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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수학자는 왜 비눗방울을 좋아할까?

 

PART 1 수학자는 왜 비눗방울을 좋아할까?


물방울일까? 공기방울일까?

한 어린이가 빨대 끝을 비눗물에 담근 뒤 뺀다. 그리고 빨대의 반대쪽 끝을 입으로 불자 작고 귀여운 비눗방울이 하나둘씩 방울방울 생긴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아이가 비눗방울을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비눗방울은 대부분 손을 대면 터지지만 한둘은 손에 달라붙는다. 손에 붙은 비눗방울을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어른들 중에는 아직도 종종 비눗방울이나 비누막을 만들며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몇십 년째 비눗방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일까? 바로 수학자와 과학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비눗방울이 갖고 있는 자연의 신비에 푹 빠졌다”고 말한다. 비눗방울은 적은 재료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최적화 문제와 연관돼 있어 수학이나 과학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사실 비눗방울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와 수학자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천재 발명가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수학으로 천체운동을 체계화한 수학자 피에르 라플라스, 실험으로 비눗방울의 특성을 파악한 물리학자 조제프 플라토까지 많은 학자가 비눗방울을 실험하거나 이론적으로 연구해 최적화 문제의 해법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비눗방울과 비누막은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학적인 탐구 대상이다. 수학자는 둥글거나 평평한 모양에서 수학 원리를 발견해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일반 원리를 찾아낸다. 그러면 과학자는 이를 응용해 재료를 적게 쓰면서도 공간은 넓고 튼튼한 구조물을 만드는 식으로 다양한 곳에 활용한다. 비눗방울은 생활 속 수학을 보여주는 대표주자인 셈이다.
 

플라토는 비눗방울(거품)의 기하학적 성질을 실험으로 처음 밝혀냈다. 그는 실험도구(사진)에 물과 알코올을 가득 채운 다음, 가운데에 기름을 넣고 방울에 대한 다양한 기하학적 실험을 했다.


비눗방울은 비눗물이 공기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비눗물 없이도 비눗방울 같은 모양을 만들 수 있을까? 화장실에서 세면대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흘러나오면서 세면대에 생기는 방울을 볼 수 있다. 공기방울이다. 이 공기방울은 물이 꽉 찬 물방울이 아니라 속이 빈 물방울이다. 비눗물 없이도 속이 빈 물방울이 만들어진다. 보통 속이 꽉 찬 물방울과 구분하기 위해서 공기방울 또는 물거품이라는 표현을 널리 쓴다.

방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물방울이나 석유방울처럼 속이 꽉 찬 방울이 있는가 하면 비눗방울처럼 비눗물에 공기가 들어가 속이 텅 빈 방울이 있다. 액체가 기체를 머금고 부풀어서 생긴 속이 빈 방울을 국어사전에서는 거품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는 액체대신 고체가 기체와 섞인 것도 포함한다. 이런 의미에서 비눗방울은 거품이다. 비눗방울은 곧 비누거품인 셈이다. 음료수나 커피에 생기는 거품, 부풀린 빵 안에 생긴 고체 거품,기름에 붙은 불을 끄는 포말소화기의 거품처럼 거품은 생활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사실 수학자와 과학자가 관심 있게 연구하는 대상은 크게 보면 거품이다. 하지만 거품대신 비눗방울과 비누막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거품을 연구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거품은 생긴 지 1초도 안 돼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비눗방울은 몇 초는 기본이고, 긴 것은 수백 분 이상 터지지 않아 관찰하며 연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비눗방울은 액체도 아니고 기체도 아니다. 비눗방울은 기체처럼 흩어지지도 않고, 액체인 비눗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 공기는 손에 달라붙지 않지만 비눗방울은 물보다 더 잘 붙는다. 손을 뒤집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비눗방울은 공기가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움직이는 특성은 액체인 물에 더 가깝다.
 

나선형 계단은 비누막으로 만들 수 있는 곡면과 같은 특성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던 나선 계단도 이와 비슷하다. 다빈치는 자연을 응용해 자신도 모르게 최적화된 계단을 만든 것이다.


비눗방울의 두께

비눗방울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얇은 막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눗방울 막의 두께는 2나노미 터(1nm=10-9m)에서 20마이크로미터(1μm=10-6m)이다. 머리카락 두께가 70마이크로미터인 걸 감안하면 얼마나 얇은지 짐작할 수 있다.

108일 동안 터지지 않은 비눗방울

비눗방울은 동그란 구 모양이다. 나뭇잎 위에 맺힌 이슬이나 빗방울 같은 물방울도 구에 가깝다. 사실 무중력 상태라면 이들은 모두 완전한 구의 형태를 띤다. 둥근 구 모양은 같은 부피에서 표면적이 가장 작은 형태다. 이들은 왜 동그란 모양을 띨까?

액체는 분자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액체 속은 모든 방향에서 분자를 잡아당겨 평형을 유지하지만 액체 표면은 다르다. 표면에서는 액체 안쪽으로만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이 힘에 의해 액체 표면은 팽팽하게 잡아당겨진다. 이때 액체에는 표면적을 가능한 한 작게 만들려는 힘이 생긴다. 이를 ‘표면장력’이라고 한다. 아침에 이슬이 풀잎 위에서 동그란 모양을 띠는 것도 소금쟁이가 물 위를 가볍게 떠다닐 수 있는 것도 모두 물의 표면장력 덕분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16세기 초반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관찰하며 표면장력에 대해서 노트에 적어놓기도 했다.

한편 일반적인 비눗방울은 몇 초면 사라진다. 하지만 1초도 안 돼 사라지는 물거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모양을 유지하는 셈이다. 왜 물거품은 금방 사라지는데,비눗방울은 오래 남아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비누 성분이 물 분자 간의 힘을 약화시켜 표면장력을 줄이면서 막을 잘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공기방울은 표면장력에 의해 생기지만 금방 터져서 사라진다. 이 방울이 터지지 않으려면 방울을 이루는 면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표면장력을 줄여주는 ‘계면활성제’다. 대표적인 것이 비누다.

비누는 물에 녹아 물 분자 사이에 끼어들어 간다. 비누 분자는 물 분자와 결합해 물분자 간에 작용하는 인력을 줄여주는 한편,방울의 표면을 튼튼하게 만든다. 비누 분자는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비눗물에 공기가 들어가 거품이 생기면 물을 싫어하는 부분이 공기를 둘러싼다. 반대쪽에는 물이 모인다.이것이 바로 비눗방울이다. 이렇게 비누 분자가 물과 공기와 적절하게 결합해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물거품에 비해 비눗방울이 오래 유지된다.

비누와 물을 어떤 비율로 섞으면 비눗방울이 잘 터지지 않을까? 과학자 제임스 듀어는 실험실에서 108일 동안 터지지 않는 비눗방울을 만들었다. 지름이 32cm인 이 비눗방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기가 조금씩 줄었다. 그는 또 지름 19cm의 동그란 비누막 판을 만들어 3년 넘게 터지지 않도록 보관했다. 사실 실험실이 아닌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이렇게 오래 유지시키기 어렵다. 공기 중에 있는 기체가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 비눗방울의 압력이 달라지거나 먼지의 영향으로 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캐나다의 한 회사에서 대만 출신 발명가인 재키 린이 ‘캐치 어 버블’이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비눗물에 고분자를 넣어 비눗방울의 물이 증발되는 걸 막아 비눗방울이 며칠 동안이나 터지지 않게 한다.

영국 켄트대의 시릴 아이젠버그 교수는 ‘비누막과 비눗방울의 과학’에서 “수돗물에 1~2%의 주방세제를 넣으면 비누막이 15초 정도 유지된다”며 “이때 유지시간을 몇 분까지 늘리려면 글리세린을 5% 농도로, 1시간까지는 50% 농도까지 높이면 된다”고 말했다. 글리세린은 물과 결합해 물이 증발하는 것을 늦춰 비눗방울이 오래 유지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는 물과 세제, 글리세린을 6:2:2의 비율로 섞으면 크고 오래가는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비눗물에 밀가루나 설탕을 넣는다?

비눗물에 밀가루나 설탕, 물엿 등을 넣으면 비눗방울이 오래간다. 이들은 끈기가 있어 물기를 잘 잡는 글 리세린의 역할을 한다. 단, 밀가루를 많이 넣으면 비눗방울이 무거워져 뜨지 않을 수 있다.

물거품은 금방 터지고 비눗방울은 오래가는 이유
 

물거품은 금방 터지고 비눗방울은 오래가는 이유


비눗방울은 비누 분자가 물 분자 사이에 끼어들어 물을 좋아하는 부분(친수성기)은 물과, 싫어하는 부분(소수성기)은 공기와 적절하게 결합해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물거품에 비해 오래 유지된다(그림 ➊). 하지만 물거품은 중력 때문에 막을 이루는 물이 밑으로 빠지는데다 막 안팎의 압력 차로 물이 막 가장자리로 이동이다. 그 결과 막이 급격히 얇아지면서 터진다(그림 ➋).

비눗방울이 무지개 색을 띠는 이유

비눗방울을 자세히 보면 기름처럼 무지개 색을 띤다. 비눗방울의 두께가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비눗방울은 얇지만 두께가 있는 막으로 만들어진다. 빛이 비눗방울에 닿으면 겉표면에서 빛의 파장에 따라 일부 빛은 흡수되고 일부는 반사된다. 비눗방울 막을 뚫고 들어간 빛은 파장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다르고, 또 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일부가 반사된다. 이렇게 비눗방울은 막의 바깥쪽과 안쪽 모두에서 빛을 반사시킨다. 이때 우리 눈은 합성된 빛을 보게 된다. 즉 막의 두께에 따라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 다르고 이에 따라 합성되는 빛도 달라져 다양한 색의 빛, 즉 무지개 색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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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비눗방울 수학이 방울방울~
PART 1 수학자는 왜 비눗방울을 좋아할까?
PART 2 거품 함수와 방정식
PART 3 비누막이 제시하는 최적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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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 도움

    서검교 수학과 교수
  • 도움

    거품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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