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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미리보기] 필즈상 0순위, 어린 나이가 변수

 

수학자가 점치는 필즈상 0순위는 독일의 수학자 페터 숄체 교수입니다. 2017년 12월 19일 기준 910명이 참여한 2018 필즈상 예측 투표 사이트에서 538표를 받아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요. 참고로 2위인 호주 수학자 게오르디 윌리엄슨 교수의 득표 수는 175표입니다.

 

많은 수학자가 필즈상 수상자로 숄체 교수를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숄체 교수와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신석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수학사를 살펴봤을 때 엄청난 난제를 해결했지만 이후 파급력은 크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숄체 교수의 연구는 쓰임새가 다양해 관련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배워 여러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숄체 교수의 대표적인 업적은 박사 학위 논문에서 나왔습니다. ‘퍼펙토이드 공간’이라는 새로운개념을 도입해 ‘웨이트-모노드로미 추측’의 많은 새로운 경우를 증명했습니다. 참 어려운 말의 연속이죠? 쉽게 말하면 그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난제를 해결했고, 이 개념이 다른 문제를 푸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신통방통하게도 퍼펙토이드라는 녀석은 수학의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진전이 보이지 않던 난제를 여럿 해결하는 혁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완수 고등과학원 연구원은 “퍼펙토이드의 도입으로 시작된 숄체 교수의 연구로 인해 p진수 해석기하학의 기초가 다시 세워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 24살에 최고 대우 받으며 교수 시작
숄체 교수는 중고생 시절부터 수학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4년 연속으로 나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땄습니다. 16살에 20세기 최고의 해결로 불리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을 접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학업 계획을 세우고 수학자가 될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학은 만 19살에 또래와 같이 입학했는데요, 그 과정을 순식간에 마쳐버립니다. 2007년 독일 본 대학교 수학과에 진학해 학사 과정을 3학기, 석사과정을 2학기 만에 마치고 박사 과정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2012년 그 유명한 박사 학위 논문으로 이름을 수학계에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교수가 되기 어렵기로 소문난 독일에서 숄체 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곧바로 만 24살이라는 아주 어린 나이에 가장 연봉이 높은 W3 그룹의 정교수가 됩니다. 독일은 대학 교수를 최고의 직업으로 대우하면서 연봉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최고로 대우하지만 임용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촉망받는 독일 수학자는 교수 자리를 구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일이 잦습니다. 그런 곳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야만 얻을 수 있는 W3로 교수를 시작했다는 것은 독일 수학계가 숄체 교수의 능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했다는 뜻일 겁니다.

 

숄체 교수는 필즈상 수상과 상관없이 2018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수학자대회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합니다. 한 번 초청받기도 어려운 세계수학자대회에 2014년 초청강연에 이어 이번에도 부름을 받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2014년 필즈상 수상자 4명 중 2명이 기조강연자였던 걸 감안하면 숄체 교수의 수상은 더 유력해 보입니다.

 

 

 

두 번째 후보는 2010년 세계수학자대회 때부터 필즈상 후보로 거론됐던 프랑스 수학자 소피 모렐 교수입니다. 2010년 인도 하이데라바드 세계 수학자대회 당시 앳된 모습으로 초청 강연하던 모습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때 기자는 모렐 교수에게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2014년 필즈상 수상자인 응오바오쩌우 교수를 밀착 취재했던 베트남 기자가 다음 번 수상자는 모렐 교수일 거라고 호언장담했었거든요.

 

베트남 기자는 응오 교수를 지도했던 프랑스 수학자 제라르 로몽 교수 제자 중에 정수론의 주요 문제를 푼 인재가 있다며 모렐 교수를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렐이 수상자가 되면 로몽 교수는 2002년의 로랑 라포르그까지 합쳐 3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지도자가 된다며 호들갑을 떨었었습니다. 물론 그 예측은 빗나갔지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렐 교수의 업적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모렐 교수의 대표 업적 역시 2005년 쓴 박사 학위 논문에서 나왔습니다. 특이점이 있는 유한체위 다양체의 코호몰로지에 대한 연구를 시무라 다양체에 응용해 랭글랜즈의 대응을 보였습니다.

 

분명 한국어인데, 무슨 말이지 모르겠지요? 시무라 다양체는 대수기하학과 정수론의 주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중요한데, 많은 수학자가 어려워 할 만큼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 중에서도 모렐 교수가 연구한 시무라 다양체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거기에 너무 추상적이라 설명하기도 어려운 코호몰로지가 붙었으니 정수론을 연구하는 수학자도 손사래를 칠만큼 난해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모렐 교수의 연구는 온갖 난해한 기술적 문제를 극복해 만들어진 성과입니다. 특히나 이 연구가 현대 수학에 큰 영향력을 가진 랭글랜즈 대응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수학계가 주목했던 것이지요. 모렐 교수의 주요 연구인 랭글랜즈 대응은 ‘수학 대통일이론’이라고도 불립니다. 정수론과 조화해석학, 기하학, 표현론, 대수기하학 등 별개로 여겼던 수학의 여러 분야를 통합시키는 시도입니다.

 

 

하버드대 수학과 최초 여성 종신 교수
모렐 교수는 만 30살이던 2009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수학과 최초로 여성 종신 교수가 됐습니다. 종신 교수란 재계약이나 정년에 대한 제한이 없이 평생 정교수직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당시 하버드대 과학학부 부장이었던 제레미 블록스햄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정수론 분야 수학자”라며, “20년 넘게 풀기 힘든 문제를 놀라운 독창성으로 해결한 공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학교를 옮겨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요.

 

 

모렐 교수는 2011년까지 여러 후속 연구를 이어오며 승승장구했는데, 그 뒤로 최근까지는 괄목한 만한 연구가 보이지 않아 필즈상 수상에 회의적인 입장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2017년에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던 그로텐디크의 표준 가설에 관한 연구를 발표해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워낙 어려운 분야를 연구해서 그런지 최근에는 연구 속도가 더디지만, 그간의 공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모렐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되면 한국어로도 인터뷰를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취미가 한 소설을 여러 나라의 언어로 읽는 것으로,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구사하는 언어가 아주 많다고 합니다. 2017년 8월에는 유튜브에 90일 동안 아제르바이잔어 배우기라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지요.

 

중학교 3학년부터 수학 잡지를 보며 수학자가 되는 꿈을 꿨던 모렐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돼 기자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8월을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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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gahyun@donga.com)
  • 도움

    신석우(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수학과 교수), 김완수(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김찬호(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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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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