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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쏙쏙 밀어 넣는 포켓 당구


수학으로 쏙쏙 밀어 넣는 포켓 당구


색색의 화려한 15개의 공과 빨간 연지를 찍은 1개의 하얀 공. 일정한 규칙에 따라 공을 구멍(포켓)에 넣는 게임을 우리는 흔히 ‘포켓볼’이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귀족들의 사교 게임으로 시작된 포켓 당구는 최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 레포츠로 발전해 왔다. 특히 당구는 올해 열리는 제92회 전국체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수학을 알면 백발백중! 수학이 담긴 당구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포켓 당구의 기본 원칙
 

(그림 1) 당점에 따른 공의 움직임^큐로 공의 한가운데(❷)를 겨냥해 치면 공이 직진하지만 왼쪽(❶)이나 오른쪽(❸)을 겨냥해 치면 공은 각각 시계 방향이나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뻗어 나간다.


‘당구’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혹시 불량학생, 내기 또는 자장면? 하하. 다 옛말이다. 당구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0개가 걸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당구 종목에는 구멍이 없는 테이블에서 진행하는 방식과 구멍(포켓) 6개에 공을 넣어 득점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구멍에 공을 넣는 포켓 당구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가 흔히 친구들과 당구장에서 1에서 15까지 번호가 적힌 색색의 공과 1개의 하얀 공으로 하는 게임 방식을 ‘포켓 8(에이트)볼’이라고 한다.

에이트볼은 보통 두 팀으로 나눠 1~7번까지나 9~15번까지 각 팀이 정한 7개의 공을 먼저 넣은 뒤, 마지막으로 8번 공을 넣으면 이기는 경기를 말한다.

프로 선수들은 세계대회에서 ‘실수를 하는 횟수’에 따라 우승컵의 주인이 결정된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가 아니므로 실수도 실력이다. 친구들과 하는 친선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포켓 당구의 원리를 자세히 알아보자.

우선 큐로 겨냥하는 하얀 공의 위치(*당점)를 살펴보자. 어느 부분을 치느냐에 따라 공의 회전운동은 달라진다. 먼저 공의 중심 을 기준으로 좌우로 겨냥을 달리해 보자(그림 1).

한가운데를 겨냥해 친 경우에는 공은 회전 없이 직선으로 뻗어 나가고 반사각은 0°이다. 하지만 중심의 오른쪽 또는 왼쪽을 겨냥한 경우에는 공이 회전하며 뻗어 나간다.

만약 왼쪽을 겨냥하면 공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당구대의 벽에 닿으면 왼쪽으로 반사된다. 반대로 오른쪽을 겨냥한다면 공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왼쪽을 겨냥했을 때와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반사된다.

포켓 9볼과 10볼

그럼 ‘포켓 9볼’은 어떤 경기일까? 나인볼은 이름 그대로 적구 9개를 구멍(포켓)에 1번부터 순서대로 9번까지 넣는 경기를 말한다. 에이트볼은 넣기로 한 7개의 공을 순서에 상관없이 자신의 차례에 넣기 편한 공을 넣으면 되지만, 나인볼은 반드시 공의 순서를 지켜야 하므로 에이트볼보다 난이도가 높다.

2010년 대만에서 열린 ‘2010 암웨이컵 세계여자나인볼오픈’ 대회에서 국가대표 차유람 선수가 우승해 한국 선수로서 이름을 날린 적이 있다.

‘포켓 10볼’은 나인볼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경기다. 적구 10개를 1번부터 순서대로 10번까지 넣는 경기를 말한다. 수구를 쳐서 적구를 구멍(포켓)에 넣은 뒤에도 수구를 얼마나 적절히, 다음 번호의 적구를 구멍에 넣기 쉬운 곳에 가져다 놓느냐가 관건이다.

공을 구멍에 잘 넣는 비결, 분리각
 

(그림 2) 당점에 따른 두 공의 움직임


큐를 이용해 치는 공(*수구)이 구멍에 넣으려고 목표했던 공(*적구)과 만나면 서로 다른 방향이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두 공은 대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걸까? 이번에는 수구의 아래위 방향으로 겨냥하는 점을 다르게 했을 때 수구와 적구 두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그림 2).

수구의 윗부분을 치면 적구를 만나 둘 다 앞으로 굴러간다(❶). 만약 구멍(포켓) 가까이에 적구가 위치한다면 절대 수구의 윗부분을 쳐서는 안된다. 아마 수구가 따라 들어갈 테니까. 공의 진행 방향과 회전 방향이 같아 같은 방향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수구의 중심을 치면 수구는 회전 없이 앞으로 굴러가 적구를 만난 자리에 멈춘다. 굴러온 힘을 적구에 그대로 전달해 적구만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❷). 마지막으로 수구의 아랫부분을 치면 공이 진행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적구를 만났을 때 수구는 되돌아오게 된다(❸).

두 공이 어떤 힘에 의해 서로 만나 각각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생기는 각을 ‘분리각’이라 하는데, 구멍에 공을 잘 넣기 위해서는 분리각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수구에 회전을 주지 않고 공의 한가운데를 치면 두 공의 분리각 합은 입사각과 반사각 원리에 의해 이론적으로 항상 90°를 이룬다. 이때 큐로 치는 힘은 보통 힘이어야 한다. 만약 보통 힘보다 약한 힘으로 치면 두 공의 분리각은 90°보다 작아지고, 센 힘으로 치면 두 공의 분리각은 90°보다 커진다.
 

(그림 3) 두께에 따른 두 공의 움직임^수구가 적구에 맞는 두께에 따라 두 공의 분리각은 달라진다. 적구는 두 공이 만나는 접점과 적구의 중심이 만나는 직선 방향을 따라 움직인다. 두께가 얇아질수록 적구는 분리각이 커지므로 많이 꺾여 진행한다(그림은 당구대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


구멍(포켓)의 위치에 따라 분리각과 공의 두께를 생각하면 적구를 구멍에 정확하게 넣을 수 있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공의 두께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사과 껍질을 생각하면 쉽다. 사과 껍질을 얇게 깎으려면 사과의 바깥쪽으로 칼을 움직이고, 두껍게 깎으려면 사과의 안쪽으로 칼을 움직이면 된다. 공도 마찬가지다(그림 3).

❶번 상황은 공을 가장 두껍게 친 경우고, ❺번 상황은 가장 얇게 친 경우다. 즉 ❶번에서 ❺번으로 갈수록 두께는 얇아진다.

❶번 상황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 수구는 적구가 있던 자리에 정지한다. 하지만 두 공의 *접점이 중앙에서 1°라도 왼쪽에 생긴다면, 수구의 분리각이 90°에 가깝고 공은 오른쪽 방향으로 굴러갈 것이다.

적구는 두 공이 만나는 접점과 적구의 중심이 만나는 직선 방향을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❺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적구의 분리각이 90°가 돼 왼쪽 방향으로 굴러간다. 자연스럽게 수구의 분리각은 0°이고 그대로 직진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이론적으로 공의 회전이 없고 수구에 실린 힘이 적구에 정확히 전달됐을 때를 말한다.

이제 나머지 ❷, ❸, ❹번 상황을 차례로 살펴보면, 적구의 어느 부분에 수구가 만느냐에 따라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있을것이다.
 

두께에 따른 적구와 수구의 분리각


국가대표 김가영 선수에게 듣는 백발백중 당구이야기

2011년 국가대표 선발 대회가 막 끝난 2월 14일, 인천의 한 당구장에서 김가영 선수를 만났다. 2011년에도 국가대표로 활동하게 될 ‘당구계 얼짱’ 그녀는 정말 예뻤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작은 실수로 은메달을 차지한 그녀에게 먼저 포켓 당구 시범을 부탁했다. 평소 공을 힘으로 밀어 넣는 기자는 그녀의 시범에 입을 다물지못했다. 몇 번 공을 어느 구멍(포켓)으로 넣어달라고 주문하자 주문과 동시에 공은 백발백중 제 집 찾아가듯 빨려 들어갔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큐와 수구, 그리고 넣어야 할 적구를 노려보곤 이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침착하게 공을 집어넣었다.

그녀와 당구의 인연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그녀는 “유일한 당구 스승은 아버지뿐”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엔 유도 선수로 뛰었고 그 이후 당구장을 운영하며 아마추어 당구 선수로 활동했다는 아버지 김용기 씨는 그녀에게 호랑이 선생님이였다고. 김 선수의 아버지는 “무섭게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은 의지가 약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힘들다”며 “엄하게 가르친 덕에 가영이가 오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 큐를 잡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각오가 남달랐다. 그 당시 아버지와 했던 약속은 다름 아닌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다.

세계 챔피언을 향해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1998년 어느 날, 대만 선수에게 패배의 쓴맛을 봤다. 물론 그녀 인생의 첫 패배는 아니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선수로서 그녀를 더 단단하게 해주었다고 밝혔다. 김 선수를 한층 성장하도록 도와준 사람은 바로 대만의 류신메이 선수였다. 김 선수와 무려 14살이나 차이 나는 노익장이었다. 그녀는 그 시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7선승 경기에서 제가 6:1로 이기고 있었어요. 그 당시 이 점수라면 한국에서는 저를 이길 선수가 없었어요. 근데 제가 역전패를 당한 거예요. 류신메이 선수는 집중력과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대단했던 거죠. 외유내강이란 말이 딱 떠오르는 선수였어요.”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만당구연맹 회장의 추천과 류신메이 선수의 영향으로 주 활동 무대를 대만으로 옮겼다. 지금은 류신메이 선수와는 친자매처럼 지낸다고 한다.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현재 코치와 감독 없이 혼자 활동 중이다.

당구에 담긴 수학의 원리를 캐묻는 기자에게 김 선수는 “당구는 수학도 좋지만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선수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마음으로 공을 보고 ‘어디쯤 맞으면 이번 샷으로 몇 번 공을 넣을 수 있겠다’를 감지하게 된다고. 하지만 그녀는 “당구는 매우 예민한 경기여서 힘 조절에서 조금만 실수하거나,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경기를 망칠 수 있다”며 “침착함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당구란 무엇일까

“당구란 인생이죠. 당구를 거창하게 포장하려는 게 아니라 전 어려서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해 국가대표 선수 또는 운동선수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을 배웠거든요. 당구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다른 구기 종목처럼 몸이 힘든 운동이 아니잖아요. 정신력 싸움이죠. 하루에 거의 5~6시간씩 연습을 했어요. 만약 급한 성격대로 고집을 부렸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못 올라왔을 거예요. 당구를 배우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죠. 그게 제 인생인 것 같아요.”

또한 그녀는 자신이 당구 선수로 성공하게 된 것은 뒤에서 변함없이 응원해주신 부모님 덕분이라고 밝혔다. 김 선수 아버지는 그녀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제 생각엔 가영이가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감각은 남달랐죠. 아마 학업을 병행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빨리 세계 1위 자리에 올랐을 거예요. 지금 세계대회에 나오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보통 10대가 많거든요.”

마지막으로 당구 선수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녀는 “우리나라에도 10대 의 어린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며 독자들에게 앞으로 당구를 더 많이 사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녀는 최근 10년간, 당구 대회가 그다지 많지 않은 한국을 떠나 대만과 미국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올해는 특별하다. 그녀는 한국체육대 스포츠건강복지학부 레저스포츠과 11학 번 새내기가 됐다. 올 한해 그녀의 화려한 한국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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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도움

    대한당구연맹
  • 도움

    김가영 당구 국가대표 선수
  • 진행

    오진희
  • 도움

    김용기
  • 도움

    부평 오픈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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