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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수학 선율, 노력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수학 선율, 노력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다


‘Math is beautiful’이라는 말이 있다. 수학은 아름답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세계가 인정하는 수학자라면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지 않을까? 지난 11월 23일, 1994년 필즈상 수상자인 장 크리스토프 요코즈 교수가 한국을 방문해 서울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방법, 요코즈 교수에게 들어보자.

 

1994년 필즈상 수상자 장 크리스토프 요코즈 교수


“수학이 음악이나 미술처럼 아름답습니까?”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물은 기자에게 요코즈 교수는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는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피나는 노력을 했을 거다’라는 생각이 금세 떠올랐다. 정상의 자리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선 노력과 공부는 필수입니다. 노력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고지에 올라섰을 때,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할 수 있고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죠.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문제를 오랜 시간 고민하고 필요한 공부를 해서 풀어냈을 때, 비로소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죠.”

요코즈 교수는 도전한 문제를 풀어냈을 때, ‘Math is beautiful’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며 이를 한 번 경험하면 수학의 재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기자의 생각이지만 수학에서의 아름다움은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과 쾌감을 뜻하는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수학의 재미는 문제 푸는 즐거움이니 말이다.

요코즈 교수가 선보인 아름다운 수학 선율은 동역학계 문제다. 동역학이란 시간에 따라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다. 예를 들어 ‘토끼가 태어나서 자식을 낳고 죽는다’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동역학계 문제가 된다.

그는 동역학계 문제 중에서 세 개의 물체가 만유인력에 따라 운동한다는 ‘3체 문제’에 몰두했다. 특히 태양과 지구, 달의 움직임에 관심을 뒀다.

3체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둔 최초의 수학자는 프랑스의 앙리 푸앵카레다. 목성이 태양 주위를 5번 공전하는 동안 토성은 태양 주위를 2번 공전한다. 즉 두 행성은 60년마다 이전과 같은 위치에 놓인다. 그런데 푸앵카레는 두 행성은 서로에게 작은 힘을 미쳐 조금씩 오차가 생기고 결국 목성과 토성은 태양 주위를 안정한 궤도로 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러시아의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 블라디미르 아르놀드, 위르겐 모저는 행성에 미치는 힘에 작은 힘이 더해지더라도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안정한 궤도로 돈다는 ‘KAM 정리’를 연구했다. 요코즈 교수는 KAM 정리에서 태양과 지구, 달에 대한 움직임을 증명했다. 이 공로로 1994년 스위스 취리히 국제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았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릴만큼 권위 있는 상이다.

“동역학계를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짧은 시간 동안 물체의 움직임을 보고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물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예측하는 겁니다. 현재 인공위성의 궤도를 예측하는 단계에 이르렀죠.”

요코즈 교수가 동역학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미셜 에르만 교수의 영향 때문이다. 그는 동역학계의 창시자다.

 "에르만 교수는 제가 기하학이나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수학보다 어떤 현상을 해석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동역학계의 창시자인 그는 이와 관련된 도전 문제를 던져주며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왔쬬. 수학 문제 중에는 몇 시간 안에 해결되는 문제도 있고 몇 주 또는 몇해에 걸쳐서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었어요. 이런 문제를 적절히 제시하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법도 가르쳐 줬죠."
 

시간에 따라 움직이거나 변하는 동역학계에 대해 설명하는 요코즈 교수.



체스를 즐기는 수학자, 한국 과학위원으로 활동한다

요코즈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동료 수학자와 체스를 한다. 지금은 취미로 체스를 즐기지만 한때 체스에 빠져 수학 공부를 그만둘 뻔했다.

“에콜노르말쉬페리외르에 다닐 때, 체스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한동안 체스만 했어요. ‘요코즈가 체스 때문에 수학을 그만둘지도 모르니 도와달라’고 지도교수가 집에 전화할 정도로 빠져 있었죠.”

요코즈 교수는 수학과 체스가 다양한 계산과 계획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스 챔피언 중에는 수학자 출신이 많다. 체스에는 수학자를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가 체스에 빠져 있던 시절 다닌 에콜노르말쉬페리외르는 학위를 주는 대학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길러 내는 학교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명하다. 이곳 출신의 수학자도 많다.2010년 필즈상 수상자인 응오바오쩌우 교수, 세드릭 빌라니 교수 모두 이곳 출신이고 필즈상 수상자 52명 중 10명이 이 학교에 다녔다.

“에콜노르말쉬페리외르에 다니면서 수학의 재미,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학교는 프랑스국립과학원에서 연구하면서 경시대회를 포함한 다양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런 교육과정 때문에 수학 실력을 쌓을 수 있었죠.”

요코즈 교수는 수학을 잘하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쉬운 문제만 계속 풀면 문제 해결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어 좋지만 상을 받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는 어려워요. 자신 있게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학실력도 한 단계 올라가고 수학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죠.”

마지막으로 요코즈 교수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수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수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다양한 학문과 교류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만들어 주는 일 같은 걸 통해서요.”

요코즈 교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한국의 기초기술연구회 과학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것도 기초기술연구회에 속해 있는 연구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주기 위해서다. 기초기술연구회는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과학 분야의 연구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관이다.

“기초기술연구회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수학자다 보니 응용수학을 연구하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일에 관심이 가더군요. 큰 방향성을 제시할 순 없지만 연구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어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요코즈 교수는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수학자만이 수학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현대의 수학은 공학, 생물, 무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니까요. 물론 수학이 쉽고 공부하기 편한 학문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으니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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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도움

    최태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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