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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연필로 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면 되지요. 변하지 않는 정리는 볼펜으로 써서 꼭꼭 기억해 두세요. 이처럼 연필과 볼펜은 수학 시간의 오랜 친구랍니다. 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기구에 대해 알아 봐요.


연필의 성격을 알려면?

사람의 성격을 알기 위해 혈액형을 물어보는 일이 종종 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은근히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혹시 연필이나 샤프심의 성질이 궁금하다면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다. 끝부분에 새겨진 기호를 볼 줄 알면 된다.

대부분의 연필은 끝부분에 HB라고 적혀 있다. 미술 시간에 쓰는 스케치용 연필에는 4B라는 표기가 뚜렷하다. 이때 B는 검다는 뜻인 영어단어 black의 머리글자, H는 딱딱하다는 뜻인 hard의 머리글자다.

연필이나 샤프심은 9H부터 6B까지 총 17가지로 나눌 수 있다. H 앞의 숫자가 클수록 단단하고, B 앞의 숫자가 클수록 부드럽고 진하게 써진다. HB는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충분히 진해서 공책에 필기할 때 가장 많이 쓴다. HB보다 조금 단단한 경우 F라고 쓰는데, ‘굳은’이라는 뜻인 영어단어 firm의 머리글자다.
 

연필이나 샤프심의 분류와 용도


이러한 기호는 심이 구부러지는 강도에 따라 정한다. 1MPa(메가파스칼)은 1㎟ 당 100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도다. 구부림 강도가 50MPa인 HB 연필은 연필심의 넓이가 1㎟ 라면 5kg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뜻이다.

강도는 심에 들어가는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 바꿀 수 있다. 심은 흑연에 점토를 섞어 만드는데, 점토를 많이 넣으면 단단해지고 흑연을 많이 넣으면 짙고 부드러워진다.
 

연필 종류별 양상



연필계의 종결자는 정육각형

최초의 연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점토판에 새겨진 쐐기문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뾰족한 물건을 이용해 점토판에 기록을 남겼다. 이때 갈대나 나뭇가지 끝을 다듬어 만든 것을 최초의 연필로 볼 수 있다. 요즘처럼 흑연을 사용한 연필은 1565년 영국에서 탄생했다. 1564년 흑연 광산이 발견되자, 이듬해 바로 흑연 막대에 실을 감거나 나무에 흑연막대를 끼워 만든 연필이 등장한 것이다.

초창기 연필은 사각형이었다. 나무에 홈을 파고 흑연 덩어리를 홈에 넣고 갈아낸 다음, 그 위에 다른 나무 조각을 붙여 만든 것이다. 하지만 흑연 덩어리를 홈에 맞추는 과정에서 버리는 흑연이 많았다. 순수한 흑연은 부드러워 잘 부러지는 것도 문제였다. 1795년 프랑스의 기술자 니콜라스 자크 콩테는 처음으로 흑연에 점토를 섞어 잘 부러지지 않는 연필심을 만들었다. 뒤이어 위아래의 모양이 같은 홈 사이에 연필심을 넣고 붙이는 방법도 개발됐다. 연필심이 튼튼해진 덕분에 연필의 모양과 길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럼 연필은 어떤 모양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을까? 연필을 잡을 때를 생각해 보자. 가운데 손가락으로 연필을 받친 다음, 엄지와 검지로 연필을 가볍게 쥐는 것이 연필을 바로 잡는 방법이다. 그러면 엄지와 검지는 자연스럽게 둥근 모양이 된다. 종이와 연필의 각도는 50°~60°가 적당하다. 각도가 크면 힘이 많이 들고, 적으면 글씨를 바르게 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때 세 손가락은 삼각형을 이룬다. 그래서 연필을 삼각형으로 만들면 가장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 연필의 세 면이 각 손가락과 가장 넓게 맞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각형 연필은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공장에서 연필을 찍어낼 때 위아래의 나무 모양을 다르게 만들어야 하고, 연필을 만든 다음에 버리는 나무도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각형과 역삼각형을 섞어 만들면 버리는 나무는 없앨 수 있지만, 연필심의 높이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사각형으로 만들면 잡기가 불편하다. 원모양 연필은 연필심을 감싸는 나무가 가장 적게 들고 모양도 예쁘지만, 책상 위에서 굴러 떨어지기 쉽다.

이런 이유로 현재 가장 많이 쓰는 연필은 정육각형이다. 정육각형은 둥근 연필심을 감싸는 나무가 적게 들고, 버리는 나무도 적다. 연필을 쥘 때도 삼각형 연필처럼 세 손가락과 맞닿는 면이 넓다. 원모양 연필처럼 책상 위를 마구 구르지도 않아서 가장 일반적인 연필이 됐다.
 

연필은 종이와 50˚~60˚를 이루게 잡는 것이 좋다.



편안함을 만드는 연필깎이

연필을 쓰다 보면 앞이 금방 뭉툭해진다. 칼로 천천히 깎아도 좋지만 연필깎이가 있으면 편하다. 연필깎이가 금세 연필을 쓰기 편하게 깎아주기 때문이다. 연필깎이는 연필을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기준을 갖고 있다. 그 기준은 연필을 바로 잡고, 편하게 쓰게 만드는 데 있다.

연필은 연필심에서 2.5~3cm 떨어진 부위를 잡을 때 글쓰기가 가장 편하다. 그래서 연필 앞쪽의 경사진 부분의 길이는 2cm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연필 앞부분의 각도도 13°~20° 사이가 적당하다. 심 끝의 굵기는 0.6mm를 넘지 않도록 뾰족하게 깎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연필심이 완전한 원뿔이 되면 안 된다. 끝이 바늘 끝처럼 뾰족하면 부스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연필깎이는 연필심을 완전한 원뿔은 아니면서 끝의 굵기가 0.6mm를 넘지 않는 원뿔대 모양으로 깎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연필

세계 표준연필은 굵기 약 6mm에 길이는 19cm다. 2007년 미국에서는 표준연필의 120배가 넘는 연필이 등장했다. 길이 23.23m, 무게 9752kg인 초대형 연필은 연필심의 지름도 25cm가 넘는다. 연필 끝을 뾰족하게 만들기 위해 목수 두 명이서 전기톱과 도끼를 이용해 꼬박 이틀간 고생해야 했다. 연필 뒤에는 113kg이 넘는 지우개도 달려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연필

 

샤프·볼펜 굵기에 숨겨진 비밀

지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험이 어렵거나 쉬웠다는 뉴스가 주목을 받아야 정상인데, 엉뚱하게도 샤프가 먼저 언론에 오르내렸다. 시험장에서 나눠준 샤프의 심이 너무 쉽게 부러져서 시험을 망친 학생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샤프에 대해 알아보자.

샤프는 줄곧 깎아줘야 하는 연필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개발됐다. 가는 심이 들어 있는 몸통의 끝을 누르거나 돌리면 심이 조금씩 밀려나와 쓸 수 있게 만든 필기구다. 샤프심의 굵기는 쓰임새에 따라 다양하다. 학교나 사무실에서는 가는 심을 사용하고, 그림을 그릴 때는 굵은 심을 쓴다.

한국공업규격(KS)에 따르면 우리나라 샤프심은 0.3, 0.5, 0.7, 0.9, 2.0mm 모두 5가지가 있다. 연필깎이 규격에서 심 끝의 굵기가 0.6mm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과 비교할 때 샤프심의 굵기는 쓰기 편하도록 맞춘 것이다. 하지만 KS에서 이름 붙인 지름은 실제 샤프심의 지름과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0.5mm 샤프심은 실제 지름이 0.55~0.58mm인 샤프심을 뜻한다. 샤프심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까지 포함한 수치다.

수능에서 문제가 된 샤프는 샤프심이 끝의 지름보다 0.15mm 정도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샤프심이 샤프 끝에서 흔들리면서 쉽게 부러졌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샤프심의 지름이 KS가 허용하는 오차범위를 벗어나 더 작았거나, 샤프 끝의 지름이 정상보다 컸을 가능성이 있다.
 

샤프심의 호칭과  실제 허용되는 지름^샤프 끝의 지름과 샤프심 굵기의 차이가 크면 심이 쉽게 부러진다.


볼펜은 연필이나 샤프보다 종류가 다양하고 굵기도 천차만별이다. 물론 펜 끝에 있는 작은 구형 알이 펜을 움직일 때 따라 돌면서, 심 안에 있는 잉크를 종이에 묻게 만드는 원리는 모두 같다. 하지만 잉크의 성질에 따라 유성과 수성, 그리고 중성으로 나눠진다.

유성볼펜은 글씨를 쓸 때 뻑뻑한 느낌이 난다. 잉크가 끈적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점도가 높아 펜 끝의 알이 구를 때 마찰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성볼펜은 알의 지름이 다른 볼펜보다 크다. 잉크의 점도가 높다 보니 잉크가 알 주변에 조금씩 묻어 있다가 한꺼번에 흘러 나와 ‘볼펜 똥’을 만들기도 한다.

수성볼펜은 점도가 낮은 잉크가 들어 있어 글씨가 부드럽게 써진다. 알이 구를 때 마찰이 적어서 알을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잉크가 흘러나오거나 손에 묻는 일이 생길 수있다.
 

볼펜 종류에 따른 알의 지름



겔볼펜으로도 불리는 중성볼펜은 유성볼펜과 수성볼펜의 단점을 한번에 해결했다. 수성잉크에 점도를 높이는 물질을 넣어서 잘 번지지 않는다. 글씨를 쓸 때는 알이 구르면서 잉크의 점도가 떨어져 수성잉크처럼 잘 써진다.

수성볼펜이나 중성볼펜은 알이 작은 만큼 튼튼해야 한다. 유성볼펜과 같은 거리의 선을 그릴 때, 알이 작아 구르는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성볼펜에 들어가는 잉크의 점도를 낮춰 마찰력을 줄이거나, 빠르게 마르는 수성잉크를 담은 중성볼펜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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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도움

    이중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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