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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Math] 분수 셈으로 만든 나만의 단소

분수 셈으로 만든 나만의 단소


가장 짧은 전통 관악기, 단소

단소 만들기 수업이 열린 곳은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앞장서 연구하는 국립국악원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6회에 걸쳐 ‘단소 만들기’ 수업이 진행됐다. 강의실에는 전통음악을 배우고, 단소를 만들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했다.

서양악기와 마찬가지로 전통악기도 현악기, 타악기, 관악기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관악기는 긴 관에 구멍을 뚫어 소리를 낸다. 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데, 진동의 파장이 길면 낮은 음이 되고 짧으면 높은 음이 된다. 빈 병에 입술을 대고 소리를 내 보면 병 속의 공기가 진동해 소리가 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관악기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수업의 주인공인 단소의 ‘소’ 는 ‘세로로 부는 관악기’ 를 뜻한다. 따라서 단소는 세로로 부는 관악기 중 짧은 악기란 뜻이다. 보통 지름 3cm, 길이 50cm의 대나무에 5개의 구멍을 뚫어 만든다. 구멍 중 하나는 반대쪽에 뚫는데, 이유는 두 손으로 잡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단소와 같은 관악기에 뚫은 구멍을 ‘지공’ 이라고 한다. 구멍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히 계산한 다음, 구멍을 뚫어야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다.

한편 관악기는 긴 관으로 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모양으로 생긴 전통 관악기도 있다. 대부분의 악기가 하나의 관에 구멍을 뚫어 여러 음을 내는데, 생황과 소는 관이 여러 개 있는 관악기다.생황은 17개의 관이 다발 형태로 이뤄져 있고, 소는 16개의 관이 일렬로 배열돼 있다. 또 ‘날라리’ ‘호적’ 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깔때기 모양의 태평소는 궁궐 행사에 쓰이는 관악기다. 소리가 가벼워 날라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밖에도 소라 모양으로 생긴 나각과 항아리 모양의 훈도 독특한 생김새의 관악기다.
 

독특한 모양의 전통 관악기
 

1/3을 더하고 빼 음을 만든다?!

흔히 우리나라 전통 음계 하면 ‘궁, 상, 각, 치, 우’ 로 5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궁상각치우는 중국에서 들어온 음계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음계도 서양과 마찬가지로 12음이 있는데, 이를‘12율’이라 한다. 12율은 각각 ‘황종, 대려, 태주, 협종, 고선, 중려, 유빈, 임종, 이칙, 남려, 무역,응종’으로 불린다. 12율 중에서 ‘황종, 태주, 고선, 중려, 임종, 남려, 응종’이 서양 음계의 ‘도,레, 미, 파, 솔, 라, 시’에 해당한다. 나머지 음은 서양 음계의 반음 역할을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12음계가 있지만 5음으로 알고 있는 이유는 전통 음악에서 서양 음계의‘도, 레, 미, 솔, 라’에 해당하는 5음을 주로 쓰기 때문이다.

서양 음계는 피타고라스가 현 길이의 비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동양 음계와 서양 음계는 근본적인 원리가 같지만 음계를 만드는 방법에서 약간 다른 점이 있다. 현의 길이를 이용한 서양 음계와 달리 동양 음계는 관악기를 이용했다. 관의 길이를 1/3로 나눠 그만큼을늘이고 줄여 음을 정했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현하면‘삼분손익(三分損益)법’이다. 이름 그대로 삼(三)으로 나눠(分), 빼거나(損) 더한다(益)는 얘기다.

간단한 예로 전체 길이가 1인 관이 있다고 하자. 1을 3으로 똑같이 나눈 다음, 그중 하나를 빼면 2/3가 된다. 1/3을 빼면 원래 음보다 5음 높은 음이 된다. 반대로 길이가 1인 관에 그 관의 1/3을 더해 길이가 4/3가 되면 원래 음보다 4음 낮은 음이 된다. 분수 셈을 잘해야 단소를 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삼분손익법’ 으로 지공 위치 계산하기
 

'삼분손익법'으로 지공 위치 계산하기
 

곡식으로 기본음 정하기
 

곡식으로 기본음 정하기
 

음을 정하려면 기준이 되는 기본음이 필요하다. 세종대왕 시기에 음악가 박연은 황해도 해주에서 생산되는 곡식인 기장 90알을 일렬로 나열한 길이를 ‘황종' 으로 삼았다.그 길이는 31.23cm인데, 황종은 서양 음계의 ‘도’ 와 일치한다.

대나무 관으로 단소 만들기

이제 본격적으로 단소를 만들어 보자. 먼저 단소의 재료인 대나무의 뿌리를 잘라내고 속을 제거한다.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수업에 쓰기 위해 직접 대나무를 자르고 속을 제거해 왔다.
 

① 대나무 관에 미리 계산한 지공의 위치를 연필로 표시한다. ②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단소에구멍을 뚫는다. ③ 구멍에 남은 보푸라기를 없애기 위해 사포로 문지른다. ④ 대나무가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로 마디와 마디 사이를 여러 번 돌려 감는다.
 

방학을 맞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단소를 만든 학생들의 표정이 밝았다. 국립국악원 유은선 국악연구실장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단소로 우리 음악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 라며 수업의 의미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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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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