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은 무척 흥미로운 자취를 남긴 미국 수학자 로널드 그레이엄이 태어난 날입니다.
193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유전지대에서 태어난 그레이엄은 석유 시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며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한 학교를 18개월 이상 다닌 적이 없을 정도로 자주 전학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레이엄은 대학교를 세 군데나 다닌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장학금을 받으며 3년 동안 미국 시카고대학교에 다녔고, 그 뒤에는 2년동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버클리)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죠. 그런 뒤 군대에 자원 입대해 낮에는 군인으로 복무하고 저녁에는 공부하며 미국 알래스카대학교에 다녔습니다. 결국 25살에 물리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죠.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린 셈이지만 그동안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저글링과 트램펄린이라는 평생의 취미도 얻었습니다. 국제 저글링협회장을 맡을 정도로 저글링 실력이 뛰어났고, 서커스 공연에서 트램펄린 묘기를 선보이며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UC 버클리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그레이엄은 3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학을 연구하면서 남다른 업적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계산기하학과 램지 이론, 그리고 다중처리 알고리듬의 최악 조건 해석이라는 세 가지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계산기하학은 기하학 문제를 푸는 알고리듬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 분야이며, 램지 이론은 주어진 성질을 만족하는 가짓수를 세거나 그 성질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조합론의 이론으로, 수학적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규칙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생기는지를 연구합니다. 또 다중처리 알고리듬의 최악 조건 해석은 여러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알고리듬에 관한 연구입니다.
그레이엄은 괴짜 수학자로 잘 알려진 헝가리 수학자 에르되시 팔과 많은 연구를 함께 했습니다. 특별한 거처 없이 세계를 떠돌며 연구한 에르되시를 위해 자신의 집에 방을 마련해 두고 함께 연구했습니다. 1996년 에르되시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가 남긴 문제를 관리하고 심사해온 그레이엄은 2020년 7월 6일 에르되시의 뒤를 따라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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