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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나라 스웨덴 4D프레임과 사랑에 빠지다

발명의 나라 스웨덴 4D프레임과 사랑에 빠지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닮은 프레드릭성학교
 

각 팀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있다. 가우디움은 중세 유럽의 무인 계급인 기사(❶), 아우다시아는 호랑이(❷), 쿠리오시타스는 고양이(❸), 사이언티아는 돌고래(❹)가 각각의 상징물이다.
 

스웨덴의 겨울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로 6개월가량 된다. 1년의 반이 겨울인 셈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하루에 3시간 정도만 해를 볼 수있다. 따라서 겨울에는 바깥 활동을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긴 겨울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스웨덴 사람들은 시계나 라디오 등의 가전제품을 수백번씩 분해하고 조립한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스웨덴에 발명가가 많은 이유가 날씨와 환경탓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학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27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위치한 수학·과학 중점학교인 프레드릭성학교를 방문했다. 2010년 스톡홀름에서 4위를 차지한 명문사립학교로 유럽에서 유명하다. 이날도 스페인에서이 학교의 교육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

프레드릭성학교는 유치원, 초·중등학교의 교육과정이 연결돼 있어 6세 때 유치원 과정에 입학하면 중학교 과정까지 이 학교에 다닌다. 유치원 과정에 입학한 날 학생들은 가우디움(만족), 아우다시아(대담함), 쿠리오시타스(호기심), 사이언티아(앎) 중 한 팀에 속한다. 해리포터가 다니는 호그와트 학교의 학생들이 마법 모자에 따라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래번클로, 슬리데린 기숙사 소속으로 나뉘는 것과 같다. 호그와트에서처럼 각 팀을 담당하는 교사가 따로 있고 학생들은 운동, 음악, 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팀 대항으로 실력을 다툰다. 학생들에게 경쟁심과 결속력, 협동심을 키워주기 위해 팀을 나눈다고 한다.

정해진 교육과정 없어 다양하게 수학 가르친다

스웨덴에는 학년마다 배워야 할 교육과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배워야 할 수학내용이 정해져 있어 다른 교과서로 배우더라도 같은 내용을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각 학교에서 배워야 할 최소한의 지식만 학습하고 학생의 수준에 따라 진도를 다르게 나간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수준에 맞춰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 수준이 낮은 학생은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한다.

그래서 스웨덴 학교 교실에는 교사가 2명이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있고 뒤에서 뛰어난 학생이나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학생을 가르치는 보조 교사가 따로 있다. 교실 옆에 작은 방을 두어 다른 학생들과 수준이 차이 나는 학생이나 개별 교습을 받고 싶은 학생을 따로 가르치기도 한다.

프레드릭성학교는 수학·과학에 중점을 두는 학교인 만큼 스웨덴의 다른 학교보다 수학·과학 시간이 주당 1~2시간 더 많다. 보통 중학생은 수학을 일주일에 3시간 공부한다. 이 학교는 스웨덴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1위인 학교가 되기 위해 전 세계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받아들여 수업에 적용한다.

정해진 교육과정이 없어 스웨덴 교사들은 진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교수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수준에 맞는 수학공부를 하기 위해 몇몇 학생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교실 옆 작은 방에서 개별적으로 공부한다.
 

스웨덴의 특이한 뺄셈

스웨덴에선 뺄셈도 더하기로 생각해 계산한다. ‘10-7’ 를 계산할 때 10에서 7을 빼는 것이 아니라 7에 3을 더해야 10이 되므로 3이라고 구한다. 이런 방법은 거스름돈을 줄 때도 마찬가지다. 70크로나(스웨덴의 화폐단위, 약 170원)짜리 물건을 사기 위해 100크로나를 지불하면 점원은 70크로나에서 80, 90, 100크로나까지 센다. 30크로나를 더해야 100크로나가 되므로 30크로나를 거슬러 준다.

아이패드 활용한 수학 수업

프레드릭성학교에선 올 초부터 아이패드를 활용한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암산 능력이나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퍼즐을 다른 교구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다른 나라의 수학교과서로 수업할 수도 있어, 다양한 수학 수업을 할 수 있다. 현재 학생 2명당 1개꼴로 아이패드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훌리오 민귀론 프레드릭성학교 컴퓨터 담당 교사는 “아이패드는 휴대하기 간편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교사에게 바로 들고 가서 질문할 수 있다”며“노트북을 활용할 때보다 수학 수업을 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학교 단위로 교과서를 선정하기 때문에 같은 학교 학생들은 같은 교과서로 공부한다. 하지만 스웨덴에선 교과서를 전적으로 교사가 선택한다. 따라서 같은 학교라도 교사에 따라 다른 교과서로 공부한다. 교사가 교과서를 여러 개 선정해도, 선정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즉 단원의 특성에 따라 교과서를 선정해 수업할 수 있다.

스웨덴 수학교육의 문제점

스웨덴의 수학교육은 전적으로 수학 교사에게 의존한다. 학년별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최소의 지식만가르치고 나면 나머지 수업은 교사가 어떤 수업을 해도 상관없다. 따라서 학생들의 실력이 수학 교사의 손에 달렸다. 열의를 가지고 다양한 교수법을 이용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 밑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서 문제가 생긴다. 특히 교사를 감독하는 사람이 없어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알 길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 3~4년간 스웨덴은‘세계 학업성취도 비교평가(PISA)’에서 수학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져 고민에 휩싸였다. 그 원인으로 우수한 수학교사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교사 월급이 적어 수학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우수한 성적의 수학과 졸업자가 없다는 뜻이다. 스웨덴에는 교사를 양성하는 사립대학교가 따로 있지 않아 대학에서 교사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교사가 된다. 대부분의 수학과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월급이 많은 기술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 수학교구로 통합교육 시도

“4D프레임으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성공적으로 우주 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프레드릭성학교는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1, 3, 4학년 수학, 과학, 기술 시간에 한국의 수학 교구인 4D프레임을 활용해 수업한다. 4D 프레임은 형형색색의 빨대를 이용해 다양한 구조물을 만드는 수학 교구다. 머나먼 스웨덴에서 우리나라의 교구를 이용해 수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파울 볼랜드 프레드릭성학교 수학·과학 프로그램 팀장은 “수학과 과학에 도움이 되는 세계의 좋은 교육 프로그램은 우리 학생들의 교육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테스트한 뒤 받아들여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고 설명했다. 그는 “4D프레임을 이용해 수업하면 수학과 과학, 기술, 국어를 한꺼번에 가르칠수 있어 학생들에게 통합적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과학 시간에 우주선에 대해 학습한 뒤 4D프레임을 이용해 우주선을 만드는 과정을 보자. 학생들은 먼저 종이 위에 우주선의 설계도를 그린다. 이때 학생들은 우주선에 들어가는 연결봉의 개수와 각각의 길이를 정한다. 연결대의 종류와 개수도 정한다. 설계도를 통해 도형을 측정하고 3차원 공간상의 물체를 2차원으로 나타내 겨냥도를 그리는 법을 학습한다. 설계도를 바탕으로 4D프레임을 이용해 우주선 모형을 만든다. 만들어진 우주선을 사진 촬영한 뒤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주선을 우주에 보낸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상상해 글쓰기를 하도록 시키면 수학, 과학, 기술, 국어 과목을 연계해 수업할 수 있다.

tip 4D프레임
 

4D프레임
 

4D프레임은 4D창의연구소의 박호걸 소장이 개발한 수학 교구로 크게 연결봉과 연결대로 구성돼 있다. 연결대를 이용해서 연결봉과 연결봉을 연결해 수학구조물을 만든다. 연결봉은 기본적으로 길이가 3, 5, 6, 7, 10, 15cm이고 연결대는 발의 개수가 1, 3, 4, 5, 6, 8개지만 상황에 따라 가위로 잘라 원하는 크기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스웨덴 수학교사 100명, 4D프레임을 배우다

“후후~, 돈다. 돌아”

지난 4월 26일 스웨덴 남동부 스톡홀름 주에 있는 소도시인 나카 지역의 초·중등 수학·과학 교사 100명은 4D프레임으로 풍차를 만든 뒤 입으로 바람을 불어 풍차를 돌렸다.

4D창의연구소 양효숙 대표와 박호걸 소장은 에이나르 프란센 나카 지역 교육감의 초청으로 4D프레임을 활용한 수학 수업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교사들은 4명씩 조를 이뤄 작은 시에르핀스키 피라미드를 만든 뒤 다시 4개 조가 모여 큰 시에르핀스키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시에르핀스키 피라미드는 프랙탈 도형으로 정사면체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시에르핀스키 피라미드를 직접 만들어 본 에이나르 프란센 나카시 교육감은 “수학은 물론 협동심까지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교구” 라며 “다른 수학 교구는 미리 정해놓은 도형만 만들 수 있는데, 4D프레임은 비눗방울을 이용해 다양한 도형을 관찰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상상하는 여러 가지 물체를 만들 수 있어 창의력 계발에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만난 프란센 교육감은 “연수에 참여한 교사 중 98%가 수학 수업에 4D프레임을 이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며 “나카시에 소속된 2000명의 교사를 모두 연수시키고 싶다” 는 뜻을 내비쳤다.

나카시와 부산시는 오는 10월 두 도시의 공교육 강화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프란센 교육감은 PISA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한국 수학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4D프레임을 이용해 풍차와 시에르핀스키 피라미드(오른쪽)를 만들고 있는 나카시 소속 수학·과학 교사들.
 

미니 인터뷰프란센 교육감에게 듣는 스웨덴 수학 교육


스웨덴 학생들은 수학을 좋아하나요?
 10명 중 8명은 수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통 어렵다고 느끼지요.

수학은 여학생이 더 잘하나요? 남학생이 더 잘하나요?
여학생이 더 잘합니다. 스웨덴의 남녀 성적 차이는 평균 23점 정도 납니다. 대학 진학도 여학생이 더 많이 하지요.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공짜로 준다던데 사실인가요?
네. 중·고등학생에게는 1대씩 지급하고 초등학생은 5명 중 1명꼴로 지급합니다.

초중고 모두 무상교육이라던데 맞나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1년에 한 학생에게 지원되는 교육비가 있습니다. 나카시의 경우 초등학생은한 달에 84만 원, 중학생은 96만 원이 지원됩니다. 이 돈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지요.


4D프레임 유럽 과학관에 진출
 

이노바툼 박물관을 방문한 스웨덴 학생들이 4D프레임을 이용해 비눗방울 실험을 하고 있다.
 

4월 28일 스웨덴 남부 트롤해탄에 위치한 이노바툼 과학관에 4D프레임 체험실이 생겼다. 스웨덴 박물관에 4D프레임 체험실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11월 스톡홀름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 먼저 생겼고 이번이 두 번째다.

파울 애커룬드 트롤해탄 시장은 “이노바툼 과학관은 학생들이 즐기며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활동과 전시를 선보인다” 며 “4D프레임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길 바란다” 고 축사를 했다.

이날 이노바툼 과학관과 노르웨이 인스피라 과학관의 큐레이터 10여 명을 대상으로 4D창의연구소 양효숙 대표는 4D프레임 활용법에 대해 강의했다. 칠레 출신의 캐롤라이나 바로스 이노바툼 과학관 큐레이너는 “4D프레임으로 풍차나 지렛대처럼 움직이는 물체를 만들면 학생들이 좋아할 것” 이라며 “남미에는 이런 수학 교구가 없다며 칠레 과학관에 4D프레임을 소개하겠다”고 양 대표에게 전했다.

강의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노바툼 과학관 이사인 케네스 에릭슨 웨스트대 공학과 교수(수학 박사)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4D프레임을 이용해 증명할 수는 있지만, 면이 없는 구조물로 돼 있어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문제 제기를 했다. 학생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면을 상상해서 문제를 풀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양 대표는 4D프레임 구조물에 종이를 끼워 면을 만들수도 있다고 답하며 4D프레임을 활용한 수학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5월 2일에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위치한 아하박물관에 4D프레임이 전시됐다. 오는 7월에는 노르웨이 인스피라 과학관에 4D프레임 체험관이 생긴다. 국산 수학 교구 4D프레임이 유럽 곳곳의 과학관에 진출해 수학 교구의 한국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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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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