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여행지인 일본에서 독립투사가 돼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허풍과 도형.
두 번째 여행지인 미국으로 향하는데….이번 여행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1 대결의 서막
“와우~! 헬로, 샌프란시스코! 너무 오랜만인가. 도형아, 여기가 미국이라는 곳이다.여기서 내 이름은 조지야. 앞으로 그렇게 불러 줘. 너도 이름 하나 지어 줄까? 빌? 톰? 마음에 드는 이름 있니?”
“어디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을 함부로 바꿔요! 전 도형이 좋아요. 그런데 이젠 어디로 가요?”
“음. 여기까지 왔으니 먼저 관광을 해야지. 근데 이게 무슨 소리냐? 여기 사자가 있나 봐.”
허풍이 사자 울음소리를 듣곤 호들갑을 떤다.
“정말 사자 소리 같네요. 소리도 엄청 크고 한번 가 봐요.”
“사자라니깐, 사자! 어딜 가자는 거야?”
도형은 허풍의 말을 무시하고 소리의 진원지로 향한다. 허풍은 별수 없이 도형의 뒤를 따른다.
“선생님, 바다사자예요. 정말 귀여워요.”
한바탕 난리법석을 떤 허풍은 멋쩍은 표정으로 괜스레 그늘에 앉아 한가로이 퍼즐을 즐기는 무리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무슨 얘기를 그리들 재미있게 해요?
”
“아~, 이 분이 퍼즐을 하나 냈는데 너무 어려워서 함께 풀고 있었소.”
“나도 좀 압시다. 이래봬도 경성 최고의 엘리트였소.”
퍼즐을 낸 이가 허풍을 위 아래로 한 번 훑어보곤 말한다.
“그래요. 그럼 한번 풀어 보쇼. 강이 하나 있는데 서로 반대쪽에 두 척의 배가 있소. 이 배가 각각 양쪽 부두를 출발하여 반대쪽을 향해 간다고 합시다. 한 척은 다른 한 척보다 속도가 빠른데, 두 척의 배는 한쪽 부두에서 600m 되는 지점에서 서로 스쳐지나가오. 목적지에 도착한 배는 10분 동안 정박한 뒤 다시 되돌아가고. 두 척의 배는 다시 스치는데, 이번에는 처음과 반대쪽 부두에서 350m 떨어진 지점에서 스쳐 지나간다고 하면 이 강의 정확한 폭은 얼마가 되겠소?”
“풋! 이 정도 문제쯤이야. 나까지 나설 필요도 없겠소. 내 조수가 풀어 줄 거요.”
“훗! 쉽진 않을 텐데….”
“도형아, 빨리 와서 풀지 않고 뭐하니? 얼른 와!”
도형은 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문제를 푼다.
2 찰스 킹의 트리곤 퍼즐
퍼즐의 답을 구한 도형이 말한다.
“퍼즐에 함정이 있네요. 하지만 재미있었어요.”
“오~. 이걸 풀어 내다니…! 정말 똑똑하구나.”
“훗, 이 정도는 발로 풀어도 풀지 않나?”
허풍의 허풍은 지칠 줄도 모른다.
“아아~, 그러시오? 나는 샘 로이드 주니어라고 하오. 자신감이 굉장한데 내가 제안을 하나 해도 되겠소? 내가 미국의 곳곳을 관광시켜 줄 테니 함께 여행하며 퍼즐 대결을 벌이는 게 어떻소? 여행이 끝날 때 최종으로 승자를 가려 소원을 하나 들어 주기로 하면 좋을 거 같은데….”
“나야 나쁠 거 없죠.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고….”
“하하. 그럽시다. 꼬마야 영화 보러 갈래? 요즘 인기 있는 영화가 있는데….”
“영화요? 보고 싶어요, 빨리 가요.”
허풍 일행은 할리우드로 향한다.
“이 곳이 영화의 도시 할리우드란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높은 건물이 그 유명한 맨즈 차이즈 극장이야. 저기 훤칠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우리가 볼 영화의 주인공인 찰스 킹이란다. 킹?”
“어, 로이드 오랜만일세. 영화 보러 왔는가?”
“우와~, 키도 크고 코도 높고 진짜 멋있다.”
“흥, 내가 훨씬 낫구먼. 도형아, 내가 경성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면….”
“오랜만일세. 그런데 이 분들은…?”
“여보쇼! 나 아직 말하는 중….”
“나랑 퍼즐 대결을 하며 함께 여행하고 있다네. 마침 잘 되었네. 자네가 퍼즐 하나만 내 주게.”
“내가? 그럼 트리곤 퍼즐 어때? 마침 트리곤 퍼즐 책이 내게 있네.”
“좋지, 좋아. 트리곤 퍼즐 알지? 힌트에 있는 수 조합을 모두 써서 주어진 수가 되도록 삼각형을 둘러싸고 있는 3개의 원안에 수를 넣는 게임 말야. 예를 들어 삼각형 안에 써진 수가 2이라면 002나011 둘 중 하나의 수를 원안에 써야 돼. 삼각형 안에 2는 모두 두 개니 한 번씩 쓰면 되겠지.”
“끼리끼리 논다더니 이젠 친구까지 나를 무시하네. 도형아 가볍게 무찔러 버려!”
3 디즈니의 지갑을 찾아라
“풀었네!”
“저도요!”
거의 동시에 퍼즐을 풀었지만 근소한 차이로 로이드가 이긴다. 그러자 허풍이 도형을 구박한다.
“이것도 빨리 못 풀고 지냐? 이 바보야!”
“음하하~. 이 샘 로이드 주니어와 비슷하게 푼 것도 대단한 거요.”
이 때, 킹이 로이드에게 말을 건다.
“로이드, 이만 가 봐야겠어.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나중에 연락하지. 식사나 함께 하자고.”
“아~, 오늘 고마웠어. 다음에 보자고.”
“다음에 만납시다. 배우 양반, 다음에는 경성에오슈. 내 인기를 보여 드리지.”
“경성에 꼭 놀러오세요. 다음에 또 뵐게요.”
허풍은 경성을 떠올리며 점점 감상에 젖어든다.
“고독은 나의 오랜 친구지. 나의 우수에 젖은 모습에 많은 여자들이….”
“앗! 저기 저 사람 뭔가를 잃어버렸나 봐요!”
도형이 가리키는 곳에 한 남자가 무언가를 찾고있다. 그 모습을 본 로이드가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혹시, 월트 디즈니씨 아니신가요?”
“네, 그렇습니다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샘 로이드 주니어입니다.”
“아~, 반갑소. 그 유명한 퍼즐 선생이구만.”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신가요?”
“지갑을 잃어버려서 찾는 중이네. 너무 넓어서 내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어.”
“그럼 같이 찾아봐요. 어디쯤 앉으셨어요?”
“나까지 포함해서 25명이 단체로 들어와 앉았는데, 우리가 앉았던 구역을 못 찾겠어. 모든 구역은 1×1, 2×2, 3×3, …처럼 정사각형이고, 다른 색의 좌석이 구역마다 하나씩 포함돼 있다네. 5×5 구역은 단 한 곳이었다네. 구역만 나누면 우리 25명이 앉았던 5×5 구역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자네가 퍼즐 전문가니 좀 도와 주게나.”
“물론이죠. 도형아 나랑 함께 찾지 않을래?”
“좋아요. 이번에 꼭 먼저 찾아 낼 거예요.”
4 에어하트의 24게임
“여기요~, 지갑을 찾았어요. 이거 맞으시죠?”
“고맙구나. 가족 사진이 들어 있어 꼭 찾고 싶었단다. 혹시 에어쇼 좋아하니? 내게 표가 3장 있는데 이거라도 받아 주면 고맙겠구나.”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걸요. 경성에선 이런 친절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불쑥 끼어든 허풍이 입으로는 거절했지만 손으로는 어느 새 표를 받아들고 있다.
“전 가족과 다른 약속이 있어 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세 분이 다녀오세요.”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두 팔을 벌리고 비행기 흉내를 내는 도형을 사이에 두고 허풍과 디즈니가 인사를 나눈다.
다음날 롱비치 비행장에 도착한 허풍 일행.
“우와~,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보는 거 같아요. 선생님 저기 좀 보세요.”
“도형아, 촌티 좀 그만 내. 부끄럽다.”
“괜찮소. 나도 신기한걸. 도형아, 이 곳에서 어떤 사람을 소개시켜 주려고 하는데, 누군지 알면 아마 깜짝 놀랄 거다.”
누군데요?
이 때, 멀리서 여자 조종사 한명이 다가오자 로이드가 아는 체를 한다.
“에어하트, 역시 멋있어! 오늘 이 곳에서 묘기비행을 하나 봐?”
“물론이죠. 누가 퍼즐 선생 아니랄까봐 여기까지 와서 퍼즐을 내 달라고…. 하하.”
“인사해요. 작년에 여성비행사 최초로 대서양을 건넌 아멜리에 에어하트예요.”
에어하트를 본 허풍의 눈이 갑자기 반짝인다.
“안녕하십니까. 경성에서 온 허풍이라고 합니다. 조지라고 불러 주세요.”
“아아…, 네. 묘기비행 때 응원해 주세요.”
에어하트는 준비해온 퍼즐을 꺼낸다.
“이거 알죠? 24게임이라고. 무슨 문제를 낼까 하다가 제가 평소에 즐겨하던 퍼즐을 가지고 왔어요.
제가 제시할 숫자는 4, 7, 12, 18이에요. 이 숫자 사이에 사칙연산 기호를 넣어서 24가 되도록 식을 만드는 거 아시죠? 순서는 상관 없고요.”
“아~, 괄호도 넣을 수 있나요?”
“그럼요. 빨리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그럼, 시작하세요.”
도형과 로이드의 승부욕
로이드와 도형은 동시에 퍼즐을 풀어 낸다.
"어머나! 동시에 풀었네. 답도 똑같이 적고, 혹시 둘이 짠거 아니에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로이드가 그럴 사람은 아니죠. 하하.”
허풍이 로이드에게 말한다.
“도형이 더 어리니까 도형이 이긴 걸로 합시다. 어른이 아이 이겨서 뭐하겠소.”
“아니에요, 선생님. 로이드 아저씨, 무승부로 해요. 사나이의 대결에 나이로 이기고 싶지 않아요.”
“호오, 사나이의 승부란 말이지.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좀 져 주지. 아이한테 꼭 이기겠다고 저런담.”
허풍이 혼자 중얼거린다.
“크크. 이제 보니깐 도형이와 로이드 둘 다 승부욕이 대단한데요. 제가 비행할 시간이군요. 열심히 응원해 주세요. 나중에 또 봐요.”
잠시 후, 허풍 일행은 하늘을 가르며 묘기를 부리는 에어하트의 비행을 보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보셨어요? 비행기가 한 바퀴 도는 것? 에어하트 아줌마 정말 멋져요!”
허풍이 또다시 허풍을 떤다.
“아까 그녀의 눈을 못 봤니? 나한테 푹 빠져….”
“에휴~.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나 참!”
“이 놈이! 안 되겠다. 버르장머리를 고쳐 놔야지.”
허풍이 도형을 괴롭힌다.
“빨리 갑시다. 이러다 기차 놓치겠소.”
“네~! 아저씨, 빨리 가요.”
기차역에 도착한 허풍 일행은 시카고행 기차에 올라탄다.
남은 미국여행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도형이 로이드와의 퍼즐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