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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입시 기획 ① 왜 수학영재학교는 없나?

왜 수학영재학교는 없나?


8월 4일 한국과학영재학교가 2012학년도 신입생 최종 합격자 149명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7월 27일에는 서울과학고가 132명, 8월 1일에는 경기과학고가 125명, 8월 5일에는 대구과학고가 99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들 4개의 영재고(또는 과학영재고)는 학생기록물 평가와 기초수학능력 평가를 포함하는 창의영재성캠프 등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8월 현재 특목고 중 과학고 입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민족사관고와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 등 나머지 특목고 입시는 9월부터 진행된다. 편의상 영재고와 과학고, 민족사관고,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 등을 교육과정에서 일반고와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특목고로 표현했다.

많은 중학생이 특목고에 가려고 일찍부터 준비하며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왜 특목고에 가려는 걸까, 어떤 점이 좋아서일까? 그런데 과학고나 과학영재고는 있는데, 수학고나 수학영재고는 없다.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학생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과학영재고나 과학고는 수학영재를 좋아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수학을 잘할수록 과학고나 영재고에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실제과학고에서 배우는 수학의 비중은 과학 2~3과목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 수학을 잘하면 그만큼 과학고에서 공부하기 유리하고, 또 수학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물론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른 특목고가 더 나을 수는 있다.

넓은 의미에서 과학은 수학을 기본으로 하는 학문이라서 수학고나 수학영재고 같은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학고나 과학영재고라는 학교 명칭에 들어가는 ‘과학’ 이 교과명이 아니라 ‘과학도나 이공계 인재 양성’ 을 목표로 하며 이공계를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학고나 과학영재고는 수학과 과학 영재를 교육하려는 특수목적으로 설립한 학교다. 결국 과학고가 곧 수학고이고 과학영재고가 수학영재고인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학을 잘한다는 사실이 단순히 수학 과목 하나만 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교선 논현제1학원 원장은 “수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은 대부분 사고력이 발달돼 있고, 창의성을 갖춘 경우가 많다” 며 “실제 영재고와 과학고는 어떤 과목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보다 사고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고 설명한다.

수학적 사고는 물리학 같은과학을 공부할 때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해 과학고와 영재고에서 기본적인 수학실력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경옥 플라즈마교육 부원장은 “과학은 어느 정도 수학 실력이 바탕이 돼야 잘할 수 있다”며“수학이 평가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어떤 과목보다 수학의 기초와 문제해결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지필고사와 교과형 면접이 실시되던 2010년까지는 특목고 입시에서 수학성적이 중요했다. 영재고, 과학고, 민족사관고(이하 민사고)뿐만 아니라 외국어고와 국제고, 상산고 같은 자립형사립고(이하 자사고)까지 수학 성적이 합격을 좌우했다. 하지만 입시 전형 방법이 바뀐 지금 수학 성적이 특목고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수학 특기자를 우대하던 전형도 사라졌다. 상산고는 수학 교과 배점이 60점으로 다른 과목 40~50점보다 높아 수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조금 유리하고, 민사고가 해마다 중3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경시대회를 실시한다는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한경옥 부원장은 “특목고 입시에서 수학은 여전히 중요하다” 며 “과학고와 영재고에서 신입생 선발 시 고난이도의 수학문제와 수학과 관련된 창의 문제를 제시해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과학고와 영재고는 기존에 선발했던 재학생과 졸업생을 통해서 수학실력이 우수한 학생이 과학에서도뛰어난 성과를 내며, 창의적이고 사고력이 높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개량한복을 교복으로 입고 수업을 듣는 민족사관고.
 

특목고 무엇이 좋은가?

그런데 왜 특목고를 좋아하고 가려고 하는 걸까? 특목고에는 어떤 장점이 있기 때문일까? 신혜인APBOS대표는 “특목고는 비슷한 실력의 학생들이 모여 있어 수업 내용이 학생 수준에 알맞게 이뤄진다” 며 “무엇보다도 학생들 스스로가 뜻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환경 속에 있고, 모두가 열심히 하는 분위기여서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또 특목고 학생들은 대입 수시모집에서 특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내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올림피아드 성적 같이 개인의 노력을 인정하는 입학 전형이다. 점점 수시의 비중이 늘어가는 현대입에서 특목고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모집 2번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비슷한 목표와 관심을 가진 친구나 선후배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으며, 자신의 지적욕구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어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며 “진로를 이공계로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영재고와 과학고가 여러모로 도움된다” 고 조언한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학교 수업내용이 과학도 양성을 목표로 만들어져 이공계열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일반고처럼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교육과정보다 수학과 과학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혜인 대표는 “영재고와 과학고는 연구중심학교로 수학과 과학에서 특화된 주제를 1년 또는 2년 연구교육(R&E) 과정에서 대학교수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이론학습과 실험설계, 장기적인 실험, 보고서 작성, 논문 작성과 발표까지 진행하며 실제 연구를 경험한다” 며 R&E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 뒤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고, 구체적인 장래 목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과학고에서는 고교 수학 교육과정을 빠르고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다. 또 스스로 주제를 정해 실생활이나 다른 과학영역에서 나타나는 수학적인 현상을 연구할 기회도 얻는다. 과학영재학교에서는 정수론, 선형대수, 미적분학 같은 대학과정의 수학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자사고나 과학중점 학교도 수학과 과학 전문교과 과정을 개설해 깊이 있는 수업을 진행해 특기자전형이나 과학인재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한다. 박교선 원장은 “자사고는 보통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면서 심화과정과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며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된 집단 속에서 시간을 갖고 진로를 탐색하며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영어가 필요한 과목은 영어로 수업하는 민사고 같은 일부 자사고는 학교 수업 내용이나 학교 문화가 매우 독특하다. 이런 점을 중시하는 학생이라면 특목고를 선택할 때 학교의 특징을 잘 알 필요가 있다.

특목고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로

그런데 수학을 잘한다면 과학고나 영재고에 가야 할까? 박교선 원장은 “자신의 목표 진로가 이공계가 아니라면 수학 실력이 좋더라도 영재고나 과학고에 갈 필요는 없다” 며 “자신의 진로에 맞는 학교 선택이 먼저” 라고 말했다. 자신이 잘하는 과목이나 성적보다 자신의 장래 희망이나 목표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공계열로 진로를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은 민사고나 용인고(전 용인외고), 상산고와 같은 자사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는 합격생의 수준이 매우 높아 대학진학 실적이 우수하고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다. 박교선 원장은 “수학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면서 의대나 치대, 한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과학고보다 자사고를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고 말했다.

신혜인 대표는 “앞으로 의대 정원이 늘고 수시의 비중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고나 과학고에서 의대에 뜻이 있는 학생은 수시를 통해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이라며 “단순히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가가 의대 진학에 유리하던 시대는 지났다” 고 말했다. 의학이 의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하는 전공이라기보다 융합학문의 관점, 즉 다양한 과학과 공학 분야에 필요한 학문의 하나로 생각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는데다 수시모집 인원이 확대되고, 수시에서 성적보다는 대학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평가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자사고나 자율고에서는 1학년에 공통과정을 능가하는 심화과정을 진행할 뿐 아니라 심지어 미적분까지 마치기도 한다. 2학년에는 수능 대비와 경시대회, 봉사활동, 독서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3학년에는 수시를 준비하고, 논술과 심층면접을 대비할 수 있도록 고난이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신혜인 대표는 “일부 특목고에서는 사교육이 특별히 필요 없을 만큼 수시 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며 “정시 외에 수시에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금융이나 경제전문가가 되려면 외고? 과학고?

민사고나 대원외고, 용인고 같이 국제반을 운영하는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금융이나 경제 전문가를 목표로 진학한 사례가 있다. 금융 분야나 경제학을 공부하는 데에 수학 능력 못지 않게 영어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국 대학을 준비하거나 대학 진학 뒤 대학원 과정에서 유학을 생각하거나 외국기업에 취업하려고 할 때 외국어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민사고나 용인고 같은 자사고와외고를 선택한 것이다. 신혜인 대표는 “요즘 수학이나 물리를 전공한 뒤 프로그래밍 매매를 연구하는 퀀트라는 직종으로 금융업에 많이 진출한다” 며 “수학을 잘하는 것 외에 과학적 지식이 풍부하면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평가하는 애널리스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고 말했다.

수학과에서 단일 과목으로 금융수학을 배우기도 하지만 금융공학은 보통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때문에대학 전공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신혜인 대표는 “미래는 전문성의 시대” 라며 “경영도 금융도 변호사도 이공계를 전공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최근 MBA(경영학 석사) 중에서 이공계 출신 비중이 많아지고 있고, 전문성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려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만들어진 것이 이런 흐름을 말해준다. 과학기술로 승부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전문가가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할 것이다.

한경옥 부원장은 “목표가 금융 또는 경제 전문가라면 문과를 전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수학에 가산점을 25% 부여하고 있어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유리하다. 특히 문과 학생이 이과 수능 수학을 응시하면 백분위 기준 10%에 해당하는 가산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대 경영대학은 특기자 전형에서 상당한 난이도의 수학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수학을 잘하는 특성을 활용해 이공계 외의 분야로 진출하려 한다면 문과 학생으로 서울대 입시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사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문과와 이과에 관계없이 매우 큰 강점이 된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매우 논리적이므로 대학 졸업 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매년 특목고 입시설명회에 많은 학부모가 관심을 보이며 참석한다.
 

수학만 잘해선 특목고 입학 어려워

이처럼 수학 실력은 대학 입시와 다양한 분야의 진로에 많은 도움이 되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수학만 잘해선 특목고에 입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수학 외에 다른 중요 과목에서도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대학 입학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은 학문간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지고 있다.

박교선 원장은 “수학은 결과만큼이나 공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며 “어렵고 힘든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수학으로 논리력을 기르고 사고력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교육 과정에서 수학 교과를 가장 중시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수학을 잘하든 못하든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사고력은 향상된다. 정답을 찾지 못했어도 다양하게 생각하며 사고력을 훈련하는 것이 바로 수학을 공부하는 목적이다. 쉽게 찾은 정답보다 긴 고민을 통해 얻은 오답이 어쩌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 과정은 중학교와 달리 전문교육과정에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국제중 외에 특별한 특목중이없는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다양한 특목고가 존재한다. 수학에 관심이 있고 꿈이 있다면 그에 알맞은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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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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