개미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하겠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상희 박사팀은 수학을 이용해 흰개미가 많이 사는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의 맹그로브 숲에서 땅 속의 흰개미 서식처가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 예측하는 데 성공했어. 바위나 물 등 장애물이 있는 곳이나 다른 흰개미 집단과 영역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영역 크기가 갑자기 줄어들거라고 예측했는데, 실제로 연구팀의 결과는 실제 흰개미집의 분포와 정확하게 들어맞았던 거야. 지금은 이 모델로 흰개미 분포가 기후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연구 중이래.
작은 물고기 떼는 상어를 어떻게 피해갈까?
이상희 박사팀은 바다의 물고기 떼가 상어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도 예측했어. 힘이 약한 물고기들은 바다 속에서 흔히 떼를 지어 다니지. 이 때 상어가 나타나면 물고기 떼는 어떻게 피할까? 급하니까 아무 데로나 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떤 규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움직여. 이런 바다 속 세계의 모습도 수학으로 분석할 수 있어.
쓰러지면 무조건 심폐소생술?
사람이 호흡곤란으로 쓰려져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달려가 심장 부위를 누르며 사람을 살리려고 하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쓰러진 사람이 70kg의 남자라면 폐보다는 오히려 배쪽을 눌러 호흡이 돌아오게 도와 줘야 한단다. 이런 것도 수학 모델을 통해서 얻은 답이야. 정말 놀랍지?
복잡한 자연세계를 이해하는 데 수학이 이용되면서 결과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어. 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이미 많은 수학 모델이 쓰이고 있지. 이처럼 수리생물학은 수학과 생물학, 컴퓨터공학, 물리학 등을 연결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되고 있어. 앞으로 수리생물학의 영향력은 커져만 갈 거야. 여러분도 신비한 자연을 이해하는 데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니?
흰개미는 어떻게 이동할까?
① 장애물이 있는 공간에는 갈 수 없다.
② 서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다가 만날 때는 경쟁하지 않는다.
③ 양쪽에서 흰 개미들이 가운데 공간을 뚫고 경쟁한다면 둘 중 먼저 간 쪽이 영역을 차지한다.
④ 숫자는 곳곳에 장애물이 있을 때 각 경로로 이동해 갈 확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