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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냉소적인 세계관을 만들고 싶어 숫자를 활용했어요”

“냉소적인 세계관을 만들고 싶어 숫자를 활용했어요”

2022 SF 스토리 공모전 심사를 맡은 심완선 SF 평론가는 <;안스리움>;을 두고 ‘사람이 죽으면 무엇으로 태어날지 국가가 정한다는 내세 시스템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는데요. 강동인 작가와 만나 소설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 ‘내세 차등 배분제’라는 설정이 정말 신선해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이 작품은 2016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쓴 글이에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그때 처음 경험했고, 할머니가 다음 생에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내세가 보장되는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지요. 또 당시에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에 꽂혀 국가의 폭력성, 계급 차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국가가 내세를 통제하는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 주인공 설진을 넣은 거지요. 

 

Q ─ 내세 등급, 내세 좌표 등 소설의 주요 장치를 숫자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숫자를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어요. 뭐든 수치화되면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들잖아요. 냉소적인 세계관을 만들고자 했기에 소설의 주요 장치인 내세 등급과 내세 좌표 등을 숫자로 나타냈어요. 

 

예를 들어 내세 등급은 한 사람의 인생을 다섯 개의 숫자로 축약해 보여줍니다. 인생을 단순하고 허무하게 표현하고 싶어 그렇게 설정했지요.

 

Q ─ 이번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자본에만 집착하는 편협한 시각을 꺾으면 더 인간적으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설진이 돈을 벌고 싶다는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작품이 끝날 때 즈음 설진이 가는 장소인 비닐하우스에서 식물로 환생한 아버지를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거든요. 설진은 그때 아마 인간으로 태어나는 걸 꼭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고 느꼈을 거예요. 이 다음은 돈을 벌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가지 않겠지요.

 

Q ─ 전공이 영화 시나리오예요. 글쓰기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초등학생 때는 한 신문사에서 상을 받을 만큼 일기를 열심히 썼어요. 20대 초반에는 영화나 책을 보고 느낀 점을 블로그에 쓰기도 했어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한예종 입학을 준비할 때였지요. 원래 다른 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했는데 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24살에 자퇴했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에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과에 가자고 결심하고, 이듬해에 한예종에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지요.

 

Q ─ 글 쓰는 과정도 궁금해요.

책에 나오는 구절, 비유 등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휴대전화에 메모를 해요. 이후 작품을 쓸 때 이때까지 쓴 메모를 한번 쭉 봐요. 현재 이슈, 그 이슈를 바라보는 제 관점을 정리한 메모 중 몇 가지가 시선을 사로잡을 때가 있어요. 그것들을 잘 엮어서 큼직한 설정을 만들고, 관련된 자료, 책, 영화를 찾아봅니다. 점점 구체화시켜요. 

 

<;안스리움>;은 내세, 계급에 관한 생각 등을 정리해놓은 메모와 마르셀 에메 작가님의 소설 <;생존 시간 카드>;에서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됐어요. 남은 생존 시간이 정해진 설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콘셉트를 만들었지요.

 

 

Q ─  SF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설정을 가져와도 관객과 독자가 그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장르라서 좋아요. 한편으로는 그런 설정을 설득시키는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구성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뤄야 해 어렵기도 해요. 

 

 

이번 작품은 명확히 SF 장르는 아니라서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 얼떨떨했어요.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도 이런 장르적 특성이 있어서겠죠?

 

Q ─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나요?

 

<;눈먼 자들의 도시>;, <;카인>; 등을 집필한 주제 사라마구 작가님의 소설처럼 하나의 새로운 콘셉트나 관점을 제시해 이에 따른 상황들을 보여주면서 독자나 관객들에게 지금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2023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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