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숫자가‘신비의 수’라며 누리꾼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수는 다른 수를 곱하더라도 숫자 배열만 바뀌고, 곱한 결과를 3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항상 값이 같아지는 특이한 성질이 있다. 왜 이런 특성을 보이는 걸까? 이 수의 비밀과 함께 이보다 더 신기한 수를 수학동아가 처음 공개한다.
142857이 누리꾼의 관심을 끈 이유
6월 말 여섯 자리 숫자 142857이 누리꾼 사이에서‘이상한 수’‘신비의 수 ‘신이 만든 숫자’‘놀라운 수’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됐다. 이 수에 2나 3, 4, 5, 6을 곱하면 원래 이 수를 구성하는 6개의 숫자가 자리만 바뀔 뿐 그대로 존재한다. 또 나온 결과를 3자리씩 둘로 끊어서 더하면 모두 다 999라는 같은 값이 된다.
실제로 숫자 142857에 1에서 6까지의 숫자를 곱해 보자. 그리고 곱한 값을 3자리씩 끊어서 더해보자.1에서 6까지 곱했을 때 나온 값을 자세히 보면 1, 4, 2, 8, 5, 7이라는 숫자 6개가 자리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7을 곱하면 142857×7=999999가 된다. 곱한 값을 3자리씩 끊어서 더한 경우 모두 999가 된다는 것도 볼 수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다. 1과 6을 곱해 3자리씩 끊어 놓은 값을 비교해 보자. 앞뒤의 3자리 수가 서로 대칭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와 5, 3과 4를 곱해 3자리씩 끊어 놓은 값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더 재미있는 사실도 있다. 142857에 두 자릿수나 세 자릿수 중 아무 수나 곱해 보자. 이렇게 해서 나온 값을 맨 뒤쪽에서부터 3자리씩 끊어서 더해 보자. 신기하게도 결과가 모두 999가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항상 999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외적으로 1998이 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77과 966을 곱한 값을 자세히 보면 9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42857에 7을 곱하면 999999가 됐던 것을 떠올려 보자. 그렇다. 77과 966 모두 7의 배수다. 7의 배수를 곱할 경우에는 999의 2배인1998이 된다. 하지만 이 값도 999의 배수다. 네 자릿수나 자릿수가 다섯 이상인 수를 곱하면 어떨까?이때도 999나 999의 배수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142857을 2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14+28+57=99가 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또 142857을 제곱하면‘20408122449’라는 수가 나오는데, 이를 둘로 끊어서 더하면 원래의 수가 나온다. 즉 20408+122449=142857이다.
142857이 최근에 알려지게 된 사연
최근에 142857이 화제가 된 것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신’에서 이 수가 소개돼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다. 소설‘신’에서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사는 빌라 주소가 142857호이고, 숫자 142857이 보여주는 다양한 성질이 소개돼 있다. 그러나 142857은 수학자에게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수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숫자와 관련된 수학책을 읽다 보면 어렵지않게 이 숫자를 발견할 수 있다. 베르베르가 잘 알려져 있던 수를 소설에 넣어 유용하게 활용한 셈이다.
142857의 비밀은 순환소수
142857이 신기한 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수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안다면 지금까지 생각했던 이 수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이와 비슷한 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신기함이 줄어들 수 있지만 새로운 신비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각자 자신만의 신비의 수를 찾을 수 있기때문이다. 142857의 비밀은 분수, 더 정확하게는 순환소수에서 찾을 수 있다.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분수를 소수로 표현해 보자.
이렇게 분수를 소수로 나타내면 소수점 아랫자리의 수가 끝나지 않고 한없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소수 중에서 소수점 아랫자리의 수가 끝이 있는 것을‘유한소수’, 한없이 계속되는 것을‘무한소수’라고 한다.
1/3은 소수점 아랫자리에서 3이 반복되고, 1/6은 6이 반복된다. 분수를 소수로 나타낸 무한소수에는 일정한 묶음의 수가 계속 반복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묶음을‘순환마디’라고 하며, 순환마디가 반복되는 소수를 순환소수라고 한다. 1/3, 1/6의 순환마디는 1자리다. 1/7은 142857이라는 6자리 순환마디를 가진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았을 것이다. 이제 2/7, 3/7, 4/7, 5/7, 6/7을 소수로 나타내 보자.
그렇다. 142857은 분수 1/7의 순환마디다. 142857에 2를 곱했을 때 나온 수는 2/7의 소수점 이하 첫 6자리, 3을 곱했을 때 나온 수는 3/7의 소수점 이하 첫 6자리로 구성된 수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배열 순서만 다를 뿐 142857이 계속 반복된다. 다른 분수도 살펴보자.
이들은 분모가 7인 경우와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분모가 3인 경우는 순환하는 수, 즉 순환마디가 3과 6의 2종류다. 분모가 9인 경우의 순환마디는 1부터 8까지 8종류이고, 13은 076923과 153846이라는 2종류의 순환마디를 가진다.
분모가 같을 경우 왜 이렇게 순환마디가 생기는 걸까? 분모에 따라 순환마디의 길이와 수는 어떻게 나타나는 걸까? 모든 분수에 대해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모가 같을 경우 왜 순환마디가같은 경우가 생기는지는 파악할 수 있다. 1/7에 10을 곱해 보자. 이어서 100, 1000, 10000, 100000, 1000000 순으로도 곱해 보자.
따라서 1을 7로 나누면 나머지가 1이고, 10을 7로 나누면 나머지가 3이며, 100을 7로 나누면 2, 1000을 7로 나누면 6, 10000을 7로 나누면 4, 100000을 7로 나누면 5, 1000000을 7로 나누면 1이라는 나머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머지는 1, 3, 2, 6, 4, 5, 1… 순으로 반복되며, 주기는 6이다.주기가 6이라는 사실에서 6자리 순환마디가 7을 분모로 하는 분수 6개를 모두 표현한다는 것을 알 수있다.
여기서 소수 부분을 보면 6개의 숫자가 2, 3, 4, 5, 6을 곱했을 때와 같이 자리만 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10/7과 3/7의 소수 부분이 같고, 100/7과 2/7, 1000/7과 6/7등의 소수 부분이 같다. 이처럼 순환마디가 반복되고, 분모보다 작은 수를 곱했을 때 자리만 바뀌는 성질을 파악할 수 있다.
분모가 13일 경우에는 6자리 순환마디가 2종류 생긴다. 이것은 1, 10, 100, 1000, 10000, 100000, 1000000…의 수를 13으로 나눴을 때 나머지가 1, 10, 9, 12, 3, 4, 1…순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즉주기가 6이므로 6자리의 순환마디 하나로는 13을 분모로 하는 모든 분수를 다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환마디의 성질
같은 분모에서 나오는 순환마디에는 몇 가지 성질이 있다. 이 중 하나가 분모가 소수이면 그 순환마디의 길이가 모두 같다는 사실이다(단, 2와 5는 제외). 예를 들어 소수 11이 분모이면 순환마디가 5종류가 생기는데, 이들의 길이는 모두 2마디이고, 소수 241이 분모이면 8종류의 순환마디가 모두 30자리의 길이로 같다. 그리고 순환마디의 총 길이는 분모보다 1이 작다. 예를 들어 분모 17은 순환마디의 총 길이가 16이고, 분모 101은 순환마디의 총 길이가 100(=4×25)이다. 이와 같은 순환마디의 공통 성질로부터 소수 분모에서 나온 순환마디의 수들이 142857과 비슷한 특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142857보다 더 신기한 수?!
142857이 분모가 7인 분수를 소수로 바꿀 때 나타나는 순환마디처럼 반복되는 성질이 있다는 비밀을 알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즉 13을 분모로 했을 때 나오는 순환마디를 이용해 142857과 같이 ‘수의 마술’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분모가 13인 수의 순환마디 중 하나인 076923을 2자리씩, 3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07+69+23=99와076+923=999로 142857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076923을 제곱하면 005,917,147,929가 나오는데, 이를 6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005917+147929=153846=2×076923로 역시 142857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이번에는 임의의 수를 곱해보자.
076923에 1, 3, 4, 9, 10, 12(13을 분모로 했을 때 같은 순환마디가 나타나는 분자)를 곱하면 142857처럼 자리만 바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들을 3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똑같이 999가 된다. 142857과 마찬가지로 1과 12, 3과 10, 4와 9를 각각 곱해 3자리씩 끊어 놓은 값이 서로 대칭인 것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어떤 수를 곱해서 나온 값을 3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역시 999나 999의 배수가 나온다. 1998과 같이 999의 배수가 되는 경우는 13의 배수를 곱할 때다. 분모가 13인 수의 다른 순환마디인 153846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분모가 7 이상의 소수일 때 나온 모든 순환마디를 이용하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필자는 몇 가지 수를 이용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계산을 해봤다. 그 결과 앞에서 보인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방식을 조금 바꾸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이런 경향을 보이는 순환마디에 숨은 비밀도 찾아냈다. 분모가 17일 때의 16자리 순환마디로 계산해 보자.
1부터 16까지의 숫자를 곱하면 16개의 숫자가 자리만 이동할 뿐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을 앞에서와는 약간 다르게 4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모두 19998이 된다. 또 2와 15를 각각 곱해 4자리씩 끊어 놓은 값이 서로 대칭인 것도 볼 수 있다. 459처럼 17의 배수를 곱할 때는 39996과 같이 9999의 배수가 나온다. 어떤 수를 곱하더라도 9999의 배수가 나온다. 또 제곱해서 16자리씩 끊어서 더한 값은 원래 값에 8을 곱한 값과 같다.
한편 6자리수인 142857에 어떤 수를 곱했을 때 나온 값을 3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세 자릿수의 최댓값인 999의 배수가 된다. 16자리수인 0588235294117647에 어떤 수를 곱한 뒤 2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99의 배수가 된다. 또 4자리씩 끊어서 더했을 때는 9999의 배수가, 8자리씩 끊어서 더하면 99999999의 배수가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순환마디가 6자리 수일 때는 그 자릿수의 약수인 2, 3자리씩 끊어서 합할 때, 16자리 수일 때는 약수인 2, 4, 8자리씩 끊어서 합할 때 각각 값이 같아진다. 어떻게 해서 이런 규칙이 생기는 걸까?순환마디와 그 순환마디를 만든 분모를 곱해 보자.
공통점을 찾았는가? 그렇다. 이 수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비밀은 9다. 9의 배수는 각 자리의 수를 더한 값이 9의 배수가 된다. 9, 99, 999, 9999…도 모두 9의 배수다. 또 순환마디를 만드는 분모를 곱하면 순환마디 길이의 최댓값, 예를 들어 순환마디가 6자리면 999999가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어떤 수를 곱한 결과를 일정한 자리씩 끊어서 더할 때 모두 같은 값을 나타내는지 알려면 약수 중에서 9가 이어지는 수가 몇 자리 수인지 파악하면 된다. 이처럼 142857, 0588235294117647과 같은 수가 가진 신비함은 분모를 소수로 가진 수를 소수로바꿀 때 나오는 순환마디라는 특성과 그 값이 9의 배수라는 성질이 결합한 결과다.
그런데 분모가 19일 때 나오는 순환마디인 052631578947368421은 142857보다 더 재미있는 특성이 있다. 바로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81인 완벽한 마방진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142857이 가로와 세로의 합이 27로 같지만 대각선의 합이 다른‘불완전 마방진’을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19의 순환마디인 18자리의 수가 142857보다 더 신비로운 셈이다.
tip 9의 재미있는 성질
9×1 = 09 → 0+9 = 9
9×2 = 18 → 1+8 = 9
9×3 = 27 → 2+7 = 9
9×4 = 36 → 3+6 = 9
9×5 = 45 → 4+5 = 9
9×6 = 54 → 5+4 = 9
9×7 = 63 → 6+3 = 9
9×8 = 72 → 7+2 = 9
9×9 = 81 → 8+1 = 9
9×10 = 90 → 9+1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